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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포퓰리즘 부메랑… 아르헨, 공공요금 2배뛰자 反정부 파업

colorprom 2019. 6. 3. 16:19



포퓰리즘 부메랑아르헨, 공공요금 2배뛰자 정부 파업


조선일보
                             
             
입력 2019.06.03 03:00

정권서 퍼주기 남발연금 수령자 10년새 2배 이상 늘어
기업가 출신 대통령, 국가부채 줄이기위해 정부 보조금 축소

아르헨티나 노조의 24시간 총파업이 실시된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르헨티나 경비대가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노조의 24시간 총파업이 실시된 지난달 29(현지 시각)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르헨티나 경비대가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후(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큰 도로인 왕복 10차로

'7월9일' 대로를 수천명의 사람이 점거한 채 '마크리 대통령=배고픔(Macri=Hambre)'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시위를 주도한 아르헨티나 최대 노동단체 노동자총연맹의 엑토르 다에르 대표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은 실패했다"며

"(10월 대선에서) 어떤 노동단체도 마크리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24시간 총파업으로 도시는 마비됐다.

학교와 은행, 상점은 모두 문을 닫았다. 교통노조가 파업에 동참하며 지하철과 버스, 기차도 모두 멈췄다.

대표 항공사 아에롤리네아스 노조 파업으로 330편의 비행이 일제히 취소돼 공항도 비었다.

정부는 이날 파업으로 405억페소(약 1조1000억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기업가 출신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2015년 대선에서

"포퓰리즘에서 나라를 해방시키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됐다.


마크리의 전임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키르치네르 대통령(2007~2015년 재임)과

그의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2003~2007년 재임)은

집권 12년간 온갖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며 국고를 거덜 냈다.


2003년 218만명이던 공무원 수는 2014년 365만명으로 늘었다.

2010년부터 시작된 '공공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실업자 상당수가 학력이나 기술 등에 상관없이 공무원으로 진입했다.

연금 수령 권한을 완화해 2005년 360만명이던 연금 수령자는 10년 만에 800만명으로 급증했다.

아르헨티나 국민 여섯 명 중 한 명이 연금생활자가 됐다.

전기·가스·수도요금도 재정으로 틀어막았다.

2005년 국내총생산(GDP)의 0.3% 수준이었던 에너지 보조금이 10년 만에 2.7%까지 치솟았다.

결국 2006년엔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이후 돈을 찍어 재정을 메웠다.

크리스티나 대통령은 뇌물 2억달러(약 2370억원)를 받은 정황이 나중에 드러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 가져온 경제 파탄과 부패에 신물 난 아르헨티나 국민은

친(親)시장 정책으로 대외신인도를 회복하고 경제를 복구하겠다고 공약한 마크리의 손을 들어줬다.

대외부채는 1800억달러인데, 외환보유액은 330억달러밖에 안 되는 경제를 떠맡은 마크리에게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 정책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포퓰리즘의 단맛에 한번 중독된 국민은 긴축의 쓴맛을 견디지 못했다.


정부 보조금을 줄이자 교통·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요금은 1년 새 모두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지난달 28일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지하철 온세역(驛)에서 만난 호세 알베르토(38)씨는

"1년 전 7.5페소(약 300원)였던 지하철 요금이 지금은 19페소"라며

"새 정부가 경제를 살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물가만 올린다"고 불평했다.


급해진 마크리 정부가 경제 복구를 위해 해외 차입에 나섰지만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외화가 유출되고 환율은 급등했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화폐 가치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경제성장률은 -2.5%였고,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OECD는 전망하고 있다.

현지 매체 인포바에(Infobae)는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아르헨티나가 다시 포퓰리즘에 현혹되고 있다"고 했다.

여론조사기관 '구스타보 코르도바'가 지난달 21~23일 유권자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임 크리스티나 대통령이 주도하는 야당 지지율은 40%로 마크리여당보다 10%포인트 높았다.

이에 힘입어 크리스티나는 올 대선 때 부통령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재정 개혁을 외치던 마크리 정부도 포퓰리즘으로 기울고 있다.

마크리 대통령은 지난 3월 국정연설에서 "복지 지출을 높일 여유가 있다"고 선언했다.

지난달부터는 대선 전까지 한시적으로 쌀·우유·파스타면·와인·맥주 등 생필품 64종에 대한 가격을 동결했다.


주디스 나이드 라틴아메리카 사회협의회 연구원은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마크리 정부도 당근을 뿌리는 역사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퓰리즘'이란 마약은 그렇게도 끊기 어려운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3/201906030016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