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문의 뉴스로책읽기] [25] 사귀고 싶은 역사의 인물들
입력 : 2016.12.06 03:09
유영익 '이승만의 삶과 꿈'
런던의 국립초상화박물관에는
영국을 몇 세기 사이에 유럽의 후진국에서 최강국으로 만든 기라성 같은 인물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그러나 '위인 숭배'적인 엄숙한 분위기보다
인물마다 그의 행적과 함께 독특한 개성과 괴벽(怪癖)이 소개돼 있다.
그 다양한 인물들의 이상과 목표와 욕망과 아집이 투합하거나 충돌하면서
영국 역사라는 화려한 교향곡을 생성했다.
반면 우리나라 역사는 성군과 폭군, 충신과 간신의 투쟁사처럼 제시되어 인간적 친근감을 느끼기 어렵다.
반면 우리나라 역사는 성군과 폭군, 충신과 간신의 투쟁사처럼 제시되어 인간적 친근감을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역사가 암기 과목이 되어버렸다.
근자에 와서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대한민국은
수립되지 말았어야 하는 나라, 모든 단계에서 잘못된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교과서가
전국 중고교에서 쓰이고 있는 것이 안타깝고 통탄스러웠다.
이번에 국사편찬위원회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개한
국정 역사 교과서와 기존 교과서들 간 비교 포인트를 대강 살펴보았다.
몇몇 포인트만 발췌한 텍스트여서
우리 역사가 다양한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빚어진 흥미로운 흐름으로 제시되어 있는지는 판단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현행 검인정 교과서들의 문제점인
대한민국 정통성의 노골적 또는 실질적 부인,
청소년의 마음에 조국에 대한 수치심과 혐오감을 심어 줄 왜곡과 편파성 등이
대체로 잘 시정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더 욕심을 낸다면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조명이 보강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책 속의 역사가 사건 기록지를 넘어 생동하는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역사를 만든 인물들을 생생하게 전달해주어야 한다.
비록 우리나라가 개성을 억압하는 사회였지만 그럼에도 개성과 기개를 지닌 인물이 많았다.
송시열이 중병이 들었을 때 정적(政敵) 허목에게 약 처방을 부탁해서
송시열이 중병이 들었을 때 정적(政敵) 허목에게 약 처방을 부탁해서
그 처방대로 약을 지어 먹고 나은 이야기,
정약용이 남긴 불후의 저술들은 그가 겪은 억울한 귀양살이의 산물이라는 것,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 유학길에 올라 단 5년 반 만에
조지워싱턴, 하버드, 프린스턴 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모두 받아 미국 학계를 놀라게 한 천재여서
해방 후 초대 대통령감 1순위로 인식되었던 일 등을 '인물 만나기 코너' 같은 곳에 소개한다면 어떨까.
역사 공부는 괴로운 암기 작업이 아니라 멋쟁이 친구들을 찾아 떠나는 행복한 오디세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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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05/20161205028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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