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913

칸딘스키와 가브리엘레 뮌터

[박종호의 문화一流] 칸딘스키는 떠났지만… 여인은 나치의 마수로부터 연인의 그림을 지켰다 박종호 풍월당 대표 입력 2021.09.06 03:00 칸딘스키가 그린 젊은 날의 뮌터의 초상. 가브리엘레 뮌터는 화가 칸딘스키의 제자이자 연인이었고, 두 사람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작품 활동을 한 뮌헨의 집 ‘루센하우스’는 독일 표현주의 유파 ‘청기사파’의 산실이었다. /위키피디아 13년 전쯤 국내 유수 전시장에서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전’이라는 전시회를 열었다. 그런데 칸딘스키는 몇 점 되지 않았다. 다녀온 사람들은 “칸딘스키가 적어서 실망했다”거나 “그럴 것이면 왜 칸딘스키를 내세웠느냐?”고 말했다. 전시는 러시아의 국립미술관이 소장한 회화들을 가져온 것이었다. 그중에는 칸딘스키에 못지않은 훌륭한 러시아 ..

멋진 세상 2021.09.06

[드라마]‘구해줘’

“구해줘, 제발” 머리통 깨지도록 한 남자 믿었던 사람들 이야기 [왓칭] 거짓 친절, 사탕발림에 속아 넘어가 전재산 바치고 무보수 헌신 자처 맹목적 믿음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사이비 집단 탈출기 그린 ‘구해줘’ 최원우 기자 입력 2021.09.06 09:54 사이비 종교에 빠져 사이비에서 벗어나려는 딸의 머리통을 내리치는 남자의 모습. /구해줘 인간에게 믿음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2017년 방영됐던 드라마 ‘구해줘’는 실제로 있을 법한 사이비 종교 집단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하면서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구해줘’는 인간의 맹목적인 믿음이 자연스럽게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극한까지 내몰린 인간은 처음에 어떻게 믿음을 갖게 됐는지를 잊어버린다. 그럼에도 믿음 그 자체는 버리지 못한다. 이..

멋진 세상 2021.09.06

[영화] ‘팜 스프링스(Palm Springs∙2020)’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34] 너만의 어바인을 찾아봐 You got to find your Irvine 황석희 영화번역가 입력 2021.09.04 03:00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외딴곳에 있는 예쁜 모텔에서 결혼식 피로연이 한창이다. 동생 결혼식에 참석한 세라는 어딘가 탐탁지 않은 얼굴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피로연 사회자는 뜬금없이 세라에게 축사를 시키고 세라는 난처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린다. 이때 처음 보는 남자가 구원투수처럼 등장해 마이크를 뺏고 근사한 축사를 잇는다. 영화 ‘팜 스프링스(Palm Springs∙2020)’의 한 장면이다. 예정에 없던 축사를 한 남자의 이름은 나일스. 나일스는 다른 하객들과 달리 하와이안 셔츠에 반바지 차림이다. 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옷차림과 달리 축..

멋진 세상 2021.09.04

먼 곳에서 온 예술가들… 나라 잃은 이민자 아픔을 예술로

[아트 인사이트] 먼 곳에서 온 예술가들… 나라 잃은 이민자 아픔을 예술로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 입력 2021.09.01 03:00 파리 중심에 있는 오페라 가르니에는 1875년 나폴레옹 3세 시기 지어진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1964년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예술가 샤갈이 천장화를 그려 명소가 되었다. 그런데 이 작업에 참여한 한 네덜란드 예술가의 회고록을 읽어보니 당시 프랑스 일각에서 샤갈을 대하는 태도는 지금과 같지 않았나 보다. 자국의 예술가라고 여기기보다는 러시아 유대인이라는 점을 부각해 적대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샤갈은 경찰의 보호하에 작품을 마무리해야 했다. 파리의 명소 오페라 가르니에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마르크 샤갈의 원형 천장화. /픽사베이·위키피디아 샤갈도 망명자… 프랑스서 핍박..

멋진 세상 2021.09.01

[예능]‘타투 리두: 새롭게 새겨줘’

남이 골라준대로 문신을 새기자 벌어진 일 [왓칭] 망한 타투 새로 그려주지만 모양은 지인이 택한다 넷플릭스 ‘타투 리두: 새롭게 새겨줘’ 윤수정 기자 입력 2021.08.30 11:01 “인간의 실수야말로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스럽게 만든다.” 저명한 철학자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이와 같이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만일 내가 저지른 실수를 몸 어느 한 구석에 새겨놓고 매일 아침마다 봐야 한다면 어떨까? 아마 그 실수를 사랑스럽게 여기긴 쉽지 않을 것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출연자의 흉측한 문신. 어린시절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문신기계를 산 친구가 장난처럼 새겨준 것이지만, 성적인 욕설까지 적어버려 어른이 되어선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문신이 됐다고 설명한다. 문신이 합법화 된 일부 해외 국가에선 개인이 ..

멋진 세상 2021.08.30

[영화]‘사일런스(Silence∙2016)’.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33] 저는 당신의 침묵과 싸웠습니다 I fought against your silence 황석희 영화번역가 입력 2021.08.28 03:00 ‘사일런스(Silence∙2016)’. 1630년대 일본, 포르투갈 예수회의 선교사 페레이라 신부(리엄 니슨)가 유황 온천 앞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있다. 나가사키 수령은 비밀리에 선교 중이던 수사 넷을 잡아 배교를 강요하며 모진 고문을 가한다. 페레이라 신부는 배교를 거부하고 고문을 자청하며 자신의 신앙심을 한계까지 시험한다. 그리고 몇 년 후, 포르투갈 예수회로 소환된 로드리게스 신부(앤드루 가필드)와 가루프 신부(애덤 드라이버)는 그들의 스승인 페레이라가 결국 신을 공개 모독하고 배교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한다. 마틴 스코세..

멋진 세상 2021.08.28

[애니메이션][아프간]‘파르바나 : 아프가니스탄의 눈물’

[왓칭 Pick!] 탈레반의 현실, ‘파르바나 : 아프가니스탄의 눈물’ 아버지 위해 나선 아프간 소녀의 여정 애니메이션 ‘파르바나 : 아프가니스탄의 눈물’ 왓칭·Watching 입력 2021.08.27 08:09 소녀일 땐 차갑게 거절당했던 식료품점에서 드디어 음식을 살 수 있게 된 파르바나./넷플릭스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집권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권을 박탈당한 아프간 여성들의 비참한 처지가 뉴스에 연일 보도된다. ‘부르카’를 안 썼다고 총살을 당하거나 요리를 못 한다고 여성 몸에 불을 질렀다는 소식들이 ‘차라리 가짜 뉴스였으면’ 싶을 정도로 참혹하다. 애니메이션 ‘파르바나 : 아프가니스탄의 눈물’은 2001년 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기 직전, 여성 억압이 극에 달했던 ..

멋진 세상 2021.08.27

[영화][아프간]‘아웃포스트(The Outpost ∙2020).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32] 살아만 있으면 이기는 거야 We all stay alive out here, we win 황석희 영화번역가 입력 2021.08.21 03:00 ‘아웃포스트(The Outpost ∙2020). 캄캄한 밤, 미군 헬기 한 대가 아프가니스탄 캄데시의 한 전초기지로 접근한다.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탈레반의 로켓포를 의식해 조명도 일절 쓰지 않고 위험천만한 계곡을 비행해 도착한 그곳, 훗날 ‘키팅 기지’라 부르게 되는 ‘PRT 캄데시’다. 헬기에서 내린 경계 교대 병력 책임자 로메샤는 부하들과 막사에서 짐을 풀다가 전에 이 침상을 쓰던 사람이 써놓은 글귀를 발견한다. “상황이 나아지질 않는다(It doesn’t get better).” 2006년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군의 ..

멋진 세상 2021.08.21

[영화] ‘암살자들’

[기자의 시각] 누가 ‘분홍빛 인생’을 망쳤나 이미지 기자 입력 2021.08.19 03:00 북한 김정남 살해 사건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화 ‘암살자들’을 지난 주말 봤다. “영화에 네가 나오더라”는 동료의 말에 궁금한 마음이 일었다. 당시 필자는 베트남 특파원이었다. 몰래카메라로 여겨 김정남 얼굴에 화학물질을 발랐던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이 2년간 수감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다는 소식에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그를 기다리는 장면이 영화에 담겼다. 다큐멘터리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김정남 사건은 우리 생애 가장 완벽한 암살이었다. /더쿱 현지 시각 밤 10시. 흐엉은 마치 톱스타 같은 모습이었다. 화려한 옷에 선글라스를 끼고, 분홍색 캐리어를 끌고 나타났다. 그는 취재진에게 “앞으로 배우 일을 하고..

멋진 세상 2021.08.19

[그림]성모자께 간청하는 성 로크 -자크-루이 다비드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91] 종교화의 종말을 예고한 종교화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입력 2021.08.17 03:00 자크-루이 다비드, 성모자께 간청하는 성 로크, 1780년, 캔버스에 유채, 260×195㎝, 마르세유 미술관 소장. 1720년 남프랑스 항구도시 마르세유에 흑사병이 상륙했다.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로부터 유럽에 이르는 길목이었던 만큼 마르세유에서 전염병이 시작되면 온 유럽으로 퍼지는 건 시간문제.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바로 지난주 지면에서 소개했던 루벤스 그림 속 흑사병 환자의 수호성인 성(聖) 로크가 수백 년 세월을 거슬러 사람들 눈앞에 다시 나타나 병든 자들을 치유했던 것이다. 늘 흑사병의 위협에 시달리던 시(市)에서는 1780년, 이 놀라운 기적을 되새기고자 자크..

멋진 세상 2021.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