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2.13 03:09
셰익스피어 '리어왕'
뒤늦은 깨달음에서 오는 통한(痛恨)의 가장 강력한 문학적 표현은
아마도 셰익스피어 비극 리어왕의 폭풍우 속 울부짖음일 것이다.
세 딸의 속마음을 읽지 못하는 리어왕은 말로 딸들의 효심을 경쟁하게 했다.
그는 입에 발린 말로 효도하기를 거부한 막내를 무일푼으로 내쫓고,
"부왕(父王)을 '목숨보다도' 사랑한다"는 두 딸에게 왕국을 양분해 준다.
안락하고 풍족한 노후를 기대한 어리석은 노왕(老王)에게 돌아온 것은 두 딸의 구박과 멸시뿐.
그 구박과 멸시보다 더 아픈 것은 순전히 자기의 어리석음으로 그 상황을 자초했다는 자책감이다.
그 생각이 그를 황야로 내몬다. 너무 늦게 깨달았지만 그래도 그 깨달음이 그를 인간으로 거듭나게 했다.
지난 금요일 탄핵안 가결 후에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했다.
지난 금요일 탄핵안 가결 후에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했다.
나라를 거의 마비시킨 폭풍 정국을 몰고 온 것이
박 대통령의 오만이었건 자신감 결여였건 사적인 은혜 갚기였건 모두 그 자신의 책임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뼈를 깎는 자책(自責)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인간으로 구원받을 수 있고 이 나라 안에서 숨 쉴 수 있다.
물론 박 대통령의 과오는 최순실의 실체를 몰랐던 것만이 아니다.
대통령 자리에 앉아 미용 주사 따위를 줄곧 맞고 매일 한 시간씩 머리를 다듬다니 얼마나 얼빠진 일이며,
세월호 침몰이란 국민적 비극이 일어났는데 강남에서 미용사를 불렀다는 소식도 참담하기 그지없다.
최고의 유능한 인재를 널리 구해 국정을 맡기지 않고
배신이 두렵다고 녹록한 인사들을 등용했다가 느닷없이 해임을 통고하는 행태를 반복했으니
누가 그의 울타리가 되어 주겠는가.
박 대통령도 이제 60대 중반이니 유아적 자기 연민을 버리고 자신의 모든 과오를 직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이 비선 참모의 도움 없이 준비한 담화문을 침착하게, 비장하게 읽는 모습에서
리어왕의 참회와 새
희망의 징후를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박 대통령이 너무 밉고 그를 찍은 것이 비통하기까지 하지만
박 대통령이 너무 밉고 그를 찍은 것이 비통하기까지 하지만
그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많은 유권자가 생각한다.
오늘엔 선택의 여지가 있는가?
탄핵 과정에서 야권 잠룡들의 약탈 본능만 여지없이 드러났을 뿐,
그중 누구에게서도 국가 경영 능력을 볼 수 없었다.
안보관마저 신뢰할 수 없으니 오호, 통재(痛哉)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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