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h) 다시 시작하고 싶은 유혹

colorprom 2013. 9. 6. 13:15

한 송이 꽃 이야기 2013년 9월 5일 목요일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방황하는 청춘들의 아픔이 있습니다.

꽃들은 어떻게 살아야할지 방황하지 않습니다.

누가 보든 말든 하늘을 향해 피어 있다가 때가 되면 시들어 열매를 맺습니다.

 

베트남의 사상가 틱낫한은 말했습니다.

‘한 송이의 꽃은 남에게 봉사하기 위해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다.

한 사람의 존재 또한 그가 진정한 인간이라면 온 세상을 기쁘게 하기에 충분하다’ 고 했습니다.

 

꽃은 자기를 버리지 않습니다.

시들지언정 자신을 버리지 않을 때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처음 데생을 배우러 간 고 2 여름방학 어느 날,

인사로 악수를 하신 선생님은 내 손에 땀이 적다시며 목탄데생을 하자 하셨다.

 

처음에는 커다란 종이에 (크게 보였다!) 목탄으로 선을 그어보고,

다음에는 한 가운데 십자가를 긋고, 아그리빠 전체 덩어리를 넣었다.

사람 몸이 컴퍼스로 쓰인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몸통은 컴퍼스의 기준선 바늘 끝이고, 내 쭉 핀 팔이 컴퍼스 다리였다.

쭉 편 팔이 아프고, 연필을 잡은 손은 땀에 찼다.

잘하겠다고 힘을 준 손의 땀이 종이에 묻었다.

목탄과 땀이 섞여 맨들거렸다.

부드럽고 바삭한 검은 색 목탄이 기름땀과 섞여 반짝거리면 지울 수도 없었다.

지저분해지고 맨들거리며 새까매진 스케치북,

그러나 선생님은 절대로, 절대로 찢어버리면 안된다고 하셨다.


아, 내가 겨우 이 정도인가 싶어 찢어버리고픈 적은 어디 한두 번이었을까.

슬쩍 손을 대주시는 선생님의 마무리는 또 얼마나 멋져보이던지!

 

드디어 여름방학이 끝나고, 스케치북 마지막 장을 끝내며,

맨 앞장부터 맨 뒷장 까지 넘겨보고 '알았다'.

매일매일의 의미를, 조금씩조금씩의 의미를.

맨 앞장과 맨 뒷장은 그렇게나 달랐다.


공부의 의미, 자람의 의미를 나는 그때 배운 것 같다.

시간과 노력의 의미.


가끔, 다 놓고 싶을 때가 있다.

다 흩어버리고, 찢어버리고, 새 종이에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 예전의 나를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자살을 하는 사람은 그런 생각을 행동에 옮긴 사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 다시 살아보고 싶어...다시 시작해서 다르게, 잘 살고 싶어...하고.


조금만 있으면 만 57세가 된다.

예전 평균수명이면 거의 끝 무렵, 이미 '할머니'이리라.

60년 한바퀴, 환갑을 향해서는 2년 정도 남았다!


찢어버리고 싶게 그렇게 치명적인 검댕이로 칠갑한 그림 정도는 아니라도,

뭉게진 곳은 수없이 많은 57년 된 그림이다....

뭉게진 곳을 균형 잡기 위해 여기저기 더 칠갑해 놓을 수는 없다!

...ㅎㅎㅎ...다행인 것은...그 매끌매끌 새까매진 곳이, 세월의 힘으로 낡아진 것???

그래서 조금은 새까만 곳이 덜 생경해지고, 덜 생 살스러워진 것?!

그래, 그냥 놔두기로 하자. (놔 둘 수밖에 없지!!!)

그냥 놔두고 나머지 빈 곳은...최대한 조심스럽게, 최대한 부드럽게 칠해나갈 수 있게 하자.

나머지 끝손질은 하나님의 바람이, 햇빛이 다듬어 주실 것이다.


오늘의 글 배달, CBS의 '한 송이 꽃 이야기'를 읽다가 눈물이 핑~돌았다.

- 시들지언정 자신을 버리지 않을 때~

- 늙어 초라해진다고 자신을 덮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까불지 않을 때!!! *^^*

- 시간의 힘을, 하늘의 손길을 바라며 생긴 대로 열심히 살 때...

그 때, 내 열매의 소망이 있다!!! *^^*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장하다...장하다... 잘 살아냈다...인사 듣는 기분이다!

참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어제는 엄마와 삼성병원과 노인 요양병원에서 하루를 보냈고,

오늘은 일상생활로, 보통 사람들과 하루를 보내고,

내일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예비신혼부부들과 그들의 가구를 보러 갑니다.

 

하루하루가 쌓여 내 그림이 완성이 되어갈 것입니다...

내 그림을, 한 조각의 내 그림이 빨리(?!) 보고 싶고,

그 하나하나의 그림이 모여 완성될 커다란 그림도 궁금합니다!

(날개옷 입고 하늘을 날며 볼 수 있겠지요??!!!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