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9004

대통령 호칭

[만물상] 대통령 호칭 배성규 논설위원 입력 2022.04.13 03:18 조선 시대 궁궐엔 건물에도 품계가 있었다. 왕이 업무를 보던 전(殿), 왕족이나 정승이 쓰던 합(閤), 판서급이 쓰던 각(閣) 등이다. 임금이 묵던 전과 ‘그 아래 엎드려 아뢴다(下)’는 말을 합쳐 ‘전하(殿下)’라고 불렀다. 황제를 뜻하는 ‘폐하(陛下)’는 궁전 ‘섬돌(陛)’ 층계 아래에서 우러러 본다는 뜻이다. ‘합하(閤下)’는 왕족이나 정승을, ‘각하(閣下)’는 판서 이상 대신을 지칭했다. ▶일본 메이지 시대엔 고위급 군 장성을 각하라고 했다. 일제 때는 총독을 ‘갓카’라고 불렀다. 이승만 정부에선 대통령을 각하로 부르도록 했다. 한때 부통령, 총리, 고위 장성까지 각하로 불러 각하 호칭 폐지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박정..

세상 공부 2022.04.13

‘폴리페서(polifessor·정치인+교수)’

[데스크에서] 강의 팽개치고 떠나는 교수 이위재 기자 입력 2022.04.13 03:00 윤석열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이 유력하다는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학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대선 캠프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까지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 김 교수 이름으로 개설된 두 과목 다 논문 지도가 주 내용이다. 강의 준비 부담이 없다. 동료 교수들은 학교에서 별로 본 적이 없다면서 “이미 휴직하고 떠나지 않았냐”는 반응이다. 김 교수가 청와대행 탑승에 성공하면 이 두 과목은 폐강되거나 대체 강사에게 넘어간다. 학생들만 울상이 될 상황이다. 청와대에 못 가도 김 교수는 손해 볼 일이 없다. 합법적으로 한 학기를 강의 부담 없이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서울대 교수는 한 학기 ..

세상 공부 2022.04.13

정치 보복

[김대중 칼럼]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끊자 김대중 칼럼니스트 입력 2022.04.12 03:20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 좌파와 우파의 골이 이렇게 깊고 심각한 적이 없었다. 현실적으로 친문(문재인)-친명(이재명) 등 기존 여권과 친윤(윤석열) 등 야권의 대립은 정책과 이념의 차이를 떠나 분노와 증오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숫자로도 알 수 있다. 첫째, 지난 대선 때 당락의 차이가 0.73%에 불과했다. 둘째,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나들고 있다. 역대 전례가 없다. 셋째, 당선 직후 80% 지지를 즐긴 역대 대통령과 달리 윤 당선인의 지지율은 50% 안팎이다. 이것도..

세상 공부 2022.04.12

이제야 없애는 한국식 나이

[만물상] 이제야 없애는 한국식 나이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2.04.12 03:18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이용호 간사(왼쪽)와 박순애 인수위원이 1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법적, 사회적 나이 계산법 통일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프랑스대혁명이 구(舊)체제 혁파를 기치로 내걸자 여성들이 반색하며 “여자에게도 바지를 허용하자”는 운동을 벌였다. 혁명 정부는 반대했다. “여자는 치마 입는 전통을 따라야 한다”며 바지를 입을 경우 경찰 허가를 받으라는 법을 만들었다. 1800년 11월 만들어진 이 법은 사문화된 후에도 끈질기게 남아 있다가 2013년에야 공식 폐지됐다. 인습을 고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다. ▶알바니아 소설가 이스..

세상 공부 2022.04.12

‘검수완박’

[기자의 시각] ‘검수완박’이라는 가짜 개혁 윤주헌 기자 입력 2022.04.12 03:00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직후인 작년 초 잘 아는 기자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사건 진행 상황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특정 성향을 가진 시민단체가 정치적 목적으로 고발한 사건이라 ‘무혐의’ 종결이 어렵지 않아 보였다. 경찰은 꽤 까다로운 조사 과정을 거친 뒤 불송치 결정을 했는데 검찰은 미진한 부분이 있다며 재수사를 요청했다. 그런데 경찰은 요청 내용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경찰은 “솔직히 검찰이 무엇을 보완해 달라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예전이었다면 검사가 직접 수사를 보완해 사건을 정리할 수 있었지만,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수사한 사건에 대해서 직접 보완하기 어려워지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

세상 공부 2022.04.12

[강헌] 용기에 관하여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07] 용기에 관하여 Sia ‘Courage to Change’(2020) 강헌 음악평론가 입력 2022.04.11 03:00 Sia ‘Courage to Change’ ‘돈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는 것은 크게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금언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영국의 정치가이자 전시(戰時) 총리였던 처칠은 이 격언에서 건강 자리에 ‘용기’를 넣어 말했다. 그는 용기를 잃는 것이야말로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처칠을 존경하는, 그래서 처칠에 대한 평전까지 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깜짝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누구도 예상..

세상 공부 2022.04.11

‘전투 1타 강사’ 미군

[동서남북] ‘전투 1타 강사’ 과외를 스스로 걷어찬 5년 임민혁 기자 입력 2022.04.08 03:00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의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평화협상을 위해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연기를 촉구하고 있다. 2021.7.1 /국회사진기자단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많은 군사 전문가는 러시아군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는 점에 놀랐다. 단순 전력만 비교하면 러시아의 공군력은 우크라이나의 5배 수준이고 지상군 규모나 개인 무장, 화기 등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압도한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조직력 부족을 드러내면서 고전했다. 전역에서 끌어모은 병력은 함께 작전을 펼쳐본 적이 없다 보니 제병 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명령 체계가 일사불란하지 않고, 부대 간 보안 통신 연결도..

세상 공부 2022.04.11

팜파탈

[만물상] 팜파탈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2.04.11 03:18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콜키스 왕국의 공주 메데이아는 희대의 악녀다. 아버지의 황금 양피를 훔치러 온 이아손에게 반해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다가 뒤쫓아 온 동생들을 죽인다. 남편이 코린토스 공주 글라우케와 다시 결혼하자 무서운 복수극을 벌인다. 글라우케를 불태워 죽인 것만도 잔인한데, 자기가 낳은 자녀까지 이아손의 씨라며 모조리 살해했다.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는 ‘변신 이야기’에서 “잔인한 어머니가 사악하게 복수했다”고 썼다. ▶악행을 저지르는 데 남녀가 따로 있지 않다. ‘자식을 살해하는 어머니’ 신화도 고대부터 여성에 의한 잔혹 범죄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파멸적인 여성’이란 뜻의 프랑스어 ‘팜파탈’(femme fata..

세상 공부 2022.04.11

무조건 ‘기밀’인 대중 외교

[특파원 리포트] 무조건 ‘기밀’인 대중 외교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입력 2022.04.11 03:00 2021년 4월 3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중국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8월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출범시킨 회의가 있다. 한·중 관계 미래발전위원회다. 양국의 정치인, 국책 연구기관 대표, 전문가들이 참여해 한·중 관계 발전 방향을 논의 중이다. 수교 20주년 때도 비슷한 모임이 있었다.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전문가 공동 연구위원회’다. 2010년, 2012년 한·중 전문가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양국 정부에 전달했다. 2012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보고 대..

세상 공부 2022.04.11

[신상목] [114] 위의 정책, 아래의 대책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14] 위의 정책, 아래의 대책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입력 2022.04.08 03:00 전근대 시기 동아시아 통치자들은 흉년⋅재해 등으로 민심이 흉흉해지면 민간 소비를 통제하려 드는 속성이 있었다. 조선 조정과 일본의 에도 막부는 나라 기강을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수시로 ‘사치 금지령’을 발령하고는 했다. 대표적인 것이 의복 규제였다. 염색 천 소비가 늘면 환금작물 재배가 늘어나 식량작물 재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유였다. 18세기 에도 막부의 사치 금령은 구체적이었다. 의복 색을 쥐색·차(茶)색·남색의 3색으로 제한한 것이다. 도시화와 상업 문화가 꽃피기 시작한 일본 소비자들은 금령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옷에 대한 욕구가 여전했고, 규제를 피하..

세상 공부 2022.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