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마주보는 병상에 75세 환자분이 들어오셨는데, 도통 보호자가 안보였다.
나야 오전에, 그리고 저녁에만 들리니 그 사이에 다녀가나보다 했다.
오늘 아침 병실에 출근해보니 남편은 내시경들어가고 없고
맞은쪽에 마침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멋쟁이 아들이 와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쌔~했다....문득 들리는 말,
'....그렇잖아도 모시기 힘드는데 왜 그러세요?...'
아들은 코트도 안벗고 내내 넙적한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슬~쩍~지나가며 보니, 에게게...만화네... 30대 중반도 넘어보이는구만...
내시경을 끝내고 마취기운에 말도 조금 어눌해진 남편이 그 아들을 보더니 언잖아했다.
손가락으로 X자를 그리며 입술로만 말을했다. '아들 다 소용없어!'
그분은 아들이 5, 딸이 2 이시란다.
할머니는 6년 전인가 돌아가셨고.
자식들이 도대체 오기만 하면 5~10분, 길어야 15분이나 있을까,
전혀 돌보는 기색도 없이 가버린단다.
그러더니 어제 온 아들은 '도대체 3년마다 500만원씩 까먹는다'며 구박을 하더란다.
그러다보니 남편과 젊은 원숭이아저씨가 할아버지 간병인 노릇을 하고있단다.
- 자식, 다 소용없어. 특히 아들은 정말 소용없어. 그저 마누라가 최고야!
(ㅎㅎㅎ~~~나는 좋은 마누라는 아니라도 그 아들보다는 낫다는 말이겠지...ㅎ~)
워메, 죽겄네...워메, 죽겄네...얼굴 색이 짙으신 할아버지가 하시는 신음...
간호사가 소변양을 재며 몇번을 물었었다. '보호자분 안오세요? 오셔야하는데...'
번번이 환자복입은 이웃남자들의 도움을 받으시며 얼마나 미안하셨을까.
그 할아버지 옆자리에는 약간 치매기운이 있으신 76살 할아버지 병상인데,
그분 곁에는 아주 자그마한 할머니가 와 계신다.
할아버지가 움직일 때는 그 할머니가 더 작게 보인다.
그럴 때마다 두 남자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와드린다.
두 남자 뒤에서 미안해하시는 할머니가 참 애처로우면서도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오늘은 남편이 젊은 원숭이아저씨 목에 파스를 붙여주었다.
ㅎ~그새 두 남자, 정이 듬뿍 들었다!!!
젊은 원숭이아저씨는 간이 문제여서 배가 볼록 나왔는데, 장기입원이 될 것 같단다.
오늘 아침에는 보고도 않하고 슬그머니 집에 다녀왔다고 했다.
에이....우리는 내일 퇴원할 것 같은데...에이, 걱정되고 미안하다...
내시경 결과 기다리느라 점심도 못먹고 잠든 남편을 보고 병원을 나왔다.
와~무지 춥네...병원 안에서 보는 바깥 세상과 쌩~한 바깥 세상...새삼 감사한 마음이다.
사실은...암을 걱정했었다. 염증 위치가 대장의 바깥부분이라서.
일상이, 그저그렇거니 하던 일상이, 암???하다가 암 아니다 하니 갑자기 천국이 되었다!!! ㅎ~
병으로든 뭐든, 어차피 누구나 만성으로 죽음에 이르는 병이 인생 아니겠는가.
죽음을 의식해 삶이 있고, 시간의 의미가 있는게 아닐까.
새삼 삶을 의식하며 아껴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타닥, 탁, 타닥...40년 넘은 빌딩, 파이프 난방소리가 정겹다.
남편, 내일 퇴원하면 토,일, 월~설 연휴...그리고 진짜 새해!
잘 삽시다. 시간을 의식하며, 시간을 아끼며. ㅎ~
(애들에게 구박당하지 않게 잘 삽시다! ㅎㅎㅎ~)
아이쿠~벌써 3시반~일하러 갑니다~일기쓰며 전화 몇 번 받다보니 벌써 시간이 이리 되었습니다~휘리릭~
(- 어제는 남편 생일이었다. 오늘의 내시경 준비로 금식.
큰애와 작은애가 와서 코딱지만한 케익에 불 붙이고 사진찍고 집으로 가지고 왔다.
최고의 생일선물은 생일 하루 전의 결과, '암 아닙니다~'!!! ㅎ~~~
젊은 원숭이아저씨...도 좋아지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술도 담배도 제발 끊어요!!! 에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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