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윤대현] [110] ‘심리적 조작’, 가스라이팅

colorprom 2022. 6. 21. 19:42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10] 건강한 관계를 해치는 ‘심리적 조작’

 

입력 2022.06.21 00:00
 
 

‘퇴직자 인터뷰’를 담당한 한 직장인이

어느 날 자기 마음에 진심으로 회사를 떠나고픈 생각이 가득 차 있어 놀랐다고 한다.

타인의 프레임과 감정이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이식되어 내 것인 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의사는 하나의 증상이 호전되면 다시 새로운 증상을 이야기하는 환자가 있어

스트레스가 크다고 고민한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의사로서 스스로가 무능한 느낌마저 든다는 것이다.

이 의사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그 환자는 증상 자체보단 외로움이 병원 방문의 동기일 수 있다.

 

실제로 “좋아지셨다”고 말하면 얼굴을 찡그리며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환자들이 있다.

이분들은 “너무 힘드시죠”라고 하면 오히려 기쁜 얼굴을 지으며 좋아한다.

환자 역할을 해 주변의 관심을 얻으려는 경우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심리적 조작(psychological manipulation)’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꼭 의식적인 꾀병이 아닌 경우도 있다.

요통이 있는데 심리적 요인이 결합되면 실제로 뇌에서 통증을 더 느낄 수 있다.

 

가족들 마음도 불편하다.

최선을 다해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는데 호전 없이 짜증을 내시는 부모님을 보는 자녀는

자신이 불효자 같고 ‘죄송하면서도 서운한 감정’이 빙빙 돌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건강한 관계는 솔직히 요구하고 상대방이 반응해 주면 만족해하는 것이다.

내 요구에 반응해 주니 고맙고, 상대방은 내가 만족해하니 뿌듯하고 자존감이 올라간다.

 

그런데 앞의 예처럼 심리적 조작이 관계에 들어오면 갈등과 고통이 시작된다.

 

심리적 조작의 극단적 예가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다.

‘너의 생각은 틀렸어, 넌 너무 예민해, 넌 상황 판단 및 결정 능력이 떨어져,

너는 나 없이 혼자서 살 수 없어’라는 심리적 조작을 지속해

상대방에게 패배자 그리고 의존적 프레임을 형성시킨다.

 

가스라이팅 피해자는 우울, 자존감 저하, 불안 등의 정서적 반응이 증가해

삶의 기능과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가스라이팅은 개인 간의 관계를 넘어 사회학적 관점에서도 관심 받고 있다.

기존의 왜곡된 프레임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결정은 항상 문제가 있어, 나는 너무 예민하고 좋은 사람이 아니야,

나는 왜 항상 사과만 할까, 왜 대화만 하면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걸까’ 같은 느낌이 있다면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기 전에

자신이 심리적 또는 사회적 측면에서 잘못된 프레임을 주입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스스로 또는 믿을 수 있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

용기 있게 자기 생각의 틀을 재조정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꼭 필요하다.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읽어주는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