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영국]英 존슨의 보수당 과반 붕괴… 브렉시트 대혼돈

colorprom 2019. 9. 4. 20:15



존슨의 보수당 과반 붕괴브렉시트 대혼돈


조선일보
                         
             
입력 2019.09.04 03:00

보수당 1명 탈당, 존슨 총리직은 유지"브렉시트 연기추진"
여왕, 의회 스톱시킨 존슨 결정 따랐다가 왕실 폐지론까지 대두
"여왕 만나 따지겠다"며 초유의 연판장, 여왕의 권위 흔들어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 정권이 3일(현지 시각) 소속 의원 1명이 탈당하면서
의회 내 과반 의석 지위를 잃었다.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보수당 소속 필립 리 의원은
이날 존슨 총리의 노딜(no deal)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강행 입장에 반대
보수당을 탈당해 자유민주당으로 입당했다.

이로써 존슨 정부가 단 1석 차이로 유지해오던 하원 과반 의석이 무너졌다.
과반이 무너졌더라도 존슨 내각은 유지되지만, 브렉시트 강경 추진론타격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야당은 당장 브렉시트 연기 법안 추진을 천명했다.

엘리자베스 2세(오른쪽) 영국 여왕이 지난 7월 24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신임 총리로 선출된 보리스 존슨 총리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존슨과 악수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오른쪽) 영국 여왕이 지난 724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신임 총리로 선출된
보리스 존슨 총리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존슨과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 같은 극단적인 브렉시트 혼란은 이 나라 최후의 성역인 왕정(王政)까지 흔들기 시작했다.
엘리자베스 2세(93) 영국 여왕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려는 보리스 존슨(55) 총리의 의회 무력화 조치에 손을 들어준 뒤,
여야는 서로 여왕에게 특정 정치적 선택을 요구하거나, '왕정 폐지'까지 거론하며 여왕을 압박하고 있다.

정치 중립을 최대 미덕으로 내세워온 여왕이 재임 67년 만에 처음 진흙탕 정쟁에 휘말려든 것이다.

제1 야당 노동당을 이끄는 제러미 코빈(70) 대표는 이날
"야권과 보수당 반란파를 규합, 1031일 예정된 브렉시트를 3개월 연장하는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겠다"
고 밝혔다. '여왕 무시' 작전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지난달 28일 존슨이 '새 회기 시작을 알리는 연설을 9월 3일이 아닌 10월 14일 해달라'고 요청하자 승인했다.
의회를 정회시켜 브렉시트 연기 논의 자체를 봉쇄하려는 존슨에게 관례대로 동조해준 것이다.

야권의 저지 시도에 존슨 총리는
"야당이 브렉시트 이행을 무산시키면 조기 총선 실시안을 4일 투표에 부치겠다"고 했다.
존슨과 보수당은 총선 날짜를 여왕 연설이 예정된 10월 14일로 점찍었다.
여왕과의 약속을 총리가 닷새 만에 일방적으로 뒤집은 것이다.
보수당 내에서조차 "존슨여왕을 만신창이로 만든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필립 리 의원의 탈당으로 조기 총선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여왕의 수난은 이뿐 아니다.
코빈 대표는 "존슨의 의회 민주주의 무력화 시도에 동조했느냐"는 내용으로
여왕 면담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있다.
정치 현안을 두고 야당 대표가 여왕을 직접 만나 따지겠다는 건 초유의 사태다.

존슨에게 반대하는 여야 의원들과 전직 총리까지 가세해
의회 정회의 불법성을 따지는 소송을 각급 법원에서 벌이기 시작했는데,
여왕까지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노동당의 한 여성 의원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정회 조치에 무기력하게 동조했다며
"여왕이 국민을 버렸다"면서
"당신 사촌인 그리스 왕이 우파 쿠데타에 끌려 다니다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상기해보라.
왕정의 폐지였다"는 트윗을 올렸다.

그리스 국왕이 군부 쿠데타로 밀려난 뒤
1974년 국민투표를 통해 입헌군주제 왕정조차 폐지된 일을 언급한 것으로,
54개 영연방 수장이자 세계 최장수 재임 군주인 엘리자베스 여왕
현역 의원이 '왕정 폐지'로 협박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독일 슈피겔의 런던 특파원은
반(反)존슨 시위대 사이에서 여왕을 대놓고 모욕하는 구호와 이미지가 등장하고 있다면서
"영국을 떠받쳐온 최후의 기둥인 왕실이 무너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은 17세기 명예혁명을 통해 절대왕정을 의회 통제 아래 두는 입헌군주제로 전환한 이래,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명목상 국가수반인 에게 의회 해산권, 총리 임명권, 전쟁 선포권 등의 핵심 권한은 형식적으로 남겨뒀지만, 의회 민주주의에 따라 다수당 대표인 총리의 조언에 따르게 돼 있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이 '정치 불개입'은 왕실이 특정 정파에 휩쓸리지 않고 영속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의 왕이 일본 왕처럼 상징으로만 남은 '식물 군주'는 아니다.
총리와 매주 만나 국정 현안을 협의하고,
국가적 위기에선 왕이 어떤 식으로든 캐스팅보트를 던질 권한도 국민이 인정한다.

엘리자베스 여왕 본인이 브렉시트에 어떤 입장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2016년 브렉시트를 결정한 국민투표 이후 그가 사석에서 "EU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거나
"정치권이 통치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했다는 등 엇갈린 메시지들이 보도됐지만 확인된 건 없다.

브렉시트 협상안이 의회에서 모두 부결된 올 초 한 연설에서
"정치권이 최대한 협의점을 찾아야 한다"며 "나라를 위한 큰 그림을 놓치지 말라"고 한 게 전부다.

그러나 폴리티코는 "여왕은 브렉시트 격랑 속에서 정치적으로 어떤 행위를 하든 어떤 행위도 하지 않든,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04/201909040018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