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남편 입원기간이 나의 휴가기간 같습니다~ㅎ~

colorprom 2013. 2. 4. 15:57

오늘은 아침에 신문이랑 귤이랑 물휴지 기타 등등을 챙겨서 병원에 갔다가

아저씨(?)들이랑 놀고~

명동으로 들어와 설렁탕으로 점심먹고,

사무실에 들어와 일단 커피 타놓고, 썰렁한 남편 방으로 가서 팩스 온 것 확인하고, 

컴퓨터 세상을 기웃기웃하다가 슬그머니 블러그로 들어왔습니다.

 

마음이 조금 떠있는 듯...일이 손에 조금 느슨합니다.

 

매일매일, 지난 수요일 부터의 새로운 일상,

아침에 병원에 갔다가, 혼자서 점심먹고, 사무실에 들어와 일 좀 하는 척 하다가,

이른 저녁을 먹고 병원에 가서 이른 TV 프로를 보기도 하고,

아저씨들과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도 하다가 9시 경에 퇴근을 해서 집에 갑니다.

 

동생이나 시어머니나 누가 병원에 오시게 되면, 일을 하다가도 병원으로 가게되고,

그러다보면 일은 어느새 취미생활같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토요일에는 시어머니, 남편 친구, 동생부부가 와서 호출,

일요일에는 남편 후배, 남동생부부, 사촌형님...

그래도 지난 금요일에는 늦게 큰애가 남자친구랑 찾아와 덕분에 집에 편히 갔습니다!  ㅎ~

아무래도 집보다는 애들이 찾아오기가 쉽겠지요.  어른 병문안 핑계도 있고...

 

남편 입원소식을 밖에는 거의 알리지않았지만 그래도 알게되어 오는 사람들은 슬그머니 돈을 줍니다.

맛있는거 사드리라며, 뭘 사올 지 몰라서 그런다며...ㅎ~ 덕분에 제 수입이 짭짤합니다!!!

남편 팔아 용돈벌이하는 기분입니다!

말로는 마음 어쩌고 하면서...결국은 눈에 보이는 '돈'이 따라오니...미안한 마음입니다.

 

어느 어르신이 물으셨습니다.  서울사람이냐고.

맞다고 했더니 '쯧쯧...'하셨습니다,

- 서울사람들이 좀 그래.  안주고 안받는다 주의야.  사람이 어디 그래?  도움받고, 도움주고...그런거지!

'우리 남이가?'가 생각나서 웃었습니다.

뭐든지 적당히 하기가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남편 병실에는 세마리의 원숭이가 매일 모입니다.

남편 옆 침대에는 68년생 원숭이, 남편 대각선 창가 침대는 44년생 원숭이, 그리고 나, 56년생 암놈원숭이.

처지가 비슷하다보니 금방 친해집니다. 

건강이야기, 담배이야기에...살짝 정치이야기, 종교이야기도 건드리고, 여자친구 구해달라는 말도 나옵니다.

중년나이 아줌마로서 참 이 나이가 좋다는 생각도 합니다.

얌전한 남편 눈치도 살짝 보면서 오랫만에 아저씨들과 재미있습니다!

 

꼬장꼬장한 한 아저씨는 입원 첫날부터  요주의인물로 느껴졌습니다. 군인이셨을까?  공무원이셨나? ㅎ~

병문안 온 동생도 '저분은 꼭 아버지같애.  나중에 우리 아버지같이 되실까 걱정되네~'하며 웃었습니다.

그분이 드디어 창가아저씨랑 붙었습니다.  ㅋㅋㅋ~~~

남편 말에 의하면 결국 사람좋으신 창가아저씨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사과하셨답니다.

머쓱해진 꼬장꼬장아저씨는 공연히 복도에서 왔다갔다 하시고...ㅎ~

몸이 안좋으시니 예민하셨던 게지요...

 

몸관리를 생각합니다.

지난 시간의 무관심, 혹사에 몸이 지치고, 화난 것이 '병' 아니겠습니까?

있을 때 잘해~ 건강할 때 잘해~!

우리는 늘 꼭 탈이 나야 잘해야지...하는게 참 우습습니다.

창가 원숭이아저씨는 담배, 68년생 젊은 원숭이아저씨는 술이 원인이랍니다.  에휴~

 

남편은 어제 금식, 오늘 CT촬영, 목요일은 내시경...수요일 생일날도 금식하게 생겼습니다.

설에는 집에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으이그...

 

아무려나 남편 병원에 넣어두고 저는 신나게 명동을 오가며 휴가아닌 휴가를 지내는 기분입니다.

일상과 다른 리듬...이 휴가아닙니까, 뭐?!

조금 늘 하던 일과도 좀 떨어지는 듯하고, 일 좀 못해도 병원이 먼저지, 뭐...하는 기분도 있고.

 

설이 지나면 정말 새로운 새해를 맞을 것 같습니다.

병원을 통해 보는 병원 바깥 일상생활...이 새로와 보입니다!  ㅎ~

남편과 같이 점심먹을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정말 일하러갑니다~오늘은 안들어올겁니다~모두들 눈길조심하십시오~꾸벅~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