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영묵상일기

우리 집

colorprom 2014. 9. 10. 13:55

2014년 9월 10일, 수요일

 

 

우리 딸 아이는 아예 자기 방을 토끼 두마리에게 내어 주고 마루에서 잔다.
마루가 아니라 거실인데 나는 아직도 마루라 하는 게 편하다.
베란다에서는 지렁이를 키우고,  마루에서는 또 뭘 만든다고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 가내수공업장이라 해도 되겠다.
정신 사나워서 왠만하면 안방에서 나가질 않는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조금씩 조금씩 바뀌고는 있다.
익숙하면 된다.


이제는 마루는 이래야 하고 집은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힘들게 하지 못한다.
누가 온다 하면 누구는 들어 오라 하고 누구는 밖에서 만나자 하면 된다.
다른 집과 다른 우리 집에서 우리는 나름대로 행복하다.
이부자리가 마루에 있어도 행복하다.
토끼 때문에 우리는 함께 웃는다.


우리 집은 축사(畜舍) 같은 아파트가 아니라 자연을 담은 아파트다.

 

'* 김의영묵상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톡 글 쓰기  (0) 2014.09.12
"내가 너를, 딸을 찾고 있는 너처럼 찾고 있다."  (0) 2014.09.11
배우자  (0) 2014.09.10
추석  (0) 2014.09.10
산에 오르다  (0) 2014.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