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독자 리더, 2019. 4월, C 4쪽)
풍경소리
이명찬 신부
나는 처마 끝에 매다는 풍경을 좋아한다.
소임지를 옮길 때마다 짐도 풀기 전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방 입구나 창문가에 풍경을 매다는 일이다.
흔들리는 바람, 공기의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풍경처럼 구도자로서 민감하게 늘 깨어있겠다는,
늘 세상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다짐이 아닐까.
빵 만드는 파티셰든 헤어디자이너든,
자격증이나 실력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새로운 유행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개방성이 더 중요한 시대다.
고여있는 물이 썩는 것처럼 신앙도 정체되어있으면 '우상'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 고지마 섬에 사는 원숭이 중에 젊은 암컷 원숭이 하나가 어느 날 흙 묻은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자 다른 원숭이들도 이 '새로운 방법'을 죄다 따라 하는데, 유독 수컷 원숭이일수록, 그것도 나이 많은 원숭이일수록 끝까지 고집스럽게 흙 묻은 고구마를 먹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창가에 매달아 놓은 풍경이 봄바람에 뎅그렁 소리를 낸다.
마치 '그대는 어떤고?'하고 묻는 것 같다.
변화를 환영하는가, 아니면 변화를 거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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