세상 공부 9004

[일사일언] 박물관 신입의 필수 코스

[일사일언] 박물관 신입의 필수 코스 이태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입력 2022.02.10 03:00 새 학기를 맞아 아이들의 참고서를 정리한다. 봉투에 넣거나 종이상자에 담아도 되지만 나는 꼭 끈으로 묶어서 내놓는다. 작은 것은 십(十)자로, 큰 것은 우물 정(井)자로, 애써 배운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박물관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1년에 한 번 있는 중요한 전시를 위해 다른 박물관의 소장품을 빌려야 했다. 함께 출장 가는 선배가 상자 하나를 놓고 끈을 묶어 보라고 했다. 당황한 나는 허겁지겁 얼기설기 묶었다. 선배가 끈 한쪽을 붙들고 몇 번 흔들자 이내 툭 풀어졌다. 그가 묶은 매듭은 단단하고 모양새도 좋았다. 내게 다시 해보라 했지만 국민체조 이래로 동작 외우는 것에는 도통 소질..

세상 공부 2022.02.10

[이한우의 간신열전] [121] 비녀를 도둑질한 신하

[이한우의 간신열전] [121] 비녀를 도둑질한 신하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2.10 03:00 ‘논어’에는 군자형 군주와 소인형 군주를 구별하는 명확한 원칙이 나온다. 먼저 공자의 말이다. “군자는 섬기기는 쉬워도 기쁘게 하기는 어려우니, 기쁘게 하기를 도리로써 하지 않으면 기뻐하지 아니하고 사람을 부리면서도 그 그릇에 맞게 부린다. (반면에) 소인은 섬기기는 어려워도 기쁘게 하기는 쉬우니 기쁘게 하기를 비록 도리로써 하지 않아도 기뻐하고, 사람을 부리면서도 아랫사람 한 명에게 모든 능력이 완비되기를 요구한다.” 군자나 소인 모두에게 “섬기기도”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때의 군자와 소인은 단순히 공인과 사인이 아니라 군자형 리더와 소인형 리더를 뜻한다. 후한 시대 학자..

세상 공부 2022.02.10

[노년][김지수] 영혼까지 끌어모아 ‘숫자’에 올인하는 이들에게

[김지수의 서정시대] 영혼까지 끌어모아 ‘숫자’에 올인하는 이들에게 김지수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2.10 03:00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뉴노멀의 시간을 통과하기 위해 ‘어른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인생의 마지막 쿼터(75~100세)를 살면서도 지적 폭발과 인격의 성장을 멈추지 않는 어른들에게선 지혜의 광휘가 일렁인다. 최근에 특히 네 어른 말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 이어령 전 장관과 103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 프랑스의 대문호 파스칼 브뤼크네르와 영국의 경영 사상가 찰스 핸디가 그들이다. /일러스트=이철원 나는 이 중 세 사람을 인터뷰했고, 한 분은 책으로 만났다. 이어령 선생과는 사계절을 함께하며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삶과 죽음에..

세상 공부 2022.02.10

1968년 겨울 춘천의 따스했던 기억

[윤희영의 News English] 1968년 겨울 춘천의 따스했던 기억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22.02.10 00:00 미국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의 통신원인 앤 하임스는 젊은 시절(in her early days)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을 다녀갔다. 그녀가 ‘혹독했던 겨울의 따스했던 기억(A warm memory of a bitter winter)’ 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54년 전 춘천의 겨울 풍광이다. “1968년 당시 파란 눈의 금발(fair hair) 여자는 길거리의 호기심 대상이었다. 하물며 대중목욕탕에서 발가벗고 돌아다닌(go about naked in the public bathhouse) 나는 그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허름한 단층집(shabby one-level)에 방 한 칸 ..

세상 공부 2022.02.10

SBS [시사특공대]이재익 PD 하차 논란

♠하차 논란 SBS PD “일반론 듣고 찔린다면 그 사람이 잘못” 김명진 기자 입력 2022.02.08 16:43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그런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되겠다.” SBS 라디오 ‘시사특공대’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가 더불어민주당 항의를 받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SBS 이재익 PD가 8일 “어딜 봐서 편향적인지 아직도 모르겠다”며 “이런 일반론 혹은 시대정신을 들은 누군가가 속으로 찔린다면 그건 내 잘못이냐 그 사람 잘못이냐”라고 했다. 이 PD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SBS 공식 입장문을 보고’라는 글에서 이같이 밝히며 “같은 맥락으로 저는, 합리적인 판단보다 무속신앙에 더 기대는 사람 역시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서슬 퍼렇게 수..

세상 공부 2022.02.09

‘車 무덤’에 재도전하는 현대차

♠[만물상] ‘車 무덤’에 재도전하는 현대차 선우정 논설위원 입력 2022.02.09 03:18 간양록은 조선 유학자 강항이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가 겪은 고난의 체험기다. 그런데 당시 수도였던 교토에 대한 서술엔 경탄이 배어 있다. 왜인의 성질이 신기한 것을 좋아해 통상을 훌륭한 일로 여긴다는 것, 온갖 기술에 반드시 천하제일을 창조하고 그런 물건은 금은으로 후한 값을 주는 풍속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일본 시장이 조선이 아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일본의 ‘천하제일’ 집착은 근대 이후 더 강해졌다. 방직, 철강, 조선, 철도, 기계, 광학을 비롯해 전투기, 항공모함 등 무기 산업에서도 세계 최고를 만들었다. 전후에는 전자와 자동차 산업에서 정상에 올랐다. 한때는 스포츠 용품까지 석권했다. 무엇..

세상 공부 2022.02.09

[차현진] [57] 다정이 냉정보다 힘이 세다

[차현진의 돈과 세상] [57] 다정이 냉정보다 힘이 세다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 입력 2022.02.09 00:02 맬서스의 인구론이 세상에 미친 영향은 크다. 문필가 칼라일에게는 ‘경제학은 우울한 과학’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고, 과학자 찰스 다윈과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에게는 ‘적자생존’의 영감을 불어넣었다. 차 이름으로 더 유명한 얼 그레이 총리가 1834년 빈민법을 제정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잉여 인간’, 즉 노숙자들을 작업터에 구금시킨 뒤 알량한 식사와 함께 극심한 노동을 강제할 수 있는 법이다. 식량 부족의 운명을 타고난 인류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공짜로 자비를 베풀 여유가 없다는, 강박관념의 산물이었다. 영국이 졸지에 인정머리 없는 사회로 변했다. 그러자 찰스 디킨스가 반기를 들었다. 소설..

세상 공부 2022.02.09

[정진홍] 절박함이 자만을 이긴다

[정진홍의 컬처 엔지니어링] 절박함이 자만을 이긴다 정진홍 컬처엔지니어 입력 2022.02.09 03:00 /일러스트=양진경 # 지난 주말 오랜만에 서점 나들이를 했다. 코로나에도 아랑곳 않고 서점은 사람들로 붐볐다. 서가를 오가다 신간 코너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매대에 넓게 깔린 한 책에 손이 갔다. “왜 우리 손으로 괴물을 뽑는가?”라는 자극적 문구가 띠지에 붙은 책이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국제정치학과 부교수이자 정치 컨설턴트인 브라이언 클라스가 쓴 ‘권력의 심리학’이었는데, 서서 훑어보다 이런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왜 우리는 끔찍하고, 무능하고, 심지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를 지배하게 둘까?” 순간 섬뜩했다. 마치 읽어서는 안 될 금서를 읽다 들킨 듯한 심정으로..

세상 공부 2022.02.09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48] 세금 도둑이 너무 많다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48] 세금 도둑이 너무 많다 김규나 소설가 입력 2022.02.09 03:00 소설 '오베라는 남자' 표지 “정말 신기한 건, 관료들이 정한 법을 제일 먼저 어기는 사람들이 관료들 본인이라는 사실이에요.” 기자가 말했다. “지난 7년간의 입출금 내역도 확보했습니다.” 와이셔츠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헤매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과거를 진지하게 파기 시작하면, 대개는 그 사람 혼자만 간직하는 게 낫겠다 싶은 것들을 발견하게 되죠.” - 프레드릭 배크만 ‘오베라는 남자’ 중에서 경기도지사였던 대선 후보의 아내가 “남편이 좋아한다”며 한우와 샌드위치 등을 구입하는 데 법인 카드를 썼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은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너무 많다”고 말한 적 있다. 사익..

세상 공부 2022.02.09

[윤대현] [91] 리더와 추종자의 심리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91] 리더와 추종자의 심리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2022.02.08 00:00 기업 구성원 간의 갈등과 암투를 그린 드라마가 국내외적으로 인기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권력욕 등이 드라마의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에 투영되면서 몰입하게끔 하는 것이 인기의 한 이유라 생각한다. 종종 이런 드라마 소재로 다루어지는 것이 ‘죄책감에 의한 경영 증후군’이다. 리더의 역할상 악역을 해야 하기에, 리더의 내면에 권력을 내려놓았을 때 일어날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쌓인다. 그래서 중요한 결정이나 미팅에 직접 나서지 않고 대리인을 활용하는 등의 회피 행동을 보이거나, 반대로 위험 요인이라 여겨지는 대상에 공격을 가하는 것을 일컫는다. 기업 승계 과정에서 벌어지는 암투도 ..

세상 공부 2022.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