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05 토
아내가 나락을 줍는다.
추수할 때 콤바인을 모는 분이 서툴러서 논에 나락을 많이 흘렸다며 주워서 닭에게 갖다 준다.
아내가 논에서 나락을 줍는 모습이 거의 만종(晩鐘)이다.
아니면 아내는 룻이고 나는 보아스인가 하니 아내가 콧방귀를 뀐다.
추수하기 전 황금빛도 좋고 추수 후 해질 무렵의 풍경도 아늑하다.
그 풍경 속에 아내가 있다.
일을 마치고 쉼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포근하고 넉넉하다.
돌아갈 곳이 있는 삶.
그리고 그곳이 쉼이 있고 포근하고 넉넉한 곳이라면 지금 내가 힘들게 서 있는 이 곳도 참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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