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영묵상일기

나는 널고 아내는 걷으면 된다.

colorprom 2015. 1. 11. 15:13

2015년 1월 10일, 토요일

 

나는 널고 아내는 걷으면 된다.


나는 틈만 나면 이불을 넌다.
해도 좀 쐬면 좋을 것 같고 먼지도 좀 털어내면 좋을 것 같아서 그런다.
아내는 미세먼지도 있고 바람도 차고 비가 올지도 모르니 걷으라 한다.
이불을 널고 나왔다가 비가 와서 낭패를 당한 적도 있고

이불이 9층 아래로 떨어져 나무가지에 얹혀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다.
그래도 나는 웬만하면 넌다.


왜 너는지 왜 걷어야 하는지를 이야기 하기 시작하면 어려워진다.
말없이 나는 널고 아내는 걷고 또 널고 또 걷고 그러면서 살면 된다.
나는 '너는 병'이 있고 아내는 '걷는 병'이 있으니 말이다.


병이란 잘 고쳐지지 않는 법이다.
널며 걷으며 살면 될 일이다.
서로를 알면서도 널지 말라 걷지 말라 하며 사니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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