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1.15 03:03
[22] 도널드 트럼프 '불구가 된 미국'
천방지축 플레이보이로 알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소감 연설에서
상당히 대통령다운 풍모와 진실해 보이는 애국적 정열을 보여줘 놀라웠다.
그래서 그의 대선 공약집이라고 할 수 있는 책
'불구가 된 미국(Crippled America: 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을 급히 읽어봤다.
대부분 정치인의 책은 대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트럼프의 육성이 들리는 듯했다
(물론 그것이 대필자의 기술일 수도 있지만).
매우 단순하고 평이한 어휘로 명백한 미국의 쇠락 현상들과 그 원인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트럼프의 확신에 찬 처방을 직설적 어투로 서술해 놓았기 때문이다.
적절히 배합된 트럼프적인 야유와 탄식이 메시지 전달 효과를 크게 높인다.
내용은 대부분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불법 이민자 유입 차단,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회귀 유도, 무역 역조가 심한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 부과,
미국이 군사력으로 보호하는 나라들에 비용 부담 요구 등이다.
이 외에도 미국 교육의 질적 저하와 교원노조 문제, 위선적 환경론자들에 대한 반박,
오바마 정부의 이란 핵 협상이 지닌 문제점 등 미국 정치를 떠나서 읽고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 많다.
최고 부유층 고객을 상대로 초호화 주택, 호텔, 골프장, 리조트, 카지노 등을 지어 수십억달러의 재산을 모은 사업가가 일자리를 잃어서 처량하고 막막한 서민의 곤경에 그토록 강한 연민과 분노를 느끼고
그들을 다시 당당한 시민으로 살게 해 주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방안을 가진 것이 경이롭다.
급조된 대선 전략이 아니고 그에게 오랜 숙제였고
이제 여생을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드는 데 바치겠다는 결의가 느껴진다.
미국이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허약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강력한 보수주의로의 선회가 필요한 시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만만한 아마추어의 초강경 정책은 어이없는 실패로 이어질 수 있고 애꿎은 희생양을 낳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트럼프의 당선과 집권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정치인들이 시급히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한국과의 동맹 관계 유지가 미국의 위대함에 기여한다는 것을 설득할 방법을
기필코 생각해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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