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8일, 토요일
느긋하게 나선 출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윗층 사시는 어르신을 만났다.
늘 현관문 앞 작은 화단을 가꾸시던 분이셨는데, 어느새 보행기를 쓰고 계셨다.
- 아이구, 오랫만이예요. 지난 겨울에 한번 보고 처음인 것 같네...어머니는 어떠셔?
1주기가 지났는데...지난 겨울에 만난 게 아니고 지지난 해에 만나뵌 듯~ *^^*
그새 할아버지는 세브란스에 입원해 계시고, 당신은 보행기에 의지하여야 걸을 수 있으시고...
지금도 따님과 세브란스 가시는 길이라고 하셨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리 양보 받는 게 미안한 따님, 택시값이 얼마냐며 버스를 고집하시는 어르신! *^^*
역시나 자리 양보 받으신 어르신을 대신해서 우리 젊은(?) 2 사람은 서서 수다 삼매경~
물론 주로 내가 말하고, 그녀는 거의 듣는 수준이었지만~!
- 힘이 들어도 예정된 이별 준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즐기세요. 그래야 그나마 마음 편해져요.
- 형제가 있거들랑 1/n 어쩌고 하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말고, 고맙다고 생각하세요. 내 부모 일이니까요...
- 참, 같이 움직일 때, 서두르거나 '빨리빨리~'하지 마세요. 바빠도 느긋한 척 하세요. 무척 미안해 하셔요...
- 최고의 효자는 어른과 같이 있어주는 자식이예요. '부잣집에 시집간 백수 딸'!!! ㅎㅎㅎ~
-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 봤어요? 한번 보세요. 안네 프랭크가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선택한다'는 말,
참 감동이더라구요. 지금 누리는 것을 볼 것이냐, 지금 힘드는 것을 볼 것이냐도 같은 말인 것 같아요.
세상에는 공짜가 없지 싶어요. 부모님들이 일찍 돌아가셨으면 아마 내 몸의 약점도 모를거예요....
돈도 돈이지만...한편, 내게 의지하시는 부모님들로 행복감도 있어요...그리고 많이 배우게 되더라구요.
나이는 나보다 한참 아래일 그 따님...
한참 만에 와서일까, 사람이 제법 많은 버스였는데, 둘이 서서 속닥속닥...몇 번이나 같이 눈시울을 붉혔다.
젊은 딸과 늙은 딸의 중간에 노년의 엄마가 계셨다.
버스를 갈아탄다고 내리면서 어르신께 당부했다.
- 따님 말 잘 들으셔요!
환히 웃으시며 바이바이 해주시는 엄마와 딸~
버스에서 내리는데 눈물샘이 기어이 터졌다.
에이, 오늘 작정하고 일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눈이 아프겠구만...쩝.
어이, 따님~즐기셔요. 엄마랑 나들이한다고 생각하세요, 병원으로~
그리고 어른이랑 함께 할 때는 '빨리빨리~' 라는 말은 금물인 거 알지요?!
속도 맞추려고 무지 부담스러워하신다는 것~잊지 마셔요!!! *^^*
내 수다 어느 대목이든 그녀에게 위로가 되었기를~~~
그리고 202호 아줌마가 무지무지 그녀를 부러워한다는 것도 알아주기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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