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책]대실 해밋 ‘유리 열쇠’

colorprom 2021. 12. 22. 14:45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42] 추리소설보다 미스터리한 정치

 

입력 2021.12.22 03:00
 
 
대실 해밋 ‘유리 열쇠’

“사고였다고 생각해요?” 네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들이 재선을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정신을 잃고 일을 저지른 것 같아요.”

재닛은 양손을 맞잡아 깍지를 끼고 힘겹게 질문했다.

“아버지를 내버려 두었다면 정말 폴을 쐈을까요?”

“그랬을 겁니다.

법이 심판할 수 없는 죽음을 위대한 노정치인이 대신 갚아주었다며

빠져나올 수 있었을 테니까요.” - 더실 해밋 ‘유리 열쇠’ 중에서

 

아들의 불법 도박, 불법 마사지 업소 출입 및 성매매 의혹,

그리고 배우자의 허위 경력 논란과 관련,

여야 대선 후보들이 해명과 사과를 하느라 정치권이 번잡하다.

 

국정 책임자가 되려면 검증을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

그들은 가족에 대해 몰랐을까?

절대 드러날 리 없다고, 터져도 문제 되지 않는다고,

그런 것쯤 대충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을까?

 

폴은 선거를 앞두고 상원의원 헨리의 재선을 위해 자금과 조직을 동원하는 지역 거물이다.

그런데 의원의 아들이 시체로 발견되고 폴이 의심을 받는다.

그와 경쟁하던 조직의 협박을 받은 언론사도 폴에게 불리한 기사를 쏟아낸다.

하지만 호형호제하며 폴의 브레인 역할을 하던 네드가 사건을 조사하고

뜻밖에도 상원의원이 범인임을 알아낸다.

 

아들을 죽인 의원은, 선거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며 사건 현장을 조작하고

용의자 선상에서 자신을 배제해준 폴마저 죽이려 했다.

진실을 알고 있는 그를 믿지 못했고 그 살인까지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 했던 것이다.

 

많은 사람이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다.

그러나 길을 잃고 헤매다 산해진미가 차려진 오두막을 발견하고

잠긴 문을 열었으나 뱀들이 쏟아져 나왔고,

다시 문을 잠그려 했지만 열쇠가 깨져 결국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는 소설 속 꿈 이야기처럼,

눈앞에 보이는 희망이 더 끔찍한 재앙을 불러오는 유리 열쇠가 되기도 한다.

 

본인과 가족의 잘못을 책임지는 정치인을 보기 힘들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는 너무 낡은 교훈이라 하겠지만

정치가 추리소설보다 더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지는 세계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