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8일, 월요일
지난 주 EBS '생존' 3편을 보았다.
1편은 삵, 2편은 너구리, 3편은 새에 관한 것이었는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카메라와 얼마나 오랜 기간을 기다린 결과였을까... 싶었다.
게다가 사진은 또 얼마나 정확하게 고화질로 보여주는지...사실 좀 끔찍하다는 느낌도 있었다!
특히 '뻐꾸기의 탁란 (託卵)' 영상은 뭐라 말 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갓 깨어나 털 하나 없는 아기 뻐꾸기가 진짜 주인의 애들이나 알을 본능에 충실하게 내리 꽂아버릴 때,
작은 애는 '아, 이제 뻐꾸기 소리를 들으면 끔찍할 것 같아...' 했고,
남편은 '저렇게 (가짜엄마새) 머리가 나쁜가?' 했고,
나는 그저 멍~했다. (슬프기도 하고...머리가 복잡~했다! ㅎ~)
신기하게도 남의 둥지에서 먼저 태어나
아직 깨어나지 않은 진짜 주인 애들을 (알이고, 새끼고) 열심히열심히 엎어 내팽개치는 그 아기 뻐꾸기는
그저 본능에 충실히, 정말 까무라칠 정도로 힘겹게 할 일을 할 뿐.
알에서 깨자마자 눈도 못뜨고 털 하나 없는 벌거벗은 그 아기 뻐꾸기가
그토록 치열하게 살생(?!)하는 모습을 보면서...옳니 그르니, 양심이 있니 없니 할 수가 있을까.
실제로 그 아기 뻐꾸기는 기진해서 까무라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리고는 혼자남은 둥지에서 새빨간 입을 있는 힘껏 벌리고 엄마새를 자극, 독려했다.
밥 줘요, 밥 줘요~~~
세상에나...자기보다도 큰 아기 뻐꾸기에게 죽을똥살똥 부지런히 벌레잡아 먹이는 그 엄마새는 또 뭔가!!!
갓 태어난 아기 뻐꾸기는 신기하게도 넙적한 등판에 불뚝 올라온 엉덩이 뼈를 갖고 있었다.
털 하나 없는 그 작은 벌거숭이 두 날개로 주인집 애들을 어찌어찌 씨름해서 등판에 얹어 달랑 밀어내 버렸다.
어쩌면, 어쩌면........그리고는 눈도 못 뜬 그 벌거숭이 아기 뻐꾸기는 기진해서 지쳐 나자빠졌다!
아, 어쩌면... 그야말로 죽기살기로!!!
어쩌면...사람도 그와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저 너는 코끼리구나...그래서 코로 먹어야 하는구나...
너는 뻐꾸기구나, 그래서 남의 둥지에서 살 수밖에 없구나...
너는 거북이구나...그래서 그렇게 물을 찾아 나가는구나...해야 하는 것 아닐까.
어쩌면 내가 누구인지, 네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지식이고,
그러니 피차 상처주지 않도록 같이 잘 사는 길을 찾는 것이 지혜 아닐까...싶다.
솔직하다는 것이
어쩌면 내 생각만 하는, 내 관점으로만 보는 [이기주의, 또다른 폭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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