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영부인은 단순한 존칭일 뿐 어떤 직함이 아니다.
실권은 없지만 모든 국민이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다.
잘해봐야 본전이고 조금만 못하면 비난과 조롱을 받는다.
대통령이 있어야 영부인이 있기에, 영부인에 대한 평가는 대통령 성적표에 포함된다.
국민은 영부인에게 아무런 역할도 맡기지 않으면서 늘 '영부인의 역할'을 주시한다.
▶우리나라 역대 영부인 중 오로지 육영수 여사만이 아무에게도 비판받지 않는다.
한국행정학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 역대 퍼스트레이디 가운데 육 여사에게만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는 한 기고문에서
"영부인의 면모나 활동이 과연 해당 정권의 통치성 중 일부가 될 수 있는가?
그럴 수도 있음을 보여준 것이 바로 육영수와 그녀가 남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육 여사는 영부인의 상징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생전에 "청와대가 사치스러운 생활을 해서는 안 되며 우리나라 중류 정도의 생활 수준으로 살아야 한다" 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깊었고 특히 한센병 환자들을 각별히 돌봤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전남 모든 투표소가 문재인 후보를 택했으나
유일하게 소록도에 있는 고흥군 도양읍 제7투표소만 박근혜의 승리였다.
▶대통령이 여자라면 당연히 그 남편의 행동거지도 사람들의 관심거리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부군 필립공 역시 모든 일상이 미디어의 조명을 받는다.
외신 사진을 보면 필립공은 늘 여왕의 반 보쯤 뒤에 서 있거나 뒤따라 걷고 있다.
심지어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여왕의 뒤로 자신의 몸을 약간 가린다.
그는 수차례 말실수로 여왕을 곤혹스럽게 했지만 영국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
재작년 결혼 70주년 때 필립공은
"내가 할 일은 첫째도 둘째도, 그리고 마지막도 결코 여왕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순방 때 찍힌 대통령 부부 사진을 두고 시끄럽다.
라오스 환송 인파 사이로 김정숙 여사가 앞서 걷고 대통령은 두어 발짝 뒤에서 따르는 모양새다.
사진 속에서 김 여사는 가슴을 펴고 환하게 웃거나 손을 흔든다.
그에 비하면 대통령은 표정이 굳은 것 같다.
우연히 그런 장면이 찍힌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사진들이 시중에 급속히 퍼지면서 많은 사람이 혀를 차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책 '위대한 2인자들'에 이런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을 앞서게 하는 것은 그 뒤에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