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h) 우리 남편, 이석증이랍니다.

colorprom 2013. 8. 27. 13:36

2013년 8월 27일, 화요일,

우리 남편, 이석증이랍니다.    


어제 저녁부터 갑자기 어지럽다고 ‘이상하네, 이상하네...’ 하던 남편.

오늘 출근길에 ‘슬그머니’ 남편과 함께 이비인후과 병원으로 갔다.

어린 아이 손잡고 병원에 가듯, ‘보호자’로서 함께 들어갔다.

출근하지 않고 뭐 하러 들어오느냐 할 줄 알았는데, 남편도 짐짓 모른 체했다.


세...뭐라고 했는데, 분명 달팽이관은 아니고....

좌우지간 작디작은 뭔 조각이 떨어져 굴러다니는 거란다.

수영을 해도 안 되고, 거꾸로 매달리는 것도 안 되고, 머리가 흔들리는 것은 뭐든 안 된다고.

약을 받으며 안 사실은, 절대절대 술도 안 된단다.

그런데, 그게 좀 ‘묘~했다’.

- 술은 먹어도 됩니까?

남편이 물어본 후에야 새삼스레 ‘절레절레’ 절대 안 된다고 하는 약사님은 또 뭔가???

그렇게나 중요한 일이면, 물어보기 전에 말을 해줘야하는 것 아닌가?


- 이제 공주님처럼 얌전하게 걸어야겠네.  아, 이제 정말 늙었나봐,... 수영장가서 신고해야지.

남편의 자신 없는 말에 내가 얼른 소금을 뿌렸다.

- 아, 이제 내가 정신 바짝 차려야지.  할아버지랑 살려면... *^^*

(으이구.... 이제 또 핑계거리 생겼네!  스스로 할아버지로 주저앉으려는...! 

그렇지 않아도 허리가 항상 문제인데, 이제 귀까지 보탰으니...ㅎ~)


- 그러고 보면, 사람 별거 아녀요.  여기 탈나면, 여기 고장, 저기 탈나면, 저기 고장...

모든 부위가 잘 맞아서 멀쩡한 사람이지, 그렇게 작은 조각 하나가지고도

온 몸을 가눌 수 없이 되니...!!!

( 그러니, 이렇게 신통방통한 내 몸을 의식하며, 한번 자랑스럽게 생각해 보라니께요...!)


어떤 남편이 그러더란다. ‘ 나, 내일 돈 받을 것도 있으니, 일찍 자야겠어, 여보.’

그런데 그 다음 날 아침에 보니, 이미 사망한 뒤였더란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전해준 선배님이 생각했단다.

‘아, 내일 돈 받을 게 있어도 죽을 수 있는 게 인생이구나.’ 라고.

.......

그런데 참 이상하다.

남편과 병원에 다녀온 후로 내가 온 몸에 기운이 좌악~ 빠진 것 같다.

점심밥생각도 없고, 팔다리에 아무 힘이 없는 듯하다.


어제 드디어 애들 새집 계약한 예비 안사돈이랑 글피 금요일, 점심약속도 있는데,

뿐인가, 1주일 뒤, 9월 7일 토요일에는 한복집에 같이 가자 그러셨는데...

내일은 겸사겸사 파마도 해야 하는데...

온 몸이 쉬익~바람 빠진 풍선마냥 축 늘어지네...


나는 이런 때 조심해야 한다.

자동으로 내 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나의 본 모습?! - 수다쟁이, 자동 녹음 플레이어...ㅎ~


남편,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겸손하게 감사하며 삽시다!  기운 빠지지 말고~!!! 

술 조심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