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78] To balance things out, understand?
균형이 맞겠죠?
가족 중 한 명을 반드시 제물로 바쳐야 한다면 누굴 택할 것인가?
이 말도 안 되는 질문은 그리스 비극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의 주제이며
그 비극을 모티브로 한 영화 ‘킬링 디어(The Killing of a Sacred Deer∙2017∙사진)’의
주제이기도 하다.
심장전문의 스티븐 머피(콜린 패럴 분)는
아름답고 다정한 아내, 착한 아이들, 부유한 삶 등 전형적인 성공을 누리며 살고 있다.
하지만 남 부러운 것 없는 스티븐을 쩔쩔매게 하는 신비한 아이가 있다.
스티븐은 이 아이만 나타나면 안절부절못하고 가진 것들을 다 털어주고
심지어 아주 불합리한 부탁까지 모두 들어준다.
이 아이의 이름은 마틴(배리 케오간 분).
스티븐의 음주 수술로 아버지를 잃고 스티븐에게 아주 괴이한 앙심을 품고 있다.
식사 자리에서 스티븐이 묻는다. “감자튀김은 안 먹니?”
마틴은 마지막에 먹으려고 남겨둔다고 말한다.
“제일 좋아하는 거라 꼭 마지막에 먹어요(I really like fries. I always save them for last).”
스티븐에겐 이 말이 왠지 소름 끼치게 들린다.
얼마 후 스티븐의 막내아들 밥은 다리가 마비되어 주저앉고 만다.
온갖 검사를 다 했지만 원인은 불명.
이때 나타난 마틴은 믿기 어려운 말을 던진다.
아이들과 당신 부인까지 모두 앓다가 죽을 거라며
가족들이 갑자기 앓게 된 병의 발전 상태를 정확히 예견한다.
“제 가족을 죽였으니 선생님 가족도 죽여야 균형이 맞겠죠?
(Just like you killed a member of my family,
now you gotta kill a member of your family to balance things out, understand?)”
이제 방법은 하나.
마틴의 말처럼 가족 중 하나를 택해 죽이면 나머지 가족에게 걸린 저주가 풀린다.
스티븐은 누굴 택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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