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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칼럼] <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colorprom 2023. 6. 25. 14:37

[묵상 칼럼] <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세례를 받기로 결심한 뒤 스스로 물었습니다.

'나의 일생이 하나님의 뜻대로 가고 있는 걸까?

나는 왜 칠십이 훨씬 넘어 이제야 여기에 온 것일까?

하나님은 사람을 잘 쓰시는 분이니 나의 쓸모도 반드시 있는 거겠지?'

 

저는 생각합니다.

평생을 탕자로 돌아다니다가 뒤늦게 깨달은 것을 얘기하면

믿지 않는 사람의 마음이 달라질지 모른다고요.

그게 어쩌면 쓰임일 것이라고요.

 

2007년 7월, 보통 때 같았으면 부끄러워서 몰래 숨겼을 눈물을

세례를 받으면서는 왈칵 쏟고 말았습니다.

왜 울었을까요.

슬픔인가, 감동인가, 회개인가, 그것도 아니면 감사였을까요.

 

제게 영성의 세계는 이해하거나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절망을 계기로 던져 넣어지는 것입니다.

셰례는 물로 씻는 의식이 아니라

가슴 깊이 묻혀 있던 온천수의 수맥을 퍼 올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게 어쩌면 그때 흘린 눈물이었을 겁니다.

 

누구나 가슴 깊이 파고 들어가면 거기 영성의 수맥이 흐르고 있습니다.

목마른 사슴이 골짜기에서 간절히 물을 찾듯이

우리는 영혼의 목마름을 적시려 교회로, 주님에게로 찾아갑니다.

그것은 인간이 어둠 속에서 서로에게 켜준 연약한 사랑의 빛이나

우리가 평생을 두고 절실하게 찾고 기다렸던 영성의 불빛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