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913

[사진]구성연의 ‘설탕’(2014~2017) 연작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6] 황금빛 달콤함에 안녕을 고함 신수진 예술기획자·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입력 2021.12.24 03:00 구성연, sugar11, 2015 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다. 길거리 크리스마스 캐럴은 언제부턴가 사라졌고 팬데믹의 두 번째 연말은 뉴노멀을 만들고 있다. 살아가는 게 달콤하기만 하다면 지금보다 더 신이 날까? 한 번도 그래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너무 달면 물리기 마련이다. 이제 우리는 익숙한 듯 낯선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보듬어 안고 과거를 잘 떠나보내야 한다. 구성연의 ‘설탕’(2014~2017) 연작은 말 그대로 설탕으로 만든 오브제들을 촬영한 것이다. 작가가 직접 설탕을 녹여서 화려한 그릇 형태로 물건들을 만들고 하나하나 쌓아 가면서 세트를 제작..

멋진 세상 2021.12.29

[책]대실 해밋 ‘유리 열쇠’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42] 추리소설보다 미스터리한 정치 김규나 소설가 입력 2021.12.22 03:00 대실 해밋 ‘유리 열쇠’ “사고였다고 생각해요?” 네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들이 재선을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정신을 잃고 일을 저지른 것 같아요.” 재닛은 양손을 맞잡아 깍지를 끼고 힘겹게 질문했다. “아버지를 내버려 두었다면 정말 폴을 쐈을까요?” “그랬을 겁니다. 법이 심판할 수 없는 죽음을 위대한 노정치인이 대신 갚아주었다며 빠져나올 수 있었을 테니까요.” - 더실 해밋 ‘유리 열쇠’ 중에서 아들의 불법 도박, 불법 마사지 업소 출입 및 성매매 의혹, 그리고 배우자의 허위 경력 논란과 관련, 여야 대선 후보들이 해명과 사과를 하느라 정치권이 번잡하다. 국정 책임자가 되려..

멋진 세상 2021.12.22

[책]폴 오스터, ‘달의 궁전’.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41] 달님이란 이름은 하늘의 달에게 돌려주고 김규나 소설가 입력 2021.12.15 03:00 폴 오스터, ‘달의 궁전’. 두 건물 사이로 난 틈새가 ‘달의 궁전’이라는 글자가 적힌 분홍색과 파란색의 선명한 네온사인 불빛으로 채워져 있었다. 중국 음식점의 간판인 것을 알았지만 내게 느닷없이 달려든 그 글자들이 현실적인 판단과 생각을 모두 앗아가 버렸다. 그것은 마법의 글자들이었다. 그 글자들이 하늘에서 바로 내려온 메시지인 것처럼 어둠 속에 걸려 있었다. - 폴 오스터 ‘달의 궁전’ 중에서 달(moon)이라 불렸던 권력자와 함께하는 마지막 해, 2021년도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일자리 확대, 권력 개혁, 부정부패 척결, 한미 동맹과 자주 국방으로 안보 강화, 청년 고용..

멋진 세상 2021.12.15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디지털 고려장’으로 떠밀려 가는 노인들… “우리는 개가 아니다”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입력 2021.12.11 03:00 그는 타고난 손재주와 성실함으로 한평생을 일궈왔다. 남에게 신세 지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었다. 아내와 사별한 후 주로 밤에 일해오던 늙은 목수, 다니엘 블레이크. 그는 어느 날 심장마비를 겪고 추락사할 뻔했지만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주치의의 권고에 따라 직장을 그만두고 치료와 재활에 전념하려 한다. 일러스트=유현호 문제가 생겼다. 영국의 행정 편의적이고 관료적인 시스템이 그를 골탕 먹이기 시작한 것이다. 건강이 안 좋아서 의사 권고에 따라 일을 그만두었는데 걸어다닐 수 있고 모자를 제 손으로 쓸 수 있다는 이유로 질병 수당을 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멋진 세상 2021.12.12

[책]'지금 다시 계몽'“자학하지 마라, 인류는 진보했고 더 좋아질 거다”

“자학하지 마라, 인류는 진보했고 더 좋아질 거다” 양지호 기자 입력 2021.10.02 03:00 도서/지금 다시 계몽/책표지 지금 다시 계몽 스티븐 핑커 지음|김한영 옮김|사이언스북스|864쪽|5만원 ‘자학(自虐) 사관을 버려라. 인류는 진보했고, 앞으로 인류의 삶은 더 개선될 것이다.’ 스티븐 핑커(67) 하버드대 교수가 낸 새 벽돌책 ‘지금 다시 계몽’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게 요약된다. 전작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2012)에서 인류사를 통틀어 폭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했음을 밝혔다. 그는 이번에는 기대수명, 건강, 행복, 인권 등 모든 면에서 인류의 삶이 이전보다 나아졌고,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 주장한다. 데이터로 승부한다. 인류의 삶이 진보했음을 보여주는 표·그래프만 75개에..

멋진 세상 2021.12.11

[영화] 레오 카락스 감독, ‘아네트(ANNETTE·2021)’.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48] Don’t cast your eyes, down the abyss 심연을 바라보면 안 돼 황석희 영화번역가 입력 2021.12.11 03:00 레오 카락스 감독, ‘아네트(ANNETTE·2021)’. ‘헨리 맥헨리’(애덤 드라이버)는 ‘신의 유인원(The Ape of God!)’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관객을 조롱하고 자신을 조소하는 이 공연엔 괴상망측한 대사가 차고 넘친다. 헨리는 샤워 가운만 걸치고 나와 코미디쇼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왜 너희 복내측 전전두피질을 자극해 15개 안면 근육을 수축시켜 광대근이 반응하게 하고 후두의 후두개를 반쯤 열어줘야 해?” 관객들은 까무러치게 웃는다. 레오 카락스 감독의 영화 ‘아네트..

멋진 세상 2021.12.11

낭만주의의 마지막 작곡가, 독일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박종호의 문화一流] 길었던 영욕의 인생을 마무리한 老예술가의 집 낭만주의 클래식 대가이자 ‘바그너의 계승자’ 獨 슈트라우스 유대인 며느리 보호하려 나치에 잠시 협조…나중엔 가택 연금 가르미슈 빌라에서 걸작 양산…침공한 미군도 존경심에 예우 박종호 풍월당 대표 입력 2020.09.28 03:00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일반적으로 가장 친숙한 분야가 낭만주의라고 할 수 있다. 학생 때부터 배운 낭만주의 음악은 베토벤에서 시작하여,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바그너, 리스트, 쇼팽, 말러 등의 음악이 모두 낭만주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로시니, 베르디, 푸치니 같은 이탈리아 오페라나 차이콥스키나 드보르자크 같은 민족주의적 음악도 실상 낭만주의 범주에 들어간다. 그런 거대한 낭만주의가 1900년을 전후하여 ..

멋진 세상 2021.12.08

[음악]스페인의 첼리스트 '파우 카살스'

[박종호의 문화一流] “재능은 네 것이 아니다” 아버지의 가르침… 아들은 ‘전설’이 되었다 고향 카탈루냐 발음 ‘파우’로 불리기 원했던 첼리스트 카살스 “넌 부자지만,난 가난한 남자 아내” 어머니도 평생 검소한 삶 박종호 풍월당 대표 입력 2021.02.08 03:00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세상에 알린 것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첼리스트 파우 카살스(Pau Casals·1876~1973)는 카탈루냐 출신이라, 자신의 이름 ‘파블로’를 카탈루냐어인 파우(Pau)라고 불러달라고 하였다. 고향에서 가까운 지중해의 해변 마을 산살바도르에는 백사장에 맞닿은 하얀 집이 눈에 띈다. 바다를 사랑한 카살스는 이 집을 직접 짓고 아침마다 해변을 걸으며 영감을 얻었다. 여름이면 많은 친구가 그를 찾아왔다. 그들은 매일..

멋진 세상 2021.12.08

[건축]바르셀로나에 건축가 가우디 있듯… 류블랴나엔 플레치니크가 있었다

[박종호의 문화一流] 바르셀로나에 건축가 가우디 있듯… 류블랴나엔 플레치니크가 있었다 박종호 풍월당 대표 입력 2021.07.12 03:00 세상에는 많은 도시가 있고, 도시마다 자랑하는 건축물들이 있다. 그리고 그 건물들은 자신을 설계한 건축가의 이름을 빛내고 있다. 그 중에는 건축가의 이름과 동일시되다시피 하는 도시도 있다. 이를테면 바르셀로나의 안토니오 가우디라든지 빈의 오토 바그너 같은 이들이다.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를 자신의 이름과 동격으로 만든 건축가가 있으니, 요제 플레치니크(Jože Plečnik·1872~1957)다. 바르셀로나가 가우디, 빈이 오토 바그너의 이름과 동격이듯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는 전체가 건축가 요제 플레치니크(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의 작품이다. 류블랴나의 상..

멋진 세상 2021.12.08

[음악]손가락 마비에 失明… 헨델은 고난 속에 완성한 ‘메시아’를 세상과 나눴다

[박종호의 문화一流] 손가락 마비에 失明… 헨델은 고난 속에 완성한 ‘메시아’를 세상과 나눴다 英서 ‘伊 오페라’로 성공한 獨음악가… 평생 질시·공격에 시달려 손 마비된 52세, 종교 합창곡에 영어로 가사를 단 ‘메시아’ 발표 수익은 모두 병원 등에 기부… “신과 인간에 진정한 의무 다해” 박종호 풍월당 대표 입력 2021.12.06 03:00 어느덧 12월이다. 연말이 다가오면 자주 공연되는 음악이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1685~1759)의 ‘메시아’다. 예수의 생애와 구원을 그린 이 작품은 계절적으로도 어울리지만, 음악적으로도 최고의 명작이다. 학교에서 우리는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고, 헨델은 음악의 어머니다”라고 들었다. 그래서 바흐나 헨델의 음악은 몰라..

멋진 세상 2021.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