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2일 화요일
어제, 3월 11일 월요일, 갑자기 동생들 호출로 친정에 갔다.
- 아버지 명예회복을 시켜드려야 되겠다~가 주제였다.
남동생이 조목조목 그간의 일들을 '브리핑'했다.
종친회 이야기, 수많은 무덤들 이장 때 마다 있었던 일들...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 일들...
종친회...도 참 일이 많은 곳이지만,
그보다 더 웃을 수 밖에 없었던 일들은 장손 아버지에 대한 삼촌, 고모들의 오해와 불만의 내용들이었다.
솥뚜껑을 보고 화들짝 놀라고 부엌 근처에도 안가려는 사람을 이상하다...생각하다가,
어느 날, 그가 거북이 보고 놀란 적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면 이해가 되듯이,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었다.
가난한 집안 장남으로 태어나 19살부터 부모 포함 8명의 가장노릇을 한 사람.
늘 가장으로 전전긍긍하던 사람, 공무원 월급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며 긴장하며 산 사람.
솔선수범 늘 근검절약하고 산 사람...식구들 먹이는 게 제일 중요했던 사람.
두살 아래인 둘째삼촌은 집안 어른 도움으로 겨우 고등학교를 다니던 형을 이렇게 섭섭해 했다.
- 남들은 형이 희생해서 동생들 공부시킨다는데 너희 아버지는 16살 나를 철공소에 취직시켰다.
당신을 취직시킨 그 형은 그때 몇 살이었던가?
조카인 나보다 9살 위인 막내고모는 지금 70 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이런 말을 한단다.
- 네 아버지는 먹여준거 말고 나한테 해준거 없다.
내가 대학 다닐 때 휴학할까 했더니 오빠라는 사람이 아무런 말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엄마가 결혼할 당시 고모는 국민학교 1학년이었단다. 아버지에게 그 고모는 거의 큰 딸이었다.
뿐인가, 큰고모와 아버지의 '난 사건'을 듣고는 정말 웃지않을 수 없었다.
난을 유독 애지중지 키우시던 아버지께 큰고모가 난을 하나 달라고 했더란다.
- 난은 키우기 어려워서 모르는 사람은 못 키워.
이 말이 변신하시어(!) '무식한 사람은 난을 못키워'로 바뀌었다.
그리고는 당신 아들에게 '큰외삼촌 집에 가서 무시당할라 가지 말아라' 명하셨단다.
우리가 죽어가는 난을 아버지께는 갖다드렸을 망정, 아버지한테 난을 받은 자식은 하나도 없는데.
지금도 우리 친정은 거실문을 열고 사신다. 당신들은 관리비 아낀다고 버선신으시면서,
베란다 화분님들 추우실까봐.
사립대학 나오신 막내고모 위의 막내 4째삼촌은 사립대학에 들어간 나를 지적하여 큰형수인 엄마에게,
- 딸 사립대 보낼 돈은 있고, 부모형제 돌볼 돈은 없으시오? ...했더란다.
거기까지만?? ㅎ~~그 삼촌이 내 대학등록금을 엄마편에 보냈다고 거짓말을 해서 3자대면도 했었다네...
졸지에 엄마가 배달사고낸 사람이 된거다...에이그...서울지리도 모르는 부산내기인 엄마를...에이그...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나도 몰래 절로 나온 말...'그런건 당신 부모들에게 할 말이지...'
저런 형제들과 지내려니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하고 부끄러웠을까.
장남의 자리는 동생들이 결혼하여 각자 독립하고도 끝나지 않는다.
장남의 집은 집안의 사랑방이다. 열린 사랑방.
종친회고 산소일이고 아무런 도움이 안되었던 형제들이 늘 불만이셨다.
종친회 다른 사람들에게 늘 아들과 단둘이, 혹은 마누라까지 셋이 들락거리는 것이 늘 불만이셨다.
그래서 가끔은 이씨성이 아닌 사위들이 잡혀가기도 했었다.
뒤를 생각해 남동생의 주위에 사촌동생들이 버텨주는 것이 아버지의 소망이셨다.
남동생은 종손자리에 아무 미련이 없는데도...
어떻게 해서든 종친회 돈을 잘 지키고 선조들 산소 관리 잘하고,
그것이 또한 가문을 세우는 것이라 믿으셨다.
그분에게 동생들은 늘 종친회 돈만 탐내는, 나눠먹고 관리는 내몰라라할 위인들이었다.
지금 그분들이 형님인 아버지를 선조 묘 팔아 혼자 다 착복한 사람으로 몰고 있다.
우리는 그 돈을 물려받은 자식들이고...
- 너희 아버지 명예를 회복시켜라!~가 그분들의 요구명령사항이다.
그것이 지난 토요일 할머니 제삿날의 중요사안이었더란다.
드디어 알게된, 쓰러져 병원에 계신 '큰 오빠'의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으아~!
얘기를 듣는 내내...아담과 이브, 그리고 하나님을 생각했다.
내가 만들고 그렇게 이뻐한 아담과 이브에게 의심받고 배신당한 하나님.
법을 어겨 죽여야만 하는 아담과 이브를 못 죽이고 살려 내쫓으신 하나님.
하마나, 하마나...기다리고 기다리신 하나님.
혼자 애통하다 결국 아들을 보내주신 하나님...
쓰러지시기 얼마 전에도 '4째가 좀 변했어~'하셨다는 아버지.
아버지가 쓰러지신 직접적인 원인도 결국 산소관리할 돈을 빼앗아간 4째삼촌 때문이었구만...
그돈을 삼촌, 고모들끼리 나눠가졌다가 다시 막내삼촌에게 다 몰아주고 그 삼촌은 지금 행방묘연~
으하하하....엄청난 7000만원이다! 세상에...
지금 그 돈을 종친회에 물어주게 될 상황이라나 뭐라나...
- 종친회에 돈이나 산소나 다 넘기고 너희는 이민가라. 너희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수고했다. 우리가 어린 때가 아니고 어른이 되어 겪는 일이라 차라리 다행이다싶다.
앞으로 일 있으면 자형들 한테 연락해라.
아버지도 이렇게 되신게 차라리 다행이다 싶네. 얼마나 부끄러우셨을까, 우리에게, 엄마에게.
진심으로 아들인 동생에게, 그리고 그 와이프, 올케에게 미안했다.
여동생들의 남편들, 우리 남편...얼마나 든든하고 고맙던지.
엄마아버지, 우리 4형제 낳으신거 정말 잘하신 겁니다!!! ㅎ~
우리 아버지는....당신의 혈육들, 거북이에게 놀라 늘 조마조마하셨던, 그래서 쪼그라든 가슴으로 사셨던,
그런 분이셨다.
종친회에 대한 마음, 선조들 산소에 대한 성의, 형제들에 대한 섭섭함과 기대감을 다른 곳에 돌리셨더라면...
부모같은 형이 아니라, 그들에게 그냥 형으로 사실 수 있었더라면...
- 아버지가 참 박복하시다 싶어....당신들 형, 오빠를 그렇게 모를까...
아버지 자료들을 찾던 막내동생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자기 집에서도 막내인 막내동생 남편은 '허 참! 허, 참!' 소리만 하고 있고.
방향이 틀린 성의, 노력의 허무함...이것이 인생의 허무함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도 당신의 세상에서 혼자 산소벌초에 노심초사하시는 아버지...
6형제 맏이 노릇이 이렇게 힘들거늘...정치하는 사람들, 한 나라의 대통령...얼마나 힘들까...
.....아...씨....부끄럽다........봄비 소식이 있는 오늘의 넋두리, 끝.
'[중얼중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 이름이 모니?' - '산수유' (0) | 2013.03.20 |
---|---|
[친정] '밥 밖에~?!'라고라~??? (0) | 2013.03.13 |
프라이팬의 기름 (0) | 2013.03.11 |
[친정] 아이들이 숙제하듯 나를 보러 온다면? (0) | 2013.03.10 |
시한폭탄, 시한부 인생 (0) | 2013.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