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5.01 03:12
해군력 감축을 규정한 워싱턴조약과 런던회의를 탈퇴한 일본은
1936년 통칭 '마루3 계획'으로 불리는 대대적인 해군력 증강 계획을 수립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군성은 1937년부터 6년에 걸쳐
60여 척의 군함 건조 명목으로 8억엔에 달하는 예산을 요구한다.
전년도 국가 총예산 23억엔의 3분의 1이 넘는 요구 규모에 대장성은 아연실색한다.
마루3 계획에는 야마토(大和)급 전함 2척의 건조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마루3 계획에는 야마토(大和)급 전함 2척의 건조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3만t급 항공모함이 드물던 시절에 배수량 7만t급 초대형 전함 건조는 전대미문이었다.
1930년대는 거함·거포 시대가 저물고 항모 중심의 해상 항공 전력이 제해권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우월한 함포 능력으로 '일격필승'을 기하여 물량 열세를 만회한다는 전략에 집착하던 해군 수뇌부는
제한된 예산을 시대착오적 거대 전함 건조에 쏟아붓는 오판을 한다.
당초 해군성의 예산 요구에는 3만5000t급 전함 2척 건조에 각 9800만엔의 소요가 계상되어 있었다.
당초 해군성의 예산 요구에는 3만5000t급 전함 2척 건조에 각 9800만엔의 소요가 계상되어 있었다.
7만t급 전함이라는 점을 숨기기 위한 것이었다.
해군성은 척당 1억4000만엔에 달하는 대형 전함 건조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건조 계획도 없는 구축함 3척을 덤으로 계상하는 위계(僞計)까지 동원했다.
비상시국을 이유로 국가의 기본 기능인 예산 심사를 무력화하는 권력 중추부의 배임 행위였다.
그렇게 예산을 소진하며 건조된 야마토와 무사시(武藏)는
그렇게 예산을 소진하며 건조된 야마토와 무사시(武藏)는
제공권을 장악한 미군 항공기와 잠수함의 제물이 되어 허무하게 수장(水葬)되는 운명을 맞는다.
훗날 일본의 예산 관료들은 전함 야마토와 무사시를 '쇼와(昭和) 3대 바보 예산'의 하나로 불렀다.
그에는 권력의 위세에 눌려 예산 낭비를 통제하지 못한 과거의 불찰에 대한 경종과 반성의 의미가 담겨 있다.
모든 권력은 예산의 자의적 운용 유혹을 느낀다.
예산 관청의 의견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권력의 존재는 시대를 막론하고 경계의 대상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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