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홍콩사태]절박한 홍콩 '1020 세대' (조선일보)

colorprom 2019. 9. 4. 19:56



[만물상] 절박한 홍콩 '1020 세대'


조선일보
                         
             
입력 2019.09.04 03:16

1919년 5월 중국 학생들일본의 국권 침탈과 무능한 베이징 정부에 분노해 거리로 뛰쳐나갔다.
이들이 주도한 수업 거부(罷課)와 파업(罷工), 상점 철시(罷市) 등 이른바 '삼파(三罷) 투쟁'은
중국 150여 도시로 들불처럼 번졌고 '삼파' 주역들이 1921년 중국 공산당을 세웠다.
이후 공산당은 '삼파'를 국민당 정권을 뒤흔드는 전술로도 활용했다.

100년 전 '삼파'가 최근 홍콩에서 다시 일어났다. 이번엔 공산당이 투쟁 타깃이다.

홍콩 '삼파' 주역도 학생들이다.
홍콩 시위 참가자의 60%가 1020세대라고 한다.
대학생뿐 아니라 솜털 뽀송뽀송한 중·고교생이 잔뜩 나왔다.
개학일인 2일 홍콩 중·고교 400여 곳 가운데 230여 곳의 학생 1만여 명이 수업 거부(罷課)에 동참했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지난달 체포된 시위자 중에는 중학교 진학을 앞둔 12세 소년도 있었다.
용돈으로 마련한 헬멧마스크를 쓰고 쇠파이프까지 들었다. 

[만물상] 절박한 홍콩 '1020 세대'
공산당친중파는 '퉁스(通識)'라는 홍콩식 교양 교육이 학생들을 버려놨다고 주장한다.
'통용 상식' 수업쯤 되는데 자유 토론으로 민주주의인권 가치 등을 가르친다.
영국 식민지였던 1992년 도입돼 2009년부터 고교 필수과목이 됐다.

중국에도 '퉁스' 교육이 있지만 내용이 다르다.
공산당은 2012년 홍콩 교육을 중국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려다 학생 시위에 막혔다.

홍콩중국반환된 1997년 이후 태어난 세대를 '반환둥이'라고 한다.
지금 홍콩 시위의 주력군이다.
중국이 홍콩에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는 2047년까지다.
'반환 세대'가 40~50대가 되면 홍콩은 중국 공산당 일당 독재 밑으로 들어간다.
민주주의도, 법치도, 인권도 없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며 살아야 한다.

반환 후 중국인 부자들이 몰리면서 홍콩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이 상황에서 홍콩 1020 세대는 미래에 대한 어떤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내 미래를 위해 학교 대신 시위장에 왔다"는 어린 학생들의 절박한 외침 이 가슴을 친다.

'반환 세대'는
4년 전 중국 지도부 비판 책을 냈던 홍콩인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중국으로 끌려갔던 사건을 잊을 수 없다.
이번에 '범죄인 송환법'이 통과되면 자신들이 그 꼴을 당할 수 있다는 걸 안다.

국제사회는 중국이 강대국이라고 지켜만 본다.
고립무원 속에서 공산당 일당독재에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홍콩인들이 애처롭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03/2019090303182.html



홍콩 '3파 투쟁'


조선일보
                         
             
입력 2019.09.03 03:00

총파업·동맹휴업·영업중단
"인내 한계" 무력개입 경고

홍콩 민주화 시위가 지난 주말 폭력적인 양상으로 '반중(反中)' 성격을 뚜렷하게 드러낸 데 이어 2일 총파업(罷工), 동맹 휴업(罷課), 영업 중단(罷市) 등 '3파(三罷) 투쟁'을 이어갔다. 중국 당국은 "인내에는 한계가 있다"며 무력 개입을 경고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개학일인 2일 홍콩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학생 수천명이 등교를 거부했다. 이들은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완전 철폐 등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동맹 휴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10대 고등학생은 마스크와 방독면을 쓰고 '광복 홍콩, 시대 혁명'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날 오후 홍콩 타마르공원에서는 노조 단체인 홍콩직공회연맹이 지원하는 총파업 집회가 열려 수천명이 참여했다. 의료 등 21개 분야 근로자들은 3일까지 이틀간 파업을 할 예정이다. 시위대는 상점을 닫는 철시, 불매 운동 등도 펼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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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의료진 "경찰 폭력이 부끄럽다" - 홍콩 퀸메리 병원 의료진이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완전 철폐 등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연대를 표시하기 위해 2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경찰의 폭력이 매우 부끄럽다' 등의 문구가 적힌 인쇄물을 손에 들고 병원 복도에 서 있다. 이날 일부 고등학생·대학생과 전문직들이 송환법 철폐와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등교 거부와 파업에 나섰다. /AFP 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이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주 경제계 인사들과 나눈 비공개 회동 녹음을 입수했다며 람 장관이 "선택할 수 있다면 사퇴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람 장관은 이 자리에서 "(홍콩 사태가) 주권과 안보라는 국가적 수준의 문제가 됐다"며 "(내가) 정치적으로 풀 공간이 매우 적다"고 말했다.

2일 오전 한국의 중·고등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홍콩 잉와(英華)칼리지 앞에는 학생 30여명이 등교를 거부한 채 시위를 벌였다. 두 달간 방학을 마치고 등교하는 첫날이었지만 학생들은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교문 앞에서 송환법 철폐 등을 요구했다. 차이완 지역에서는 인근 3개 고등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등 500여명이 홍콩 시위대를 상징하는 검은 옷을 입고 650m 길이의 인간띠를 이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모교인 세인트프란시스 캐노시안 칼리지에서도 학생 8명이 등교 거부 시위를 벌였다.

등교 거부를 추진한 학생들은 애초 200여 중·고등학교에서 총 1만명이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최 측은 첫날인 이날 오전 홍콩 에든버러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만 230개 학교, 4000명이 참석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밝혔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10대들이 시위 주력군으로 등장하는 양상이다.

홍콩 11개 대학 학생 수천명도 이날 홍콩중문대에 모여 '3파 투쟁'을 지지하고 2주간의 동맹 휴업을 결의했다. 연단에 선 한 여학생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평화로운 혁명을 불가능하게 하는 사람은 폭력 혁명을 불가피하게 만든다"고 했다.

의료·항공·사회복지 등 21개 분야 근로자들은 이날부터 이틀간 송환법 폐지 등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다. 다만 홍콩을 마비시켰던 '8·5 총파업' 때보다는 영향이 적었다. 8·5 총파업 당시에는 항공관제사 등을 포함해 20여개 업종 50만명이 파업 에 참여해 항공기 230여편이 취소되고 지하철 8개 노선 대부분의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홍콩 정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폭력 행위를 비난했다. 홍콩 경찰은 "폭력 행위가 질병처럼 만연하고 있다"며 "6월 이후 총 111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인민일보는 논평에서 "인내에는 한계가 있다"며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은 돌로 자기 발만 찍을 뿐"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03/2019090300197.html

[데스크에서] 마스크 시위


조선일보
                         
             
입력 2019.09.02 03:11

김정훈 국제부 차장
김정훈 국제부 차장


석 달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 참가자들의 최근 타깃은 거리에 세워진 '스마트 가로등'이다.
홍콩 정부는 이 가로등에 교통 흐름이나 공기 오염도를 측정하기 위한 장치들만 들어 있다고 설명하지만
시위대는 믿지 않는다.
중국 부품이 들어간 스마트 가로등 안의 카메라가 경찰의 채증 도구로 쓰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시위대는 가로등을 전기톱으로 통째 썰어 넘어뜨린다.
도로 곳곳 CCTV 카메라를 우산 등으로 겹쳐 가리고 난 뒤에야 시위를 시작하기도 한다.

검은 마스크오토바이 고글 등 얼굴을 가릴 수 있는 수단은 시위대의 필수품이다.
구호를 외치긴 어렵겠지만, 아예 최루가스도 피할 수 있는 방독면을 쓰고 거리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예전엔 진압 병력 뒷줄이나 고층 건물에서 망원렌즈로 시위대의 얼굴을 포착했다.
하지만 요즘 권력기관은 CCTV 카메라 등으로 시위대의 안면을 인식하고
그를 특정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시위대도 이에 맞춰 진화하려 안간힘을 쓴다.
서양 시위대들 사이에선 얼굴 왼쪽과 오른쪽의 화장 톤을 다르게 해 안면인식 카메라를 피하는 방법
공유되고, 아예 SF영화에서나 볼 만한 얼굴 모양의 마스크를 개발하는 움직임도 있다.

자신의 주장에 자신이 없어 얼굴 없는 시위대가 되는 것이 아니다.
홍콩 시위대는 앞으로 홍콩에서 계속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얼굴을 가린다.

지난달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 최고경영자는 자사 직원들이 시위에 참여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중국 당국의 압력과 중국 대륙인들의 불매운동에 떠밀려서다.
이후 홍콩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절대 시위에 말려들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하기 시작했다.
홍콩 시위대가 얼굴을 가리는 것은 현재나 미래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자기방어다.

최근 서울대에서 '조국 교수 STOP' 촛불집회가 열렸다.
부모가 용이어야 자식이 용 된다는 '용불용설(龍不龍說)'에 분노해 모인 800명 중 일부가 마스크를 썼다.

현 정부의 '어용 지식인'을 자처하는 유시민 전 장관은 이를 두고
"왜 마스크로 얼굴 가리고 집회하나. 지금 조국을 욕한다고 누가 불이익을 주나"라며 공개 타박했다.
마스크 시위는 비겁하고, 진의가 의심스럽다는 투다.

그런데 불이익이 있다.
불특정 다수의 카메라가 곳곳에 있다.
생각이 다른 진영이라고 찍히면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초토화되기 일쑤다.
근거 없는 비난으로 너덜너덜해진 사이버 프로필은 면접 감점 사유가 되기 쉽다.
집회 경력을 정치 진출의 도구로 쓸 생각이 아니라면 프라이버시는 지켜 놓는 게 안전하다.
반정부 집회 참가하고 학점 변변찮아도 취직이 어렵지 않던 호시절이 다시 오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권력 잡은 386세대가 거리에 나섰던 1980년대가 아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01/201909010216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