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9004

[백영옥] [242] 전쟁의 얼굴

[백영옥의 말과 글] [242] 전쟁의 얼굴 백영옥 소설가 입력 2022.03.05 00:00 전쟁의 반대말은 평화일까? 평화라는 말은 너무 거대하다. 나는 전쟁의 반대편에 있는 건 일상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이 빼앗아 가는 건 소박한 식사 한 끼와 차 한잔,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저녁 시간 같은 것이다. 이런 사소한 빼앗김이 모여 결국 사람 목숨을 앗아가는 생지옥이 전쟁이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었다. 2015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우크라이나 태생이고 벨라루스에서 활동했던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예부터 전쟁은 남자의 일이었다. 그것은 승리의 영웅 서사였고, 치욕의 패배에 대한 복수의 서사였다. 하지만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 그..

세상 공부 2022.03.05

[유석재] 국채보상운동 모금액 48억원(현재 가치 환산)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유석재의 돌발史전] 국채보상운동 모금액 48억원(현재 가치 환산)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유석재 기자 입력 2022.03.05 10:00 대구 중구 콘서트하우스 앞에 있는 국채보상운동 기념비.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홈페이지 1997년 IMF 사태 당시 전국민적 ‘금 모으기 운동’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모금운동이 20세기 초에 일어났다. 모든 한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국채보상운동(國債補償運動)이다. 1907년 대구를 중심으로 민족 지사들이 앞장섰던 이 운동은 “남자는 담배를 끊고, 여자는 비녀와 가락지를 내 나랏빚을 갚자!”는 구호로 전국의 많은 사람들을 동참시켰다. 당시 한국 경제를 일본에 예속시키려 했던 일제는 대한제국 정부가 차관을 도입하도록 했다. 1905년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4차례에 걸..

세상 공부 2022.03.05

[우크라이나]70년 전 졌던 원조 빚

[만물상] 70년 전 졌던 원조 빚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2.03.04 03:18 6·25전쟁에 참전한 리처드 위트컴 미 제2군수사령관은 한국인이 겪는 전쟁의 참상에 눈물을 흘렸다. 부산항에 들어오며 수송선에 무기뿐 아니라 구호물자를 한가득 실었다. 군수 지원과 별도로 이재민을 위한 주택 200가구를 지었고 부산 메리놀병원 건립 자금 모금에도 앞장섰다. 부하 장병을 대상으로 급여 1% 모금 운동도 펼쳤다. 휴전 후엔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아 밴 플리트 장군과 함께 한미재단을 설립해 전쟁 폐허 복구를 도왔다. 그는 미 의회에서 이렇게 이유를 설명했다. “전쟁은 총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 국민을 위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다.” ▶많은 나라가 위트컴 장군처럼 한국을 도왔다. 유엔은 16국이 ..

세상 공부 2022.03.04

[윤평중 칼럼] 우리가 바로 그 국민입니다

[윤평중 칼럼] 우리가 바로 그 국민입니다 정의 참칭한 문 정권 5년… ‘진보 귀족’이 국민 갈라치기 상처입은 마음 치유는 상식과 공정 회복이 첫걸음 자신과 후세를 위한 역사의 결정적 순간이 왔다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정치철학 입력 2022.03.04 00:00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대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직원이 동그라미 안에 '점 복(卜)'자가 새겨진 기표도장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권 5년’은 배반의 계절이었습니다. 정의를 참칭한 ‘진보 귀족들’의 불의(不義)가 국민을 괴롭혔습니다. 2017년 5월 10일의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는 빼어난 미문(美文)입니다. 하지만 20대 대선을 앞두고 그 취임사를 다시 읽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너..

세상 공부 2022.03.04

좋은 연극은 훈계하지 않는다

[동서남북] 좋은 연극은 훈계하지 않는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관객 스스로 반성하게 한다 희극배우 출신 우크라 대통령 “도피 아닌 탄약 필요” 큰 감동 박돈규 기자 입력 2022.03.04 03:00 연극 '리차드3세'에서 악인 중의 악인을 연기한 배우 황정민. /샘컴퍼니 대학 연극반 시절에 무대는 하늘 같았다. 흙발로는 절대 올라갈 수 없는 곳이었다. 이유 없이 무대를 가로지르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군인이 총기를 손질하듯이, 피아니스트가 건반의 얼룩을 제거하듯이, 우리는 무대를 자주 쓸고 닦았다. “배우는 가장 깨끗한 수건으로 무대를 닦고 가장 더러운 걸레로 자신의 몸을 닦는다”는 말이 거룩하게 들렸다. ‘거꾸로 말하기’가 연극의 매력이다. 연극을 정의하는 고전적 수사는 ‘연극은 세상의 거울’이라..

세상 공부 2022.03.04

비 새지 않는 집

[일사일언] 비 새지 않는 집 공희정·드라마 평론가 입력 2022.02.25 03:00 어린 시절 살던 집은 한옥이었다. 여름엔 장마를 대비해 기와의 이음새를 살펴야 하고, 겨울엔 스며드는 한기를 막기 위해 두꺼운 담요를 방문에 걸어 두어야 했던 집이다. 그 집에서 부모님은 결혼하셨고 내가 태어났기에 이사한 후에도 그곳을 지날 때면 기웃거리곤 했다. 얼마 전 그 집이 사라졌다. 담을 같이 하고 있던 오래된 한옥 몇 채도 함께 헐렸다. 봄은 오지 않았고 땅은 녹지 않았는데 공사는 분주히 진행되고 있었다. 건설 기술의 위력이 계절의 한계를 무색하게 하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부실공사 뉴스를 자주 듣다 보니 문득 ‘안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는 더 심했다. 좀 오래전 드라마..

세상 공부 2022.03.03

일기에 남은 전쟁 이야기

[일사일언] 일기에 남은 전쟁 이야기 이태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입력 2022.03.03 03:00 한문 문장을 이해하는 이들에게야 금과옥조 같은 자료겠지만, 박물관 전시에 고서(古書)를 소개하는 것은 꽤 난감한 일이다. 도판 하나 없이 한자만 가득한 데다 손수 쓴 책은 글자조차 알아보기 힘들다. 여간해서는 시선을 끌기 어려운 탓에 “검은 것은 글자, 하얀 것은 종이”라고 푸념하기도 한다. 그런데 몇 해 전 국립진주박물관은 옛 일기 하나를 소재로 특별전을 개최해 호평을 받았다. 서울에 거주했던 양반 오희문(1539~1613)의 일기로, 그는 1591년 외가가 있던 충청도 영동 등을 방문했다가 이듬해 임진왜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를 전전하다 1601년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세상 공부 2022.03.03

[장유정] [18] 도산 안창호의 ‘거국행’

[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18] 도산 안창호의 ‘거국행’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입력 2022.03.03 03:00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1878~1938)는 교육자면서 철학자이자 사상가였다. 그리고 작사자였다. 지금까지 그가 작사한 독립운동 가요는 20곡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추정한다고 한 이유는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노래를 만들면서 대부분 자기 이름을 밝히거나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후대 연구자들이 당시의 여러 기록과 증언을 통해 누구 작품인지 밝힌 덕분에 안창호가 작사한 노래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중 대표곡이 ‘거국가’ ‘간다 간다 나는 간다’ ‘한반도 작별가’ 등의 제목으로도 부른 ‘거국행’이다. 총 4절로 이루어진 ‘거국행’의 1절은 “간다 간다 나..

세상 공부 2022.03.03

[윤희영의 News English] 정치인과 기저귀, 갈아줘야 하는 이유

[윤희영의 News English] 정치인과 기저귀, 갈아줘야 하는 이유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22.03.03 00:00 대통령 선거(presidential election)가 코앞으로 다가왔다(be around the corner). 이번 대선은 특히 국가 명운이 갈리는 분수령이 될(mark a watershed) 전망이다. 향후 5년뿐 아니라 다음 세대 미래까지 달려있다(be at stake). 정치꾼(politician)은 다음 정권 생각만 하고, 참 정치인(statesman)은 다음 세대(next generation)를 생각한다고 한다. 선거 관련 말들을 모아봤다. ‘정치인과 기저귀(diaper)는 자주 갈아야 한다. 왜? 둘 다 똑같은 이유 때문(all for the same reason)이다..

세상 공부 2022.03.03

[이한우의 간신열전] [124] 유세 잘하는 법

[이한우의 간신열전] [124] 유세 잘하는 법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3.03 03:00 공자는 ‘논어’에서 일과 말에 초점을 맞췄다. 언행(言行)이란 공적인 영역에서 말하기와 일하기[行事]이다. 즉 사사로운 공간에선 일을 할 리가 없고 말 또한 훨씬 자유롭게 해도 된다. 그러나 공적인 영역에 들어가면 완전히 달라진다. 먼저 공자는 “주도면밀하게 일하고 조심해서 말하라[敏於事而愼於言]” 했고 또 “말은 어눌하게 하려고 애쓰고 일을 행할 때는 주도면밀하게 하라[欲訥於言而敏於行]” 고 했다. 이를 보아도 행(行)은 행사(行事)이지 사사로운 공간의 행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향당 편에는 공자가 몸소 공과 사를 구분해 처신하는 모습이 나온다. “공자께서 고향 마을에..

세상 공부 2022.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