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913

[영화]박찬욱의 ‘헤어질 결심’

[일사일언] 하늘만 허락한 ‘결심’ 김도훈·문화칼럼니스트 입력 2022.07.12 03:00 옛 가십 기사 읽는 응큼한 취미가 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스캔들은 꽤 흥미진진하다. 이를테면 나는 외할머니가 좋아하던 가수가 스캔들의 여왕이었다는 사실을 옛 기사들로 알게 됐다. ‘선데이 서울’ 1970년 5월호 기사는 “스캔들의 가희가 또 스캔들을 날리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혼한 전 남편의 친구와 살던 중 새로운 남자를 만난 그는 언론이 떠들자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말했다. “내 나이 서른인데 불장난할 때는 아니잖아요? 이렇게 된 이상 결혼할 생각은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스캔들은 60년대 최고 영화배우들의 간통 사건이다. 1962년 당대를 풍미하던 두 사람은 간통으로 고소당했다...

멋진 세상 2022.07.12

[영화] ‘킬링 디어(The Killing of a Sacred Deer)'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78] To balance things out, understand? 균형이 맞겠죠? 황석희 영화번역가 입력 2022.07.09 03:00 ‘킬링 디어(The Killing of a Sacred Deer)' 가족 중 한 명을 반드시 제물로 바쳐야 한다면 누굴 택할 것인가? 이 말도 안 되는 질문은 그리스 비극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의 주제이며 그 비극을 모티브로 한 영화 ‘킬링 디어(The Killing of a Sacred Deer∙2017∙사진)’의 주제이기도 하다. 심장전문의 스티븐 머피(콜린 패럴 분)는 아름답고 다정한 아내, 착한 아이들, 부유한 삶 등 전형적인 성공을 누리며 살고 있다. 하지만 남 부러운 것 없는 스티븐을 쩔쩔매게 하는 신비한 아이가 있다. 스..

멋진 세상 2022.07.09

기도하는 손 - 알브레히트 뒤러 (Albrecht Duerrer1471-1528)

【기도하는 손】 뒤러라는 유명한 화가가 있었다. 이 화가는 어린 시절에 무척이나 가난했기 때문에 미술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었지만 자기의 학비를 댈 수가 없었다. 그는 자기와 같은 처지에 있는 가난한 친구와 만나서 의논을 했다. 그 친구는, “뒤러야, 우리가 도무지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데 이렇게 해보자. 네가 먼저 학교에 가서 열심히 공부를 하렴, 나는 식당에 가서 돈을 벌어 너의 학비를 대겠다. 네가 공부를 마치면 그 다음에 또 네가 나를 지원해 주면 내가 공부를 할 수 있지 않겠니?” 라고 제의 하면서 앨버트 뒤러를 위해서 땀 흘리며 쉬지 않고 일했다. 그리고 매달 이 뒤러에게 학비를 보냈다. 뒤러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미술학교를 마치게 되었다. 그가 학교를 졸업할 쯤에는 그의 그림도 서너 편씩 팔..

멋진 세상 2022.06.24

[우정아] [433] 에드바르 뭉크, 스페인 독감에서 살아남은 화가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33] 스페인 독감에서 살아남은 화가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입력 2022.06.21 03:00 에드바르 뭉크, 스페인 독감에 걸린 자화상, 오슬로 노르웨이 국립 미술관 소장. 핏기 없는 얼굴, 푸르스름하게 자라난 수염, 움푹 꺼진 눈자위에 힘없이 입을 벌려 긴 한숨을 내쉬는 이는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1863~1944)다. 무거운 이불을 들추고 침대에서 겨우 일어나 가운과 담요로 온몸을 둘둘 말고서 의자에 앉은 화가는 지금 격리된 채 스페인 독감을 앓는 중이다. 눈동자마저 희미하게 사라진 그의 얼굴에서는 질병으로 고통받다 이제 더 이상 이겨낼 의지나 기운 따위가 전혀 남지 않은 자포자기의 심정이 느껴진다. 그러나 어쨌든 그는 이 와중에도..

멋진 세상 2022.06.21

[영화] '허슬러'(2020)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75] Hurt people hurt people 상처받은 사람은 상처를 준다 황석희 영화번역가 입력 2022.06.18 03:00 영화 '허슬러'(2020)의 한 장면. 경제가 호황이던 2007년 미국, 돈을 찍어내다시피 벌고 있는 월가(街) 주변 클럽들은 오늘도 모두 만원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스트립 클럽에 출근한 데스티니(콘스탄스 우 분)는 이런 풍요로움이 딴 세상 얘기처럼 느껴진다. 풍요로운 세상에서도 부유한 자들은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자들은 더욱 가난해진다. 이 불공평한 세상에 속한 데스티니의 무대명은 아이러니하게도 ‘저스티스(Justice)’.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허슬러(Hustlers∙2020∙사진)’는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상처받은 자들..

멋진 세상 2022.06.18

[영화] ‘아토믹 블론드(Atomic Blonde)'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70] It’s a double pleasure to deceive the deceiver 속이는 자를 속이는 건 두 배의 즐거움 황석희 영화번역가 입력 2022.05.14 03:00 영화 ‘아토믹 블론드(Atomic Blonde)' 1989년, 동서독을 나누고 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 각국의 스파이들이 베를린에 집결해 있다. 이들의 목표는 하나, 전 세계 스파이들의 신원과 뒷거래가 적혀 있는 마이크로필름 ‘더 리스트’를 손에 넣는 것이다. 오랜 시간 세계를 긴장하게 한 냉전도 베를린 장벽과 함께 무너지려는 찰나, 이 리스트가 풀리면 세계는 또다시 기약 없는 냉전에 돌입한다. 앤서니 존스턴의 그래픽노블 ‘콜디스트 시티’를 원작으로 한 영화 ‘아토믹 블론드(Atom..

멋진 세상 2022.05.14

[영화] ‘죽을 때까지(Till Death)’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68] Till death do us part 죽음이 우릴 갈라놓을 때까지 황석희 영화번역가 입력 2022.04.30 03:00 영화 ‘죽을 때까지(Till Death)’ 잘나가는 변호사 남편, 남 부러울 것 없는 생활. 에마(메건 폭스 분)는 누가 봐도 부족함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어두워 보인다. 오늘은 다름 아닌 내연남에게 이별을 고하는 날이다. 결혼 11주년을 맞은 오늘, 에마는 더 이상 죄책감을 지고 살 순 없다. 영화 ‘죽을 때까지(Till Death∙2021∙사진)’의 한 장면이다. 남편 마크(오언 매컨 분)는 전직 검사로 에마를 공격한 강도들을 감옥에 보낸 장본인이다. 그 후 에마와 가까워지며 결혼에 이른다. 끔찍한 순간은 ..

멋진 세상 2022.04.30

[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Encanto)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66] The stars don’t shine, they burn 별은 빛나는 게 아니라 타오르는 것 황석희 영화번역가 입력 2022.04.16 03:00 엔칸토: 마법의 세계(Encanto) 콜롬비아 깊은 산속, 작은 마을 엔칸토. 이 마을엔 마드리갈 가족이라는 신비한 가족이 생명이 깃든 마법의 집에 살고 있다. 이 마법의 집엔 기적의 촛불이 있어서 마드리갈 가족에게만 기적의 재능을 하나씩 내린다. 할머니부터 엄마, 이모, 사촌, 언니들까지 모두 저마다의 재능을 하나씩 부여받고 이제 막내인 미라벨이 재능을 받을 차례. 마을 사람 모두가 숨죽여 어떤 재능을 받을지 기다리지만 기적의 문은 열리지 않고 미라벨에게는 아무런 재능도 부여되지 않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

멋진 세상 2022.04.16

[책]반 고흐의 누이들|빌럼 얀 페를린던 지음

“오빠의 예술은 존중하지만, 인간 반 고흐는 좋아할 수가…” 세 여동생이 가족에 쓴 편지 토대… 神話 벗기고 ‘오빠 반 고흐’ 그려 곽아람 기자 입력 2022.04.09 03:00 반 고흐의 누이들|빌럼 얀 페를린던 지음|김산하 옮김|만복당|352쪽|2만5000원 “오빠는 사람에 대해 지나친 환상이 있어서 그 사람을 다 알기도 전에 먼저 판단해 버려. 그리고 사람들의 민낯을 보거나 자신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금방 실망하고는 시들해진 꽃다발처럼 내다 버리지. 시든 꽃다발에서도 조금만 잘 다듬으면 버리지 않아도 될 만큼 괜찮은 것을 찾을 수 있을 텐데 말이야.” 1875년 4월 28일 영국 웰린, 교사 일을 하던 스무 살 네덜란드 처녀 안나가 남동생 테오에게 이런 편지를 쓴다. 안나는 영국서 함께 생활하..

멋진 세상 2022.04.09

[책]역사를 만든 음악가들|로르 도트리슈 지음

작곡가 쇼스타코비치… 공산주의 대변한 까닭 김성현 기자 입력 2022.04.09 03:00 북스/역사를 만든 음악가들 역사를 만든 음악가들|로르 도트리슈 지음|이세진 옮김|프란츠|296쪽|1만7800원 소련 작곡가 쇼스타코비치(1906~1975)는 스탈린의 핍박을 두 번이나 받고도 살아남았다. 1936년 오페라 공연 직후에는 “음악이 아니라 혼돈”이라는 당 기관지 프라우다의 비판을 받았고, 1948년에는 ‘형식주의자’로 내몰렸다. 목숨은 부지했지만 그보다 더한 치욕이 기다렸다. 이듬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 평화 대회에 소련 대표로 참석하라는 명령이었다. 당국의 비판을 받았던 작곡가가 공산 체제의 대변자 노릇을 하게 된 것이다. ‘제국주의적 자본주의’ 작곡가들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는 이렇게 답했다. ..

멋진 세상 2022.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