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0일, 화요일
아침 뉴스~대우 김우중 회장 별세!!!
대우 뉴욕지사 발령으로 미국에 갈 수 있었던 나는,
늘 진심으로 김회장님 식사 한번 사드리고 싶다고 했었다.
1983년, 미국을 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던 그때,
대우 덕분에 미국에 가서 90년에 돌아올 때까지 먹고 자고 공부하고 일할 수 있었으니까.
그 기간은 단순히 미국에서 사는 것...정도가 아니었다.
맏며느리에 외며느리로서 100일 된 아이까지 데리고
감히, 회사 발령 아니면, 어찌 바다 건너 갈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인가.
그때, 그 시절에! *^^*
신문기사 스크랩을 하려고 블로그에서 [김우중 회장]을 검색하니 옛날에 쓴 글이 나왔다.
히야~2013년 4월...6년 하고도 8개월 전의 글이다.
새파랗게(?) 젊은 때구만...거의 지금 수준의 상황이 연상되는 글이다.
나, 정말 애늙은이~조로할머니, 맞다!!! ㅎ~
출근길에 남편에게 슬쩍 물었다.
- 내가 꼭 식사 한번 대접하고 싶다고 했는데...장례식장에 가서 한끼 얻어먹고 올까?
- 하필 지금...통 시간이 안 될 것 같네...ㅉ
김우중회장님의 용기로 많은 사람들이 큰 세상을 볼 수 있었던 것, 감사합니다.
분식회계니 뭐니 말들이 많지만, 적어도 덕분에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던 저는, 무조건 감사합니다.
번듯하게 서 있는 대우빌딩, (저에게는 영원히 대우빌딩입니다! *^^*) 그 안에서 일어난 그 많은 일들...
제가 뭘 그리 알겠습니까만...그래도 진심 감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알아주시기를 바랍니다.
크게 만들고 크게 잃으셨던 그 마음...이제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옛날 대우직원 아내, 이경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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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0일
- 얘들아,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다. 그저 건강하게 살아만 있어다오!
- 엄마,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어요. 그저 건강하게 오래만 사세요!
- 여보,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어요. 그저 아픈데 없이 내곁에 살아만 있어줘요!
이런 말이 평화시에 할 말인가?
일상적인 생활에서 이런 말, 이런 마음으로 살기가 쉬울까? ㅎ~
지난 주엔가, 어떤 아줌마(?)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그녀는 미군부대 근처에서 나고 자란 여성이었다.
자기의 미래에 대한 별 희망이 없이 학교도 일찍 그만두고 부대 근처 클럽에서 잔뼈가 굵은 여자였다.
자연히 어려서는 잔심부름을 하다가 좀 자라서는 클럽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막연한 꿈은...이루어지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미군과 결혼하여 미국으로 가는 것 정도였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한 미군을 알게 되었다.
나이도 많은 그는 그녀에게 '약혼자 비자'로 미국으로 초청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떠났다.
그녀는 믿지 않았다. 주위에 그런 약속을 하고 떠난 사람이 어디 하나 둘인가...
그런데 어느 날, 정말로 그가 약속을 지켰다.
그녀는 드디어 미국으로 갈 수 있었다.
지금 그녀는 열심히, 정말 열심히 일을 하며 남편을 부양하고 지낸다.
그 남편은 그야말로 '카우치 포테이토'. 소파에서 내려오는 법이 없이 딩굴거리는 감자같이 그렇게 산다.
그녀는 혼자 그렇게나 열심히 일하면서도 남편에게 헌신적이다.
동네 여자들이 뒤에서 흉보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나 열심히 남편을 모시고 산다.
그녀가 한 말...그는 나의 은인입니다. 나는 한번도 그에게 돈벌어오라고 바가지 긁은 적이 없습니다.
그는 약속을 지켜주었습니다. 나는 평생 그에게 감사하며 살 겁니다!
그녀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렸었다.
나는 외제물건이라고는 엄마아버지 결혼식 예물이었던 '몽블랑만년필'과 '제니스라디오'밖에 없던 집에서
자랐다. 그 흔한 크리스챤디올 스카프도 한장 없는 집이었다.
실제 '국산품 애용'이 당연하던 시절이었고.
내 밑으로 2살 터울 동생들이 셋, 그리고 '다른 울타리의 식구들',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삼촌들...
밥상은 달리 써도 늘 대가족을 의식하고 사는 집의 맏딸이었다.
한 번도 외국에 유학이든, 여행이든 나간다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었다.
맏딸은 재산밑천이라는 말이 아직은 살아있던 시절이었다.
결혼하고 얼마 안되어 미국지사 발령이 났다. 그것도 뉴욕지사 발령이었다.
큰 아이 낳고 겨우 백일이나 되었나...젖을 먹이던 때였다.
날씨 탓에 신혼여행으로 제주도도 못갔으니 비행기는 처음이었다.
존 에프 케네디 공항에서 맨하탄을 거쳐 뉴저지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처음 본 미국사람은 흑인창녀였는데,
우와...내가 영화 속에 있는 듯... 그녀는 내게 영화배우같았다!
아무리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개인적으로 대우, 김우중회장님을 존경하고 감사한다.
덕분에 83년에 지사원 마누라로 미국에 가서 공부도 하고 직업도 갖게 되었다.
그 시절에 꿈을 가졌다 한들, 내 능력으로 젖먹이 아이와 같이 유학을 갈 수 있었을까.
80년대 그때에 맏아들, 맏딸인 우리가 감히 미국행이 쉬운 일이었을까?
정작 김우중회장이든, 정주영회장이든, 이건희회장이든...
당신들은 직접 외국에서 몇 년 씩 살아볼 수 없을 터이다. 자식이나 직원들은 가능해도...ㅎ~~~
미군과 결혼한 그녀나, 종갓집 맏딸로서 대우직원과 결혼해 미국에 간 나나...ㅎ~무지 고맙고 감사하다!!!
출 코리아 스토리!~~~그렇게 흔하지 않던 일이었다...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으흠...그럼 안되지, 그럼...
김우중 회장님, 감사합니다....나중엔 좀 그렇게 되었지만, 그래도 전 감사합니다!!! ㅎ~
(대우인들의 노후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다...회사주를 날렸다나 뭐라나...)
27살에 결혼한 남편은 이제 58세가 되었다.
대우라는 뒷 산, 비빌 언덕이 뭉게지면서 힘이 좀 없어졌다.
실패를 별로 안 겪어본 사람의 고운 심성이...나이까지 먹으면서 스스로 황당해하는 것이 느껴진다.
특히나 최근에 자리양보를 받으면서부터 더 스스로 자신없어 하는 듯 하다. ㅎ~
남편 입에서 ' 나, 나이많아서 안돼~,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 해서 안돼~'라는 말이 나오면,
순간, 맥이 타악~풀린다.
살이 빠지면...돈을 좀 모으면...내 집을 사면...공부 끝나면...이런 말들은 뭔가 희망이 있는 듯 한데,
나이가 많아서...라는 말은...절망을 느끼게 한다.
앞으로 젊어질 일이 있겠는가? 앞으로는 늙을 일만 남지 않았는가?!
그저께도 그랬다. '나는 나이가 많아서 안된다니까~!'
가슴이 철~렁 무너짐을 느끼며 겨우 한 마디 했다. - 나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돌아오는 대답이...- 그러니까 죽으면 안되지!...!!!
설 전에, 2월 10일에 남편이 퇴원했으니 이제 겨우 2달이 지났다.
암이 아닌 것만도 감사했는데, 일상적으로 사는 것만도 고맙다 싶었는데,
겨우 2달이 지나, 꼬물꼬물, 남편에게 바라는게 생기나 보다...ㅎ~
- 이봐요, 늙음을 너무 의식하지 말아요! 나는 나이먹는게 참 좋더구만...
아픈것도 알고, 외로운 것도 알고, 서글픔도 알고, 무색스러움도 알고...
은회색, 연한 회갈색이 얼마나 이쁜데...넓은 이마는 또 얼마나 여유로운데...
이봐요, 모세는 80살에 하나님을 만났어요. 80세에 소명을 받았어요!
아브라함은 75살에 예언을 받았구요...그 나이에 다 놓고 떠났어요!!!
얼마나 불안하고 얼마나 스스로 주저앉고 싶었을까요...
당신은 뱃속에서 부터 하나님을 믿었으면서, 그 엄청난 하나님을 빽으로 알았으면서,
당신의 아름다운 흰머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게 참 이상해 보여요!
늙음을 거부하는 것은 참 유치한 겁니다. 나는 당신이 잘 늙는 사람이어서 좋은데요...
늙음을 가리는 것도, 늙음을 너무 의식하여 미리 늙어버리는 것도 부자연스럽지 않나요?
자연스럽게...반갑게 도움도 받고, 의젓하게 도움도 주고...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월 화 수...계속 남편생각을 했다. 점심을 먹다가 남편이 문득 물었다.
- 안경 벗어봐. 살이 찐거야, 부은거야?
- 기분이 안좋으니 그렇지, 뭐.
- 왜?
- '늙어서 안돼'...앞으로 늙을 일만 남았는데...그 말을 들으면 기운이 빠지네...
말하는 공부, 내 느낌을 말하는 훈련이 안되어있음을 느낀다.
무엇보다 노년을 맞는 공부가 필요하다 싶다...여보, 지금 58세...절대 늙었다고 숨어버릴 나이 아닙니다요...
애늙은이 소리 듣던 나는 오히려 나이먹음이 참 좋은데...참 요상한 일이네...
아뭏든, 남편, 지금 나한테는 공부 잘하는 남편, 돈 잘 벌어오는 잘난 남편보다
친구같은 남편, 같이 있어주는 남편, 격려해주는 남편이 더 고마운 나이라오!!!
이상형도 나이따라 바뀌는 거예요~
늘 고마와요! 아프지 말고, 지레 늙어 시무룩해하지 말고, 고마와하고, 반가와 하는 노인으로 살아갑시다~
3일동안 부글부글 거리는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
내가 왜 이렇게 일이 손에 안잡히는가...생각해보았다.
...이제 다시 일 시작하자. 다 나름 인생 처음 맞는 하루하루, 무지무지 노력하며 사는거지...
아...노인되기도 참 어렵다 싶다!!! ㅎ~ *^^*
제대로 중얼중얼 넋두리 했다...아이구...오늘 또 수요예배가는 날...일 해야 하는데...ㅎㅎㅎ~
(사실은, 한바탕 일한 것, 어제 미국에 다~보냈습니다. 그러고나면 좀 힘이 빠집니다...ㅎ~
자...또 마음 재정비해서 일 합시다~일 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데요~!!! 아자, 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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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봐도 참 노인스럽다! ㅎㅎㅎ~
지금 보면 참 젊은 때인데...(엄마도 살아계셨을 때이고!!!)
저때 내 속 쓰리게 하던 우리 남편,
지금 허리가 아파 시작한 수영을 몇 년 째 꾸준히 잘 하고 있고,
금년에 시작한 공부도 잘 하고 있고,
그 사이에 지하철 공짜, 지공대사가 되어 열심히 걸어서 전철타고 다니고,
요양원 계신 92살 우리 아버지와 독거노인이신 90살 시어머니께 참 좋은 사위, 아들로 잘 지내고 있으니,
잘 늙어가는 우리 남편, 감사합니다~*^^*
김우중 회장님 덕분에 옛날 글을 찾아 웃을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김우중 회장님 같은 선배를 알고 겪을 수 있었음에 무한 감사합니다!!! 꾸벅~*^^*
하늘나라에서 평안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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