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 핵심은 비리, 이번 조국 사태는 비리+위선
위조는 위조고, 범죄는 범죄… 左건 右건 마찬가지 아닌가
영화 '기생충'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최초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1000만 관객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아버지, 전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학생 친구가 소개해준 고액 과외 자리. 재수생 기우(최우식)는 위조한 명문대학 재학증명서를 쥐고
과외 면접을 보러 간다.
법무 장관 후보자 가족을 기소로 이끈 첫 혐의는 사문서 위조였다. 대학의 총장 표창장.
검찰은 어머니가 딸을 의사 만들려고 의전원 입시용 가짜 상장을 만들었다고 봤다.
청문회 당일 밤의 기소였고, 이 혐의의 공소시효 마지막 날이었다.
청문회 전날까지 후보자 부부가 그 대학 총장에게 여러 차례 했다는 전화 통화 내용을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총장님, 전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후보자 가족도 가족이지만, 이번 '조국 태풍'을 통해 우리가 목격한 딱한 풍경이 하나 더 있다.
소위 진보 성향의 셀럽들이 어떠한 비판의식이나 최소한의 분별력도 없이 후보자를 편들던 장면들이다.
제기된 의혹은 다 헛소리라고 핏대 올리는 전직 복지부 장관,
고려대 학생에게 동양대 표창장이 왜 필요하겠냐고 고함치는 청문회의 여당 국회의원,
상식과 정의를 외치는 자식뻘 청년에게 '아버지의 부재' 운운하며 조롱하던 24시간 뉴스 채널 앵커….
86세대 운동권 출신들의 왜곡된 자의식을 거듭 발견한다.
"나는 큰일을 하는 사람이니 도덕이나 윤리는 별거 아닙니다, 전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난 최순실 사태의 핵심은 비리였다. 하지만 이번 조국 사태의 핵심은 '비리+위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들은 소위 1% 수퍼 리치와 나머지 99%를 분리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전자는 착취자, 자신들을 포함한 국민은 선량한 피해자.
유감이지만 최근의 모든 통계는 1% 못지않게 상위 10%와 나머지 90%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정권의 진보 엘리트 역시 당연히 상위 10%.
그러면서도 낮에는 1%가 불평등을 조장한다 외치고, 밤에는 스스로 불평등 확대를 실천한다.
자기 자식은 외고 보내고 자사고를 없애겠다는 교육감이나
부동산 문제에 목숨 걸었다는 정부 밑에서 건물주를 꿈꾸던 전 청와대 대변인,
살아봐서 아는데 모두 강남에서 살 필요는 없다고 하던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 일부일 뿐이다.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가
2008년 금융 위기 때 탐욕스러운 월가 투자 회사를 비판하기 위해 썼던 표현이었다.
'조국 태풍'이 불어도 침묵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유일한 관련 언급은
"논란의 차원을 넘어 대학 입시 전반을 재검토해달라"는 것이었다.
의사는 자기 딸이 되는데, 혼란과 피해는 왜 다른 자식들의 몫인가.
최순실 사태 때 중도 보수는 "왜 부끄러움은 우리 몫이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지금 상식적인 진보는 같은 부끄러움을 고백 중이다.
그때는 '이게 나라냐'고 했다.
지금은 이렇게 묻는다. '이건 나라냐.'
박근혜 정권의 실패를 기억한다. 그러면 안 된다고, 적폐라고
,
지난 잘못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출범한 게 이번 정권 아니었나.
위조는 위조고, 범죄는 범죄다.
좌건 우건 마찬가지다.
"아버지, 전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영화 '기생충'의 다음 대사는 이렇다.
"저 내년에 꼭 이 학교 학생이 될 거거든요."
기우는 결국 그 학교 학생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새드 엔딩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