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노래하고 돈 벌었습니다~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1박2일로 남편 고등학교 졸업40주년 동창회가 있었습니다.
남편 고등학교 동창회 중에 교회다니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신우회'가 있는데
그중 한분이 동기회에서 여흥담당 사회자이셨습니다.
부부동반 행사이니 만큼 와이프 노래자랑도 있으니 참석하라고 권하시는데
사실 정말 솔깃한 것은 '무조건 상금 10만원'이라는 겁니다!
마누라로서 노래 한곡만 하면 거금 10만원...으흠...주저하는 사이, 꽝꽝꽝!!! 참가결정!!!
사실은 이게 엉뚱하게 무대데뷔하게 된 사연입니다!
목요일 밤에야 막내에게 가사 좀 뽑아달라고 해서는 금요일 평창가는 버스 안에서 줄곧 중얼거렸습니다.
어디까지나 상금이 목적이라면 돈 값은 해야한다, 성의는 보여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습니다!!!
곡목은 양희은씨의 '내 나이 마흔살에는'.
어쩌다 듣고는 눈물 펑펑 쏟고 곡명을 알아낸 후에는 뒤늦은 나이에 애창곡이 된 노래입니다만,
내편인 친구들 앞에서 몇번 노래방 가사를 보며 불렀을 뿐,
정작 가사도 외우지 못하고 중간쯤의 높고빠른부분이 늘 어렵게 느껴졌던 노래였습니다.
막상 남편통해 노래제목 알려달라하니 그저 생각나는 제목이 이 것 밖에 없었습니다.
용케 태풍을 피해 너무도 쾌청한 날 찾은 알펜시아는 별이 자그마치 6개인 특급호텔이었습니다.
동원된 관광버스만도 너덧대, 인원은 200명도 넘었습니다.
장소는 우와...정식 무대가 있는 그랜드 볼룸~~~~
으아아아아....나가수 무대 1번이 저였습니다.
전체 나가수 출연자, 동기들 무대를 뺀 순수 마눌님 나가수 출연자는 5명!!!
으흐흐흐~~~다행히 가사 나오는 작은 화면이 있어주어 그나마 마음이 놓였지만,
아, 공부를 언제그렇게나 했을까, 그 가사들을 정말 온 정신을 다해 읽으며 겨우 마쳤습니다.
가수들은, 정말 프로, 맞습니다!!! 웃기까지 하는 그들은 도대체 얼마나 연습을 했을까요?
눈길은 커녕, 읽는 일도 입술이 덜덜덜 어쩌지를 못했는데 말입니다.
겨우 끝내고 나니 어쩜...그때부터 더 떨렸습니다.
부끄럽고 이 많은 사람들의 잔치에서 내가 뭔 짓을 했나 싶고...
아뭏든 어쩌지 못해 실실 웃으며 결과를 맞았습니다.
3등~~~봉투에는 현금 5만원 권 2장~~~^-^
10만원이 큰 돈이라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긴바지 입다가 낡으면 반바지로 싹둑 잘라 잘 입고 다녔는데,
금년 여름에는 문득 언제 사돈을 만나게 될 지 모르니 옳은 긴 바지를 하나 장만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언제 바지 하나 사야겠다...했는데 어느날 남편이 동창회에서 10만원짜리 상품권을 받아온 것입니다.
어느 주말에 영등포 2001아울렛에 갔더니 세상에나, 2500원을 더 보태 검은색, 아이보리색 바지 2벌에
반듯하고 명랑한 브라우스 1벌, 모두 3벌의 옷을 장만할 수 있었습니다.
오우~10만원이 정말 큰 돈임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ㅎ~
그 일이 '10만원'에 혹! 했던 사연입니다! ㅎㅎㅎ~
남편 친구들이 웃으며 한마디씩 거들었습니다.
- 우리 테이블은 다 1번 찍었습니다~
- 선곡을 신나는 곡으로 했었으면 1등하셨을텐데...
사실 나는 절대 무대체질은 아닙니다.
말이 많기는 하지만 안방에서 떠드는 정도이고 앉아서 큰 박수치는 박수부대정도입니다.
겁이 많아 운전도 못하고 수영장에서도 빙둘러 걸어가 깊은 곳에서 얕은 곳으로만 올 수 있는 정도입니다.
늘 스스로 주문을 겁니다. '어차피 떠있는거야...어차피 떠있는거야...'
그러고서도 정확히 깊어지는 중간에서 벌떡 멈춰 일어납니다!
놀이기구도 물론 못타지요!
저도 그 곡예기차를 꼭 타고 싶어 어느날 유치원애들 중에 끼어 꼬마곡예기차를 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애들 줄에는 절대로 서면 안된다는 것을요~ 영원히 줄어들지 않는 줄...ㅎㅎㅎ~~~
벼 논에 키다리 허수아비처럼 삐죽 나와 영원히 줄을 서있을 것 같았던 나의 모습...원장샘으로 보였겠지요~뭐.
언제부턴가 나답지 않은 나이고 싶었습니다. 너무나 익숙한 나로부터 벗어나고픈 욕망도 있었습니다.
그 뭣이 뭔지도 모르면서...뭔가, 뭔가...
그러다가 어찌어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슬그머니 맡기고 싶어졌을 겁니다.
전 같으면 맞다, 아니다, 비교적 분명하게 했을 겁니다.
어찌되나 보자...내가 어찌하나 보자...하는 마음도 사실 낯설고 그 자체로도 흥분되었습니다.
아무 일도 아니야...이 정도야 뭐...이 나이에...하다가 아프면 못하는 것이고...누가 알아? 싶기도 하고...
그래, 10만원, 10만원이 어디야???
하하하...10만원이 핑계가 되어준 것입니다!!!
남편의 동창회가 저에게는 큰 산을 넘은 기쁨? 큰 추억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나이를 먹어 능글맞아졌다해도 좋고 뻔뻔해졌다해도 좋습니다.
목요일 밤부터 금요일 밤까지의 그 하루는 제 스스로 처음 세상 밖에 나선듯, 모험의 하루였습니다.
흐흐흐~~~인생 2막을 무대중독증환자가 될라, 연예인병, 마이크병환자가 될라 조심해야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슬그머니 얼굴이 붉어짐을 느낍니다.
문득 다음엔 흥겨운 노래를 준비해야쥐~싶으니 말입니다. (어쩌다 찾았는데 '홍콩아가씨'도 되더라구요~!)
'그래, 다음 50주년때는 '홍콩아가씨'를 불러야겠어요, 남편~ㅎ~'
2012년 9월 21일은 제 평생 기억될 겁니다! 뭉게구름 가득했던 가을 저녁에 출연료 10만원 가수데뷔한 날로 말입니다!
자~~~5명 중 3등으로 10만원 벌고 200명 넘는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 잡고 노래한 첫 경험 자랑 끝~~~!!!
***남편, 남편하나 잡았더니 솔솔솔 딸려 나오는 보너스들...이 좋더라구요~ 감사~
남편 동창친구분들, 감사합니다~~그리고 남편, 다음 50주년에도 데려가주시오!!!
다음에는 우리도 돈 좀 벌어서 협찬선물도 좀 내고 그럽시다요~~~ㅎ~~~
*** 참, 이렇게 좋은 자연과 건물들...운영이 어찌될까 걱정한 것은 그만큼 우리가 나이가 먹은 어른들이라는 증거~
2018 동계올림픽 전과 후 모두 잘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오늘 오후 홍콩에서 바이어가 들어옵니다. 에이~이 미팅준비만 아니었어도 노래방에 한번 가서 연습했을 것을요~
그러다보면 더 좋은 선곡을 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분명 1등은 상금도 더 많았을텐데 말입니다~ㅎ~~~
-모처럼 약속시간 기다리며 수다한판 벌였습니다. 햇살이 참 좋은 가을날입니다. 감사~~~
-나이먹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이 앞으로 살 날 중에 제일 젊은 날임을 잊지말고 즐겁게 열심히 지내기로 합니다~
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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