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280] 불멍 물멍 차멍 멍멍... 백영옥 소설가 입력 2022.12.03 00:00 친구가 우울증 약을 처방받기 위해 다섯 군데 신경정신과에 갔다가 진료를 받지 못했다. 모두 예약이 차서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과정에서 상처받는다. 역설적인 건 힘들게 번 돈을 상처를 치유하는 데 다시 지불한다는 것이다. 2014년도에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제1회 멍 때리기 대회’ 포스터를 봤을 때, ‘죄책감 없이 쉬는 법’의 최신 버전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대에 ‘하지 않음’의 축약판이라 할 수 있는 ‘멍 때리기’처럼 비효율적인 일은 없다. 기왕 쉴 거 등산이나 요가처럼 내 몸에 도움이 되는 것을 하고 싶다는 게 현대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