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h)묵묵히, 담담하게... *^^*

colorprom 2013. 7. 26. 14:05

2013년 7월 26일, 금요일,

 

폼페이 시는 베스비우스 화산이 폭발하여

모든 도시가 용암과 화산재에 묻혀버린 저주받은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 중에 충성이란 제목의 그림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용암과 화산재를 피해서 바닷가로 달려가고 있는데

성문을 지키는 병사는 묵묵히 그 자리에서 사명을 다하는 그림입니다.

 

오늘 'CBS의 기도문' 중의 한 부분이다. 

'묵묵히'라는 글이 가슴에 닿았다.

 

요즘 자주 생각나는 말이 '담담하다'는 표현이었다.

담담하다...'당당하다'보다 훨 격조가 있다고 느껴진다.

당당하다...가 좀 붉은 느낌이라면 담담하다...는 회색...푸른 기운이 도는 회색같다.

 

묵묵히 성문을 지키는 그 병사의 얼굴은 어떤 표정이었을까?

걱정과 두려움의 얼굴은 아니었을게다.

그랬다면 '묵묵히'라고 표현하지 않았을테니까.

하긴, 그 편이 훨씬 인간다왔으리라...

 

그 병사는 '담담하게, 입을 꽉 다물고... 묵묵히' 서 있었을게다.

큰 눈동자에는 그 도시의 황망함이 그대로 동영상으로 비쳐 보였으리라...

입은 꽉 다물고... 온 몸과 마음이 흔들릴까, 꽉 다물고.

그는 나이가 적지는 않았으리라...50은 넘지 않았을까...

 

생활로서의 직업도 알고,

죽음도 적잖이 보았고...하늘도 느꼈었고...

병사로서의 유니폼의 의미도 알고.,.,

'공무원'으로서의 의무를 지킴이 먼저라 믿었으리라.  가족의 안전을 기원하면서.

 

묵묵히, 담담하게...나의 자리, 나의 일을 지킴은 하늘을 믿어서 아니었을까.

하늘을 믿어 묵묵히, 담담하게 서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 그림을 찾아봐야겠다.  찾아서 여기에 옮겨붙여야겠다.~ *^^*

 

억울해하지 않으려 한다.  섭섭해하지 않으려 한다.

사실은 억울하기도 하다.  그보다 자주 섭섭해하는 것 같다.  특히 자식들에게.  다 큰 자식들에게!  ㅎ~

떠나보내며  그들이 뒤돌아보지 않는다고 섭섭해하지 말아야지!!!  ㅎ~

 

작은 아이 생일을 조용히(?) 보냈다.

그 날은 자기 친구들과 놀러간다고 해서 못 보았고.

오늘은 며칠 뒤지만 작은 애의 생일을 핑계로 모처럼 예비사위까지 불러 같이 저녁먹으려 했는데,

오늘 아침, 일치감치 나가는 아이에게 물어보니,

- 나, 오늘 콘서트 가요.  6시에 시작하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겠어요. 

나, 원, 참...

 

오늘 아무도 같이 가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저 혼자 콘서트를 가는데,

저녁 6시에 시작하는 것을 보기 위하여 아침부터 가서 줄 서 번호표 타고 기다리신다는거다.

그 바쁘신 분이...이 뙤약볕 아래서...

 

뭐가 먼저인가.

그 아이와 섭섭하고 어이없어하는 남편을 보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일어났다.

뭐가 먼저인가...

그 아이의 모습이 또한 나의 모습 아닌가.

 

오늘의 결심! 

이제 우리가, 내가 네 생일을 먼저 챙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너는 이제부터는 스스로 생활하도록 하여라.

방값은 못 받는다 해도, 이제 공부만 하면 된다...는 식은 아니될 것이다.

(고3님이 공부만 하면 되듯, 이 아이는 장학금만 타면 된다는 식이다.  저 할 일 다하신 것이다!!!)

이제 나는 방을 빌려준 주인집아줌마로 행동할 것이다. 

 

섭섭함...이제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담담하게...징징대지 말고, 입을 꽉 다물고, 묵묵히 내 지금 자리를 지킬 것이다.  다 큰 아이의 부모로서! 

남편...이제 우리만 남을 것이요!  늙은 부모자리를 의젓하게, 담담하게 잘 지킵시다! 

하기사 그것이 뭐 그리 자랑할 일도 아니고...당연한 일인것을요...ㅎ~

 

멋진 '하나님 충성'으로 시작된 글이 '초라한 부모자리 지키기'로 끝이 났네~ㅎㅎㅎ~

2시 약속 기다리며 모처럼의 넋두리 중... 일상생활에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