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친정]아버지와의 외식

colorprom 2016. 6. 18. 14:03

2016년 6월 18일, 토요일

 

친정아버지는 딸과 사위가 출근하고 나면 24시간 간병사 아주머니와 종일 함께 계신다.

하루 3번 식사와 간식, 약 복용은 해결되었지만, 마음 놓고 멀리 못 나가시니 답답하시지 않을까 싶어서,

우리가 가는 날은 되도록 조금 멀리 나가서 외식을 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일단 차로 나가는 것을 겁내 하셨다.  (어디지?  어디 가는 거냐???...)

그리고 약간 어두컴컴한 지하 주차장도 싫어하셨다. (아, 아, 아닌데, 아닌데...!)

그래서 방법을 찾았다.

가까운 곳으로 가되 주차하기 전에 밝은 밖에 내려드려서 걸어서 들어가시도록 하고,

일상 대화는 그런대로 되는데, 구체적인 이름을 모르시는 장애가 있으시니

음식 모형이 있는 곳으로 가기로.

 

그러나 늘 시작은 '미안합니다.  비싼데...비싼데...싼 거...' 하시다가 결론은 늘 햄버거다.

진짜 빵 좋아하신다!!!

 

지난 주에는 가든 파이브의 이마트로 가기로 했다. 

손수 장을 보시던 기억을 떠올리며 자극도 받으시기를 바라는 마음 + 식당보다는 좀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늘 집 베란다에서 바라다 보시던 곳이고, 산보삼아 직접 장보러 가시던 곳이었는데도 그렇게나 두려워하셨다.

어디 가느냐?  어디?  어디라고???...

 

이마트에 들어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려하는데 마침 뒤에 모녀가 들어오고 있기에 먼저 가시라고 했더니,

아니예요, 괜찮아요~하다가 겨우 앞장을 서면서 

'아유, 참 고우시다~ 연세가 어떻게 되셔요? 90이요? 아유~참 고우시네요~우리도 치매환자가 계셔요~'했다.

 

말 몇 마디에서도 함께 겪는 공감과 위로와 격려의 마음이 전해졌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잠시 잠깐 엇갈리면서도 [우리]를 느낄 수 있었다.

고난, 어려움으로 마음의 지평이, 영역이 넓어진다~는 말이 실감났다.

 

햄버거, 피자, 파스타, 콜라, 커피 그리고 따라나온 꿀 ...

피자보다 햄버거~이신 아버지, 결국 꿀에 항복.  '꿀을 피자 한 조각에' 발라 드셨다. 아주 맛나게. 끝까지.

꿀이 '그 꿀'인줄 모르셨다가~처음부터 '그 꿀'인줄 아셨으면 햄버거에 꿀을 발라드셨을지도!  *^^*

 

정보에 의하면 롯데마트 2층이 푸드코트라네요. (엄청난 정보지요~ㅋ~!!!)

나는 롯데마트에 붙어있는 롯데리아, 피자, 아이스크림 가게 앞의 좌석이 다 인줄 알았구만~

다음 주에는 롯데마트 2층 푸드코트로 가기로 합니다. 음식 모형이 많이 있으면 좋겠는데요~~~

 

그렇게 다니다 보면 어느 날,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을 겁니다.

다시 어느 모르는 병원에 나를 데려다 놓을까...하는 의심도 확실히 사라지는 '어느 날'이 되면. *^^*

 

비행기는 못 타셔도 무의도나 강화도나 과천 동물원 정도라도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으흠...

 

다행히도 막내동생 집이 엄마아버지가 40 여년을 사시던 그 아파트 단지에 있습니다.

아버지의 3년간의 병원생활에 구멍이 뻥 뚫린 과거 기억이 익숙한 곳에서 다시 안정되시는 듯합니다.

'그래, 여기가 내가 살던 곳이야, 여기도 내가 다니던 곳이야...'하시며 확인하시고, 또 확인하신답니다!

그러면서 한편 엄마 생각을 더 하시는 것도 같습니다만...

그래서 동생부부에게 참 고맙습니다.

 

정말 노인들에게 익숙한 곳에서 이사하라든가 하는 일은 요구하면 안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래저래 많이 배웁니다.  으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