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사회상 놓고 영국 保革 체제논쟁 본격화
테레사 메이〈사진〉 영국 총리가 26일(현지 시각) 보수주의의 핵심 이념을 새삼 다시 강조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의 사회상을 어떻게 재정립할지를 놓고 보수-진보 간 체제 논쟁이 재점화되면서다. 집권 보수당이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대대적 감세와 공공 부문 긴축 등으로 경제 체질을 '정통 영국식 자유주의'로 되돌려놓겠다는 구상을 밝히자, 노동당과 좌파 진영은 유럽식 복지를 확대하고 기업 자율을 제한하는 '자본주의 대수술'을 주장하고 있다.
영 국교(國敎)인 영국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대주교는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정부의 복지 축소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자본주의의 위기가 닥쳤다"면서 상속세·토지세 중과 등 부자(富者) 증세와 임시직 철폐, 모든 25세 국민에 대한 '사회 출발 자금' 일괄 지급 등을 주장했다.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는 26일 전당대회에서 유아 전면 무상 보육과 기간산업의 재국유화, 대기업 주식으로 기금을 만들어 노동자에게 배당금을 주는 방안 등을 주장했다.
좌파의 연이은 공격에 테레사 메이 총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는 26일 웰비 대주교의 주장에 대해 "사안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모두를 위해 작동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면서 "(복지가 아니라) 일자리가 최선이다.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그런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은 '목사의 딸'인 메이가 좌파 대주교에게 보수의 핵심 가치를 내세워 점잖게 반격했다고 평가했다.
메이 총리의 '일자리'와 '모두를 위한 나라' 언급은 자본주의의 태동지인 영국에서 200여년 넘게 경제·사회적 자유주의를 수호해온 보수당의 핵심 이념이 응축된 발언이다. 박지향 서울대 교수는 저서 '정당의 생명력:영국 보수당'에서 영 보수당은 작은 정부와 개인의 자유, 공동체에 대한 연대의식과 애국심이라는 가치를 '모든 계층'에 적용한다는 원칙을 포기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자 계층의 복리를 위해 큰 정부를 유지해야 한다'는 노동당과 분명히 대립한다는 것이다.
보수당 출신 전 총리 마거릿 대처도 1970년대 복지 과잉과 공공 부문 비효율을 타파하기 위해 꺼내 든 것이 '개인 노동의 신성함과 자기 책임의 원칙'이다. 잡화점 딸로 자수성가한 대처는 "사회(society)라는 것은 없다. 개개의 남자와 여자, 가족이 있을 뿐"이라며 "이 개인들을 통하지 않고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했다.
마이클 하워드 전 보수당 대표가 야당 시절인 2004년 문서로 발표한 '보수주의자
16개 신조'도 그런 이념적 일관성으로 승부하려 했다는 점에서 당시 좌파 진영에서도 높게 평가했다. '16개 신조'는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부(富),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믿는다' '누구나 간섭이나 지나친 통제를 받는 대신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믿는다'는 항목을 담고 있다. 3년 뒤 보수당은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