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도 없이 트럼프와 정상회담
"영변 폐기를 큰 양보로 착각했거나 궁지몰린 트럼프 상황을 오판한듯"
오는 1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요즘 워싱턴에서 북한과 관련해 자주 거론되는 주제는
미국은 김정은이 '영변 핵 시설 폐기 방안만으로 유엔 제재 완화를 받아내겠다'는 작전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문가 대상 비공개 브리핑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당시 김정은과 북한 협상팀의 의사소통에 문제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졌다고 한다. 김영철이나 김혁철은 미국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자기네 '작전'이 통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지만
이를 그대로 김정은에게 보고하지 못했으리란 것이다.
또 보고는 했으나 김정은이 '강하게 밀고 나가기로' 결정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정은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했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 회담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고 확신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북한 전문가는 그러나
"실무 협상 담당자가 김정은에게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북한 체제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김정은이 트럼프와 벌이는 협상에 과도한 자신감을 가졌던 것 같다"고 했다.
워싱턴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가 당시 뮬러 특검 등으로 국내 정치적 궁지에 몰려 있던 상황을
김정은이 오판했을 가능성을 자주 거론한다.
트럼프가 어떻게 해서든 작은 성과라도 얻어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너무 믿었다는 것이다.
실무 협상을 맡고 있긴 하지만 김혁철에게 비핵화 문제를 다룰 권한이 아예 주어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미·북 협상 과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미국이 포착한 영변 이외 핵 시설을 언급했을 때
김혁철은 "내가 아는 것은 영변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은이 영변 핵 시설 폐기안을 내놓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양보하는 것으로 착각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