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colorprom 2015. 7. 8. 15:34

2015년 7월 8일, 수요일

 

오늘...아쿠아로빅 시간에 엉엉~소리내어 울었습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우리 새 선생님의 우리나라 노래 덕분에.

쩌렁쩌렁 울리는 노래 소리에 맞춰 펄떡펄떡 뛰며 엉엉~ 우는 내 모습...

지금 엄마가 나를 내려다 보시며 뭐라 하실까...싶었습니다.

 

사실 눈물스위치는 아까, 아침밥을 먹으며 이미 한번 눌려졌었습니다.

2년 만에 필드 나간다며 설레어하던 남편이 새벽같이 나간 후,

모처럼 혼자 상을 차려 먹으면서

'아, 혼자 밥을 먹는 사람 마음이 이랬겠구나'...싶었습니다.

 

80 이 넘은 나이에, 그렇지 않아도 기운이 없는데...

짠 것도, 단 것도, 매운 것도 안되는 아무 맛도 아닌 음식을 혼자 먹어야 했던 엄마...

혼자서 그 식단이 의미가 있었을까요?

결국 맨 밥에 간이 맞는 반찬 한 두개, 그것도 조심스러워 '아주 조금' 드셨을 겁니다.

 

같이 먹었어야 했는데, 갖다 드리는 것만이 아니라 같이 먹었어야 했는데...

같이 먹으며 이건 안되니 조금만 드시고, 이것은 좋은 것이니 많이 드셔도 되고...하며

종알거렸어야 했는데...그렇게 얼떨결에 조금이라도 더 드시게 했어야 했는데...

 

엄마 음식이 어려워...엄마 입이 짧아서...아, 좀 드시지...조금씩 섭섭해지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엄마도 아셨을 겁니다...그래, 이제 가도 되겠다, 저 애들도 할 만큼 했지, 이제...하셨을 겁니다.

 

어머니와 막내시누이, 그리고 막내 시누의 아들.  그렇게 넷이서 '느린마을'에 가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잖은 부페...샐러드와 과일, 그리고  밥과 미역국으로 구성된 가정식보다는 많은, 적당히 많은 음식들.

거기에 공짜 막걸리 작은 컵 한 잔...ㅎ~ 

- 그래, 적당히, 조금씩, 오래 먹고 살자~!!!  그게 행복이지, 뭐. (그러기 위해 조심하자!)

 

엄마, 말로만 음식관리 하라고 한 거, 미안해요.  나 살기만 바빴던 거 미안해요.

엄마의 썰렁한 식탁...정말 미안해요!

 

시어머니랑 되도록 같이 밥을 먹도록 할 생각입니다.

내 솜씨가, 시간이 어쩌고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식당이든 집이든 같이 먹는 자리, 같이 있는 공간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솜씨가 있니 없니, 성의가 있니 없니...는 이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야단 좀 맞으면 어떻겠습니까...(이미 야단칠 어머니도 아니시구요!  ㅎ~)

 

끝이 있다는 것, 그 끝이 멀지도 않다는 것...헛 시간을 아끼고, 맛있게 써야 한다는 것!!!

 

점심 먹고 들어오니 남편에게서 카톡 사진이 왔습니다.

환갑을 넘긴 4 남자들의 증명사진.

독수리 4형제는 아니지만...구엽습니다!!!  ㅎㅎㅎ~

이 중에 현역에서 가장 먼저 밀려난 우리 남편에게 제일 맛있고 행복한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같이 있어 불편한 것?!  아니, 아니요~같이 있음 만으로 감사합시다!  ㅎ~

평범한 일상...이 참 감사합니다! 

 

 

모처럼 촉촉한 날, 햇빛도 세지 않아 사진이 잘 나온 것 같습니다. 

카톡으로 받은 사진, 참 신기하고 좋은 세상입니다.  그렇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