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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 [118]미국 ‘카펫배거(carpetbagger), 일본 ‘자객(刺客) 후보’

colorprom 2022. 6. 21. 20:06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18] 정당제 악용하는 선거 정치

 

입력 2022.06.03 03:00
 
 
 

미국에서는 지역 연고가 없는 타지에서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

카펫배거(carpetbagger)’라고 한다.

 

원래는 남북전쟁 직후 혼란을 틈타 남부 주(州)로 몰려간 북부 주 사람들을 부르던 말이었다.

돈벌이를 노려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는 북부 사람들을 경멸적으로 부르던 단어가

현대에 와서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연고가 약한 지역에서 출마하는 정치인을 지칭하는 말

전화(轉化)한 것이다.

 

뉴욕주 상원의원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 힐러리 클린턴 등이 대표적 카펫배거로 꼽힌다.

 

다만 미국에선 당 지도부 간섭 없이 해당 지역구 당원과 주민이 후보를 결정하므로

중앙당이 주도하는 한국식 ‘전략 공천’과는 결이 다르다.

 

일본에서는 지역 연고 없이 당 차원의 선거 전략으로 공천받은 후보를 ‘낙하산 후보’라고 한다.

이 외에 ‘자객(刺客) 후보’라는 말도 있다.

 

2005년 당시 고이즈미 총리는 우정 민영화 당론에 반기를 든 자당 의원들을 징벌하기 위해

의회 해산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냈다.

이때 반기를 든 의원 선거구에 자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후보를

세간에서 자객 후보라고 부른 것이다.

 

당내 파벌 싸움 끝에 반대파의 낙선에 방점을 두고 후보를 수십 명 공천한 것은

일본 정치사에서도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정당제가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으로 기능하면서

당의 의중이 선출직 후보 선정에 반영되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한국일본은 당 지도부가 사실상 공천을 좌우하는 중앙 집중식 정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제 치른 한국 지방·보궐선거에서는

현역 의원이 지역구를 다른 후보에게 내주고 본인은 타지의 지자체장에 출마하면서

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 무연고 지역에 출마하는 희한한 일도 있었다.

당내 특정인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생니를 뽑아 틀니를 억지로 끼워 맞추는 식의

정당 이기주의 선거 전략이었던 셈이다.

 

유권자는 뒷전인 채 정당제를 악용하는 정치 문화가

한국 정치 발전의 걸림돌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