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h) 카시오 건반을 교회에 보냈습니다~

colorprom 2013. 7. 30. 11:05

2013년 7월 30일 화요일

 

보내는 연습

 

지금 막 남편으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 해결했어.  단돈 만원에 해결했어.  어답터가 고장났대.  교회에 주고 이제 들어가~

 

83년, 미국에서 건반을 보고는 '가무짝' 놀랐었다.

피아노 + 바이올린 + 기타 + ....리듬도 다양하게....

피아노 칠 줄도 모르면서 덜컥 사버렸다.

당시에는 1살도 안된 큰애 하나 뿐이었는데, 아직 피아노 배울 나이도 아니었는데...

...내가, 우리가 미쳤었나보다!!!

 

그리고는 근 30년 가까이 그 건반은 그냥 '짐'이었다.

그런데도 너무 귀해서, 너무 아까와서 여태 집 구석에 모셔져 있었던 '아이'다!

 

그 아이를 오늘 교회에 입양보냈다.

쬐끔 섭섭하지만...시원하다.  이제 놔버리는 실습을 시작한 셈이다.

 

지금 집안에는 여기저기 숨어있던 여유분 살림들이 거실로 나오고 있다.

아직 큰애가 살 집은 결정이 안되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정리를 해야할 것 같아 일을 벌였다.

언젠가 사 놓은 화려한 색깔의 도마세트, 코닝그릇들, 새 프라이팬...

 

얼마 전, 독일에 출장다녀온 큰 애의 짐에 '쌍둥이 칼' 세트가 있었다.

쵸코렛, 비누, 등등을 보다가 칼세트를 보니, '아, 저 애가 정말 결혼을 하는구나...'싶었다.

아, 정말 시집을 가긴 가나보네...싶었다.

 

이것저것 선물을 나누던 큰애가  '어, 선물이 모자라네...'했다.

이젠 시댁에도 선물을 드려야 하니까.  ㅎ~

외할머니 몫에서 선물을 빼면서, '이거 시댁에 드려~'했더니만, '정말?  그래도 되나? '했다.

아...얘가 이제 정말 시집가는구나...싶었다. ㅎ~

 

선물을 받은 예비시어머니가 카톡으로 인사를 보내오셨다.

어쩌다가 그 문자를 보게 되었다.  슬그머니 밀어보니, 엄마나...꽤 많은 글이 있었다.

으흠....이랬단 말이지?  이렇게 상냥하게 잘 지냈단 말이지?  너가?!  그녀와?!!!

그 다음 날...혼자 울었다.  울었다기 보다는...일을 하는데, 울컥~눈물이 났다.  ㅎㅎㅎ~

내 마음이 이럴진대, 아들가진 엄마들은 ...으흐흐....이해가 쬐끔은 된다!!!  ㅎ~

 

지난 토요일, 웃음보따리 2주년 모임에서 만난 송아무개아우님의 말씀.

- 언니, 빨리 정 떼야해요.  아무리 세상이 어쩌고 해도 딸 하나 잃은거예요. 

  언니, 이제 더 울 일 생길텐데...빨리 정 떼세요.

  작은 애도, 언니, 빨리, 되도록 빨리 정 떼세요.

 

누런 박스를 샀다.

어제부터 리스트에 표를 해가며 이것저것 박스 속으로 넣기 시작했다.

이것들은 이제 큰애의 새 집에서야 빛을 보게 될 것이다. (ㅎ~얼마나 걸릴지야 아무도 모르지!!! ㅎ~)

 

사람도 보내는데...카시오 건반이야, 뭐....그렇게 정리를 하는거지!!!

그리고 우리도 떠나는거지...

짐은 없애고, 추억을 남기고 갈 일이다. 

그마저도 정리되고 정리되어 말갛게 되기를 바라며.

 

늙는 공부, 비우는 공부를 해야겠다.  물질로 부터 시작하여 마음까지...ㅎ~

엄마에서 친정엄마로. 

쌓는 삶에서 비우는 삶으로...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