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사진]구성연의 ‘설탕’(2014~2017) 연작

colorprom 2021. 12. 29. 14:45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6] 황금빛 달콤함에 안녕을 고함

 

입력 2021.12.24 03:00
 
 
구성연, sugar11, 2015

 

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다.

길거리 크리스마스 캐럴은 언제부턴가 사라졌고

팬데믹의 두 번째 연말은 뉴노멀을 만들고 있다.

 

살아가는 게 달콤하기만 하다면 지금보다 더 신이 날까?

한 번도 그래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너무 달면 물리기 마련이다.

이제 우리는 익숙한 듯 낯선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보듬어 안고 과거를 잘 떠나보내야 한다.

 

구성연의 ‘설탕’(2014~2017) 연작은 말 그대로 설탕으로 만든 오브제들촬영한 것이다.

작가가 직접 설탕을 녹여서 화려한 그릇 형태로 물건들을 만들고

하나하나 쌓아 가면서 세트를 제작했다.

3m 폭에 달하는 세트를 완성하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리는 작업 과정을 거치면서

그릇들은 녹아내리기도 하고 서로 엉겨붙어 하나의 거대한 조각이 되었다.

 

끈적하고 흥건하게 서서히 흘러내리는 설탕 조각은

충족되지 않은 기대와 지속될 수 없는 쾌락을 보여준다.

 

설탕이 너무 귀해서

자물쇠를 채워 아름다운 그릇에 보관했던 16세기 프랑스 귀족들

점점 음식에도 설탕을 넣기 시작했다고 한다.

채소나 생선, 고기에서까지 단맛을 탐하게 되자

설탕이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도 늘어났다.

 

신맛과 짠맛, 순한 맛과 진한 맛을 적절히 분배하면서 조화를 추구하는

코스 요리를 구성하고 강렬한 마침표의 디저트를 즐기게 된 배경에는

단맛에 대한 탐욕을 절제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흔치 않고 귀해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물건을 열망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이다.

구성연 작가는 자신이 소유하고 싶은 것들,

달콤함으로 상징되는 열망을 위한 제단을 만들고

그 모든 것을 떠나보내는 의식을 치른 것이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달콤함, 그 안에 담긴 탐욕의 흔적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다만 사진이 질펀하게 아름다운 향연의 시간을 증거하고 있을 뿐이다.

 

오늘을 두 번 사는 사람은 없으니 현재는 늘 낯설다.

하지만 지금은

다가올 내일을 위해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접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