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28] 選良들 몸값 좀 하세요
입력 : 2016.12.27 03:09
벤 핌롯 '엘리자베스 2세와 영국 왕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맡고 있던 200여개의 자선 단체, 사회 단체의 명예총재, 이사장직을
세손빈 등에게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여왕이 90세가 되기까지 그 많은 단체(원래 600여개였다)를 격려하고 활동을 위한 모금 등을 해왔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2차 세계대전 중 10대 소녀 공주로 참전 병사들을 위한 왕실 모금 행사에서 인형극을 상재했을 때부터
오늘날까지 엘리자베스 여왕이 각종 대의(大義)를 위해 모금한 액수는 집계가 불가능하다.
여왕의 자녀와 친척들도 모두 당연한 의무로 사회봉사 활동을 한다.
그래서 영국민이 왕실을 유지하는 것은 '지극히 남는 장사'라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여왕의 역할이 어찌 봉사 활동뿐이겠는가.
여왕은 만방이 부러워하는 영국 외교의 비밀 병기다.
'엘리자베스 2세와 영국 왕실'의 저자 핌롯은 프랑스의 드골 전 대통령이 여왕을 두고
"매사에 정통하고 사람과 상황에 대한 판단이 명확하고 사려 깊고,
우리 격랑의 시대의 문제에 대해서 참으로 깊이 생각하고 있다"며 감탄한 일화를 전한다.
여왕의 영향력은 정치에 대한 불간섭에 기반한다.
지난 60년의 무수한 국가적 위기에서
군주로서 하고 싶은 말, 국민에게 호소하고 싶은 바가 헤아릴 수 없었겠지만 초인간적인 자제력을 견지했다. 그것이 그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영국호(號)의 닻(anchor)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단 한 번 예외가 있었다.
2014년 가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국민투표 직전,
여왕은 스코틀랜드에서 휴가 중 만난 시민의 질문에
"스코틀랜드 주민들이 미래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 보고 투표하기 바란다"는 희망을 표시해서
통합 존속을 이끌어내는 데 중대한 역할을 했다.
최근 몇 번 생중계된 한국 국회의 국조특위와 대정부 질문을 보면
우리 국회의원들은 증인, 또는 참고인들의 인격을 모독하고 윽박지르면 자신이 위대해 보인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국회와 나라의 품격을 훼손하는 일이다.
"나라면 증인을 쥐어박고 싶겠다"라든가 "촛불에 타 죽고 싶으냐?"는 언사는 조폭이나 쓸 말이고,
"증인, 나 밉지요?"는 성희롱의 요소가 다분하다.
나라에 '남는 장사'는 못해줄망정 몸값만이라도 하는 의원이 열 명만 있어도 이토록 암담하지 않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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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26/20161226026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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