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장유정] [18] 도산 안창호의 ‘거국행’

colorprom 2022. 3. 3. 16:18

[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18] 도산 안창호의 ‘거국행’

 

입력 2022.03.03 03:00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1878~1938)는

교육자면서 철학자이자 사상가였다.

그리고 작사자였다.

지금까지 그가 작사한 독립운동 가요는 20곡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추정한다고 한 이유는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노래를 만들면서

대부분 자기 이름을 밝히거나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후대 연구자들이 당시의 여러 기록과 증언을 통해 누구 작품인지 밝힌 덕분에

안창호가 작사한 노래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중 대표곡이 ‘거국가’ ‘간다 간다 나는 간다’ ‘한반도 작별가’ 등의 제목으로도 부른

‘거국행’이다.

 

총 4절로 이루어진 ‘거국행’의 1절은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잠시 뜻을 얻었노라 까불대는 이 시운이/

나의 등을 내밀어서 너를 떠나 가게 하니/

이로부터 여러 해를 너를 보지 못할지나/

그동안에 나는 오직 너를 위해 일하리니/

나 간다고 슬퍼 마라 나의 사랑 한반도야”다.

 

곡조는 이상준(1884~1948)이 붙였다.

 

황해도 재령 출신의 그는

피어선 성경 학원에서 아코디언을 배우며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독일 유학을 계획하기도 했던 이상준은 기차에서 우연히 안창호를 만나

유학 대신 민족 계몽을 위해 힘쓰리라 마음먹고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쳤다.

 

안창호가 고국을 떠나기 전에 지었다는 ‘거국행’은

대한매일신보 1910년 5월 12일 자에 ‘신도(新島)’라는 예명으로 실렸지만,

이후 신한민보 1915년 11월 11일 자에는 안창호가 작사한 것으로 적혀 있다.

 

독립운동을 위해 설립한 만주 광성중학교에서 1914년에 발간한 ‘최신 창가집’과

1916년에 하와이에서 발간된 ‘애국 창가’에도 실려 있다.

 

춘원 이광수는 ‘도산 안창호’라는 전기(傳記)에서,

안창호가 거국행이라는 “슬픈 곡조를 남기고

마포에서 작은 배를 타고 장연에 이르러

거기서 청인의 소금배를 타고 청도로 향했다”며,

이 노래가 여러 해를 두고 전국에서 유행했다고 하였다.

 

안창호자연과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는 것

인격을 수련하고 품성을 도야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또한 이광수가 자신의 문학적 스승으로 톨스토이와 더불어 안창호를 뽑을 만큼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안창호가 독립운동 가요도 작사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시기 노래로 대중 강연을 할 때마다 ‘거국행’을 부르는 것은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던 독립운동 가요를 알려 기억하고 싶은 작은 마음의 발로다.

 

안창호는 ‘훈훈한 마음, 빙그레 웃는 낯’의 새 민족을 꿈꾸었다.

그의 바람처럼 부디 이 땅에 훈훈한 마음과 빙그레 웃는 낯이 넘실거리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