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생일이 2월 초인데, 사회인 첫 애, 대학생 둘째, 우리 부부, 고작 4명이 같이 밥(?!)을 못 먹었다고
큰애가 어제 토요일, 저녁 초대를 했다.
사무실 근처 인도식당에서 반액 식사권을 구입해 놓았다며.
마침 인천공항에 넣을 물건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애 둘이 오후에 나와 포장일 도와주고,
이른 저녁을 먹었다.
세상에나...힘들게 토요일 주차를 하고 들어간 식당에 달랑 30분도 안되어 식사를 끝냈다.
'ㅎ~이제 흩어질 때가 된게야...이제 할 말이 없는거지..'
조금은 섭섭한 마음을 접으며 남편과 작은애의 여행을 제의했다.
- 작은애, 너 아빠랑 여행갈 계획, 준비해서 말해. 언제, 어디로 갈지.
- ?
큰 애는 남편 퇴직(?...회사가 없어진 것이니 퇴직이라 할 수도 없지만...) + 대학 입학기념으로
아빠랑 48일 간 미국횡단여행을 했었다.
작은 애는 대학을 들어가고도 계속 입시생같은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얼떨결에 대학합격하고 스스로 모자라다는 생각에 열심히 한 덕분에 장학금도 탔지만,
그렇다고 자기를 위해 쓰는 돈도 아니니, 좀 지쳤달까...싶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내가 시간을 길게 내기는 그렇고...해서 또 남편을 밀어넣었다.
- 아빠랑 어디 여행갈 준비 해봐. (혼자는 죽어도 못보내겠다! 얼굴이 무기이기는 한데...ㅎ~)
여행 제안을 해서 그런가...여름 방학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는데...아뭏든, 작은애가 인심쓰듯 한 마디 했다.
- 오늘 외갓집 갈까요? 외할머니 보고싶은데.
- 그래, 전화해보지? (남편)
-.... (어? 이렇게 저녁에 갔다오면 내일은...? )머릿속 돌멩이가 돌돌돌...(이걸로 떼워? 말어? 내일 또 가?)
밤 8시 반 경에 친정에 가서 9시 50분 경에 나왔다.
'엄마, 내일 올께요~'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오늘 왔는데 내일 안와도 된다.'하시며,
호박죽을 꺼내 놓으셨다. '내일 오면 주려고 준비해놨는데, 오늘 가져가면 됐어~'
' 그래도...아버지도 못 뵈었으니 내일 올께, 엄마.' 하고 나왔다.
집에 도착해 전화를 하니 또 확인하신다.
- 내일 오지마라. 오늘 봤으니 됐다. 허서방 힘든다. 몸 조심하고~
- ...그럴까...알았어. 내일 그럼 나 안간다. 대신 일이나 해야겠네...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었다. 교회 끝나고 버스로 한시간이나 가는 길도 하기사 피곤한 건 사실이니께...
(요즘은 밤에 남편이 거의 데리러 와 주었다...엄마는 또 데리러 와 주는 사위를 미안해 하신다...)
오늘...쌀쌀맞으면서도 화창한 봄날...문득 엄마 생각에 미안하고 서글펐다.
이다음에...큰 애와 작은 애가 당번 정해서 숙제하듯 우리에게 찾아오면 어떨까.
- 언니...오늘 내가 가는 날인데...언니가 가면 안되나?
- 얘, 나 오늘 엄마한테 가는 날인데, 너랑 순서 바꾸면 안되겠냐?
- 언니, 나 오늘 엄마한테 갔다왔으니 그대신 가기로 한 내일은 안가도 되지?
ㅎㅎㅎ~~~겁없이도 큰 거 바란다는 말이 들리는 듯하다.
- 여보세요, 이경화 아줌마, 쓸데없는 생각 말아요! 요즘 젊은애들에게 너무 큰 거 바라는 거 아니요?
그렇지 않아도 바쁜 애들에게 바라는게 너무 많네요~철없는 아줌니~
ㅎㅎㅎ~~~네에~알아요. 알았어요! ㅎ~
교회다녀와서 '횃불70' 에성경 요약 올리고, 밀린 공부 올리고...하다보니 또 생각이 날라다녔네요~
아뭏든...애들 생각하다보면 엄마아버지 생각나고 그러다 보면...하나님이 참 섭섭하시겠다...생각이 나니,
이래서 애를 낳으며 사람된다는 말이 생겼나 싶다.
아직 출가시킨 자식 없고...애들은 다 컸고, 제일 좋은 때지 싶으면서도 문득문득 '빈 둥지'를 예감하게 된다.
지금...부모로서, 아직 자식들과 함께사는 부모로서, '시한부 가정, 시한부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애들이 아직 내 집에 있을 때...맛있게 느끼고 살자...!!!
정말 애들이 출가하기 전에, 그들이 각자의 가정을 갖기 전에, 4식구 여행을 계획해야 겠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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