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아르헨티나]세계서 심리상담사가 가장 많은 나라

colorprom 2019. 7. 1. 15:37


    

[글로컬 라이프] 세계서 심리상담사가 가장 많은 나라… 그래서 행복할까


조선일보
                         
             
입력 2019.07.01 03:11 | 수정 2019.07.01 06:05

안상현 부에노스아이레스 특파원
안상현 부에노스아이레스 특파원

지난달 28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구에메스 광장 지역.
주변이 온통 아파트로 둘러싸여 언뜻 보기에 평범한 주거지역으로 보이지만, 이곳엔 특별한 별명이 있다.
바로 '프로이트 마을'이다.

1960년대부터 심리상담사들이 이곳에 대거 몰리면서
약 20년 전까지만 해도 이 주변 20개 블록엔 수백개의 심리상담소가 영업을 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이곳에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의 이름을
붙였다.
지금은 심리상담사들이 시내 곳곳으로 퍼졌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 기억 속에서 이곳은 여전히 심리 상담의 메카다.

아르헨티나세계에서 가장 많은 심리상담사를 보유한 나라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7년 발표한 '정신건강지도(Mental Health Atlas)'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심리상담사는 인구 10만명당 222.57명(총 약 9만6600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한국(인구 10만명당 1.59명)의 100배가 넘는다.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수도에 몰려 있다.

심리 상담 경력 7년째라는 루시아 크리스티나 콜(32)씨는
"한 명당 40분~1시간씩 하루 평균 6~8명 정도를 상담한다"면서
"아르헨티나인에게 심리 상담은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라고 말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심리학 수업을 정식 교과목으로 가르칠 정도다.

우리나라에선 심리상담을 받는다면 보통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을 수 있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그 반대다.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러다 문제 생긴다"며 자신의 심리상담사를 소개해주곤 한다.

이날 콜씨를 찾아온 사람들의 고민거리는 다양했다.
정신분열 같은 심각한 증세도 있었지만 장거리 연애로 인한 스트레스, 장래에 대한 불안감,
직장 상사와의 갈등 같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고민을 상담하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6월 28일 오후 6시 부에노스아이레스 벨그라노 지역에서 상담 중인 심리상담가 루시아 크리스티나 콜(32·오른쪽 여성)씨.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에서 2012년 심리학 학사 학위를 받은 뒤 7년째 심리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6월 28일 오후 6시 부에노스아이레스 벨그라노 지역에서 상담 중인
심리상담가 루시아 크리스티나 콜(32·오른쪽 여성)씨.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에서 2012년 심리학 학사 학위를 받은 뒤
7년째 심리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안상현

아르헨티나의 심리 상담 문화가 활성화된 시기는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유럽 이민자 수백만명을 받아들였다.

이 중 상당수가 1차 세계대전을 겪었다.


정신분석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가브리엘 롤론은 심리 상담이 발달한 이유에 대해

"아르헨티나를 만든 사람들은 전쟁과 기아, 이념적 또는 종교적 박해를 피해왔다"며

"그들은 모두 고향에 친척과 친구, 언어 등 소중한 것들을 남겨두고 왔기에

슬픔과 향수에 젖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라 보카 항구에 모인 이민자들이 서로를 달래기 위해 탱고 춤을 췄던 것처럼

심리 상담 역시 서로를 위로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마음을 터놓는 습관 덕분인지 아르헨티나의 행복지수는 높은 편이다.

유엔이 작년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행복지수는 전 세계 조사 대상 157개국 중 29번째다. 한국 57위다.


WHO가 발표한 2016년 기준 국가별 자살률 순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인구 10만명당 자살자는 9.1명으로 183개국 중 90번째다.

흥미로운 점은

아르헨티나가 올해 세계은행이 꼽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경제위기를 겪은 국가'라는 점이다.

지금도 또 다른 외환위기를 겪고 있다.


어쩌면 행복은 지갑 속에서 찾아지는 물건이 아닐지 모르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30/201906300188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