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9004

[한현우]우리가 미래에 대해 아는 건 모른다는 것뿐이다

우리가 미래에 대해 아는 건 모른다는 것뿐이다 [한현우의 미세한 풍경]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6.21 03:00 그림=이철원 뇌에 임플란트를 심어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기술의 임상 시험이 미국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 임플란트는 심장 혈관을 확장하는 기구인 스텐트처럼 가느다란 그물망 모양의 금속이다. 그물망 곳곳에 뇌 신경 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전극들이 붙어 있어 신경 신호를 가슴팍에 이식된 장치를 통해 컴퓨터로 전송한다고 한다. 이 기술의 궁극적 목표는 중증 신체 장애인이 생각만으로 스마트폰 문자를 보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뇌 임플란트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일론 머스크의 꿈은 더 원대하다. 물건들을 인터넷에 연결시키는 사물인터넷을 넘어 인체를 인터넷에 연..

세상 공부 2022.06.21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19] 만지(滿持)의 태세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19] 만지(滿持)의 태세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입력 2022.06.17 03:00 일본어에 ‘만오지스(満を持す)’라는 표현이 있다. 직역하면 ‘가득함을 유지하다’라는 뜻으로, 보통 ‘준비를 철저히 하여 기회를 기다리다’라는 뜻의 관용구로 사용된다. 한국어로는 만반(萬般)의 준비를 하다, 또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말의 유래는 한(漢)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158년 흉노의 준동이 심상치 않자 문제(文帝)는 유예(劉禮), 서여(徐厲), 주아부(周亞夫)를 장군으로 임명하여 북방에 파견한다. 문제가 변경(邊境) 사정을 살피고 군을 위무하고자 주둔지를 방문하였을 때의 일이다. 유예가 파견된 패상(霈上), 서여가 파견된..

세상 공부 2022.06.21

[신상목] [118]미국 ‘카펫배거(carpetbagger), 일본 ‘자객(刺客) 후보’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18] 정당제 악용하는 선거 정치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입력 2022.06.03 03:00 미국에서는 지역 연고가 없는 타지에서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을 ‘카펫배거(carpetbagger)’라고 한다. 원래는 남북전쟁 직후 혼란을 틈타 남부 주(州)로 몰려간 북부 주 사람들을 부르던 말이었다. 돈벌이를 노려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는 북부 사람들을 경멸적으로 부르던 단어가 현대에 와서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연고가 약한 지역에서 출마하는 정치인을 지칭하는 말로 전화(轉化)한 것이다. 뉴욕주 상원의원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 힐러리 클린턴 등이 대표적 카펫배거로 꼽힌다. 다만 미국에선 당 지도부 간섭 없이 해당 지역구 당원과 주민이 후보를 결정하므로 중앙..

세상 공부 2022.06.21

[신상목] [117] 재건(再建), 아우프헤벤(Aufheben)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17] 재건(再建), 아우프헤벤(Aufheben)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입력 2022.05.20 03:00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에서 ‘자유’가 35번 등장했다고 해서 화제다. 대통령 본인의 철학을 반영해 직접 다듬은 내용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자유 외에도 ‘재건’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재건하겠다는 취지였는데, 5·16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와 오버랩되면서 묘한 울림을 남기는 단어 선택이었다. 몇 년 전 일본에서 ‘아우후헤벤(アウフヘーベン)’이라는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都)지사가 도심 수산 시장 이전 문제, 신당 창당 문제 등과 관련하여 ‘다양한 의견을 아우후헤벤하..

세상 공부 2022.06.21

'나쁜 원저’가 닥쳐온다

[데스크에서] ‘나쁜 원저’가 닥쳐온다 손진석 기자 입력 2022.06.20 03:00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의 위폐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뉴시스 일본 언론에 ‘나쁜 엔저’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값이 24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번 엔저가 불길하다는 일본인이 많다. 과거에는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한편에서 웃었다. 수출 가격 경쟁력이 커져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엔저가 나타나면 닛케이지수가 오르곤 했다. 올해는 영 다르다. 일본 경제동우회가 경영자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돌려보니 엔저가 일본 경제에 마이너스라는 응답이 73.7%로, 플러스가 된다는 응답(20.1%)의 3배가 넘었다. 결정적인 이유는 도요타를 중심으로 주력 기업..

세상 공부 2022.06.21

[윤대현] [110] ‘심리적 조작’, 가스라이팅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10] 건강한 관계를 해치는 ‘심리적 조작’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2022.06.21 00:00 ‘퇴직자 인터뷰’를 담당한 한 직장인이 어느 날 자기 마음에 진심으로 회사를 떠나고픈 생각이 가득 차 있어 놀랐다고 한다. 타인의 프레임과 감정이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이식되어 내 것인 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의사는 하나의 증상이 호전되면 다시 새로운 증상을 이야기하는 환자가 있어 스트레스가 크다고 고민한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의사로서 스스로가 무능한 느낌마저 든다는 것이다. 이 의사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그 환자는 증상 자체보단 외로움이 병원 방문의 동기일 수 있다. 실제로 “좋아지셨다”고 말하면 얼굴을 찡그리며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

세상 공부 2022.06.21

[김대식] [6] 22세기를 위한 정의론

[김대식의 메타버스 사피엔스] [6] 22세기를 위한 정의론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입력 2022.06.21 03:00 어쩌면 1만2000년 전 모든 문제가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족 단위로 사냥과 채집을 하던 인류에게 ‘정의’라는 단어는 무의미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착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며 이방인들과 공동체를 유지해야 했던 인류는 본질적 문제를 하나 발견한다. 바로 능력과 선호도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공동체 생산물이 능력과 노력에만 따라 나눠진다면, 빈부 격차와 사회 불평등이 발생한다. 반대로 능력과 노력과는 상관없이 모두에게 동일한 결과물을 배분한다면? 노력한 개인의 자유가 무시된다. 같은 사람들이 다른 대우를 받는 건 정의롭지 않지만, 반대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대우..

세상 공부 2022.06.21

[윤희영] ‘아버지의 날’ 감사 카드에 적힌 글

[윤희영의 News English] ‘아버지의 날’ 감사 카드에 적힌 글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22.06.21 00:00 그저께(the day before yesterday), 6월 셋째 일요일은 서양에서 ‘아버지의 날’이었다. 이날 자녀들은 애정과 정성 어린 선물(affectionate gift from the heart)과 함께 감사하는 마음을 카드에 담아 전한다. “어릴 때는 좋아했고, 커서는 사랑했고, 늘 존경했어요, 아빠.” “아버지가 없었으면 어떻게 제가 이 세상을 헤쳐왔을(make it through this world)지 모르겠습니다.”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freedom to fly to my heart’s content)와 날다가 떨어져도 언제든 붙잡아 주시리라는 믿음을 주..

세상 공부 2022.06.21

법치 이전에 정치가 있다

[태평로] 법치 이전에 정치가 있다 국민 고소하던 문 전 대통령, 퇴임 후에도 사저 시위 고소 문제를 법으로만 해결하려 해 윤 대통령도 정치 해법 찾아야 황대진 기자 입력 2022.06.21 03:00 문재인 전 대통령을 보면 정치 지도자라기보다 한 사람의 법률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양산에 내려가 거의 처음 한 공적 행위가 국민 상대 고소다. 문 전 대통령 내외는 평산마을 사저 앞에서 시위 중인 보수단체 회원 4명을 직접 경찰에 고소했다. 모욕, 명예훼손, 살인 및 방화 협박 등 혐의로 처벌을 구한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반려견 토리/문재인 전 대통령 인스타그램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도 자신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뿌린 30대 청년을 모욕죄로 고소했다. ‘얼마든지 대통령을 욕해도 된다..

세상 공부 2022.06.21

K팝의 두 얼굴_BTS

[만물상] K팝의 두 얼굴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2.06.16 03:18 뉴욕 명문 셰이퍼 음악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 ‘위플래쉬’는 드럼 연주자의 탄생 과정을 보여준다. 신입생 앤드루는 드럼을 배우다가 교수에게 막말을 듣고 손찌검까지 당한다. 하지만 원망은커녕 최고가 되기 위해 영혼을 갈아 넣는다. 연습 시간이 부족하자 여자 친구와 절교하고, 드럼을 두드리다가 손가락이 찢어져 피까지 흘린다. 그런 앤드루도 울고 갈 연습 지옥이 있다. 한국의 K팝 연습실이다. ▶K팝 연습생은 사생활부터 식사량, 소셜미디어까지 모든 것을 통제당한다. 하루 12시간씩 10년을 연습하고도 95% 이상이 데뷔 무대에 서지 못한다. 데뷔조(組)에 들어가면 그때부터가 진짜 고생이다. 무대에 서기까지 평균 2년을 합숙하며 집에..

세상 공부 202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