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1만원 짜리 체조교실!!!

colorprom 2014. 10. 28. 11:29

 

 2014년 10월 28일, 화요일

 

8시 체조교실 내내 가슴이 벌렁거렸다.

아침시간, 1시간도 안되는 시간, 노년맞춤 기본 체조시간...내내 소리지르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다.

오늘따라 선생님이 더 시끄러웠다.

- 아, 열심히 안 해?  아, 목숨걸고 해.  왜 안 해?  그러니 몇 년을 해도 몸이 그 모양이잖아?!

내가 보기에는 스트레스 풀 자리 제공비를 우리가 받아야 할 것 같다.

도대체 아침마다 왜 이렇게 야단야단을 맞으며 운동을 해야하는 것인지...

운동의 강도나 교습비는 딱 내 수준이구만, 제발 조용히 땀만 살짝 내고 나왔으면 싶구만....

 

- 참아, 참아요. 그러려니 해요. 바뀔 사람이 아니예요. 모두 그러려니 하잖아요.

체조교실 끝나고 같이 나오던 선배님 말씀.

다 이런 마음으로 참고 몇 년을 다니는 거라니 참 신기한 노릇이다.

 

지난 주 월요일이었나?  난생 처음 동장님께 민원을 냈다.

[구청장에게 바란다]에 '주민센타 강사선생님들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안 받으십니까?'라는 제목으로.

강사들도 관리를 받고 있다, 이 곳, 이 일이 철밥통은 아니다 라는 것을 강사들이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강사들 평가를 하는 시스템을 요구했다.  (나는 7월 1일부터 다녔는데 아직 그런 일은 없었으므로.)

그리고 여태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

 

- 민도야.  민도가 낮아서 그래.  반포 사람들에게 여기 이야기를 하니 모두들 놀라더라구요. 

옆에서 듣던 또 한 선배님의 말씀.

민도?! ~민도라...ㅎ~

 

출근 길에 주민센터로 갔다.  서류떼러나 갔을까, 민원으로 가보기는 또 처음이다.

- 전에 책 드리고 갔었지요?  상담 좀 할 수 있을까요?

- 아, 민원내신 분이세요?  답을 올렸는데, 보셨나요?

- 들어가기도 힘들어서 안 들어갔어요.

그녀가 얼른 답변서를 프린트로 뽑아 주었다.

 

우리 구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주신데 대하여 감사 드립니다.

2014년도 하반기 설문조사는 오는 12월~1월에 실시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이 0 0 님의 가정에 늘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녀와 나눈 말들...으흠...결론적으로 1만원짜리에 대한 선택이구만!!!  ㅎ~

1만원에 저 선생님의 '큰 소리'를 그냥 받아들일 것인가, 아닌가. ㅎ~

1만원에 나의 자존감 (!)을 팔 것인가 아닌가...

 

문제가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주민들이 나서지 않는데 담당자들이 나설 수는 없단다.

그리고 지금 강사선생님이 가지고 가는 수업료는 4대 보험 다 제하고 실제 20만원이 좀 안된단다.

그 돈에 매일 아침 나와주는 선생님도 쉽지 않을거라고.

게다가 요즘 그 선생님이 왜 자기만 매일 수업이냐고, 주 3번만 하겠다고 해서 피하는 중이라나.

 

주민들도 참 신기하다고.  불만이 있는게 확실한데, 이렇게 정식으로 민원을 넣은 것도 내가 처음이라나.

 

주민센터를 나와서도 내내 머릿속이 바빴다. 

- 아이고...그냥 2달치 2만원 돌려받고 끝내지, 뭐~

- 이제 추워지는데 실내에서 그 정도의 강도, 그 정도의 회비면 딱 좋은데...그냥 다녀???

 

학생들은 1만원에 눈을 감고있고,

선생님은 은근 너무 싸다 싶어 억울한 마음이 있어 더 큰소리 치는 게 아닌가 싶다.

ㅋㅋㅋ~이거, 이거 1만원 짜리 인생이 되어버린 것 같네......

 

컴을 켜고 제일 먼저 담당자에게 [행복한 경영이야기] 글배달을 추천해 주었다.

마침 프린트 서류에 담당자 전화번호와 메일주소가 나와있어서.

주민들에게 '언니, 아가씨'소리를 듣던 그녀에게 (아마도 9급 공무원이겠지?)

그냥 소시민으로서 위로라 할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ㅎ~

 

그리고 교회 홈피로 들어가니 오늘의 출석부에 장로님의 글이 올라와있네?!

 

이** 장로님 2014.10.27 17:36

  • 자신보다 나은 자를 섬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섬기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 우리 모두가 섬김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어떤 갈등이나 분노도 쉽게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 10월의 마지막 한 주를 감사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하며 다녀갑니다.
  •  

     

    으흠.....그냥 참는 것이 옳은가? 

    우리 엄마 말씀처럼 지는 게 이기는 거다...함시롱 가만히 있는게 옳은가?

    지혜롭다는 것은 이런 때에 어떻게 하는 것인가?

     

    이때까지 피하지 않으면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참아버렸다.  그게 옳은가?  아닌 것 같다.

    왠지 지금, 이 나이에도 이런 문제를 느끼는 것을 보면 여태까지 내가 옳지 못했었다는 느낌이 든다.

    왠지 무언가 행동에 옮겨야 하지 않나...싶은 생각이 든다. 

    신기하네...내가 늙었나?  남성 호르몬이 강해져서 그런가?  ㅎㅎㅎ~

     

    1) 학생들 - 이 강사샘이 나가면, 새 강사에게 회비를 더 낼 수 있을까?

                    이 강사샘이 주 3회만 한다면 학생들이 받아들일까? (회비가 올라간 셈인데?)

     

    2) 강사샘 - 주 3회로 하면 소리를 덜 지르고 좀 나은 행동을 할까? (이거는 타협!)

                    주 3회로 하고 회비를 낮추라고 하면 받아들이실까? (나가시라는 거네!)

     

    3) 나만 그냥 귀막고 있으면 평화...이게 맞을까?  1만원 짜리 아침시간으로 감수하고?

    아니면...조용히 회비 돌려받고 말어?  ㅎ~

    이래서 이때까지 이런 식으로 내려온 것이지...ㅎ~좋은 게 좋다고, 구관이 명관이라고...일단 평화???!!!!

     

    남편은 그냥 나오랍니다. 

    오늘은 28일...이번 달, 수목금~꼭 3일 남았네요.  으흠....

    좋은 생각 있으십니까?  지혜를 구합니다.  ㅋ~

     

    (이만한 일에 내 마음이 이렇게 언잖은데, 나랏일을 생각하시는 분들, 대단하십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