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격추에 대한 트럼프 태도 유약하게 비칠까 우려 분위기
미국 국익 좁게 바라보는 시각 외국 분쟁 개입 어렵게 해
지난주 이란이 결국 트럼프를 시험대에 올렸다.
하지만 워싱턴에 더 넓게 깔린 기류는 조금 달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대(對)이란 공격 명령 취소가 유약함과 우유부단으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했다.
누구도 전쟁을 원치 않지만 최고 사령관인 대통령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오히려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트럼프를 '종이호랑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이란이나 북한 등이 더 대담해질 수도 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 사이에 "트럼프는 전쟁을 결정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평이 있다.
우선 비용 문제이다.
그는 한·미 간의 대규모 군사훈련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며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따라서 훈련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비용이 드는 전쟁을 결정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전쟁과 평화'의 국제정치관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 전 공직이나 군에 복무한 경험도 없다.
트럼프가 생각하는 가장 효율적인 갈등 해결 방식은 협상이다.
협상 국면으로 몰고 가기 위해 호전적인 어법을 사용할 뿐이다.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트럼프가 부동산개발업자였다는 걸 잊지 말라"고 했다.
트럼프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관련자를 위협하거나 압박해서라도 테이블에 앉게 한 후
공동의 이익을 찾아내 협상을 끌어가는 능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트럼프는 이란 문제에도 결국 북핵 때와 유사한 처방을 했다.
"이란이 미국과 싸우려 한다면 이란에 공식적인 종말이 될 것"이라고 거칠게 말하면서 제재를 강화해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때부터 외국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지난 2년간의 트럼프 외교도 국익을 좁게 정의하는 '아메리카 퍼스트'가 기준이었다.
트럼프는 동맹국과 우방을 향해
'미국과의 관계에서 얻는 이득이나 혜택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대가를 지불하라'고 했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지도 국가로서 부담이나 책임은 내려놓고 미국 국익부터 우선 챙겼다.
군사적 대응 방안으로 외교를 뒷받침하기보다는 제재를 주로 활용했다.
관세와 통상 압력 등 경제 수단을 무기화해 압박용으로 활용했다.
미국 국익을 편협하고 이기적으로 정의하는 트럼프 외교의 시야는 앞으로 점점 더 좁아질 것이다.
2020년 대선 준비가 본격화되면 국내 이슈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트럼프가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취소한 것도 결국은
한 방송 진행자가 이란과 전쟁을 하면 재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충고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한다.
하지만 만일 이란이 도발 강도를 한 단계 더 높인다면 트럼프가 어떻게 대응할까.
이 부분은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