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친정엄마 속 터지는 이야기! (홍여사의 별별다방)

colorprom 2019. 5. 4. 18:05

2019년 5월 4일, 토요일


우와...정말 내 가슴 속을 훤히 보고있는 것 같습니다, 홍여사님!!!  우와우와...우와~~~감사합니다!!!  에휴~


"출산?우리 시어머니는 그런 거 안 물으셔, 엄마"


조선일보
             
입력 2019.05.04 03:00

[아무튼, 주말- 별별다방으로 오세요!]

별별다방으로 오세요

자식 인생 대신 살아줄 수는 없더라는 깨달음이

서녘 하늘 황혼처럼 부모의 노년을 아름답게 물들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그 깨달음은 대개 너무 아프게, 거칠게 찾아옵니다.

성숙과 이해의 과정이 아닌 단절과 거부라는 형태로….  홍여사

"각자 인생이야. 당신은 이제 나한테나 신경 쓰면 돼."

남편은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다 큰 자식이 어떤 인생을 살아가든 너무 연연하지 말라고요.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렇게 말해주는 남편이라도 있어서 고맙고요.

그런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속에 찬바람이 휭 지나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십몇 년 전 일입니다.

결혼을 앞둔 딸아이가 뜻밖의 말을 하더군요.

자기네 부부는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합의를 했다고요.

그때만 해도 비혼이니 딩크니 하는 말을 흔히 듣지 못할 때라 저는 딸의 말을 얼른 알아듣지도 못했습니다.

너 혹시 몸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고,

그게 아니면 예비 사위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건가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죠.

그러나 딸의 대답은 한가롭고도 태연하더군요. 확신이 없어서 그런 큰일을 벌일 수가 없다고요.

세상 누가 확신을 갖고 자식을 낳느냐고 말하려는데, 남편이 일단 저를 말리더군요.

그 대신 딸에게 "어떤 확신을 말하느냐"고 묻는 겁니다.

딸의 대답은 차분한 듯 중구난방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기엔 세상이 너무 끔찍하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너무 많은 돈이 드는 세상이다.

잘 키울 자신도 없다.

자식이 나중에 원망할 것 같다.

그리고 인생의 의미가 꼭 자식에게 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우리 둘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때만 해도 저는 아직 '엄마'였습니다.

딸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무슨 말로 이 철없는 생각을 고쳐줄까 생각했죠.


네가 아이를 낳아보면 이 끔찍한 세상에 희망과 온정이 보일 거다.

그리고 너희 부부, 대한민국 평균 소득을 훨씬 웃도는 맞벌이 부부다.

자신이 없다는 건 네가 모범생이고 겸손해서다.

사랑으로 키우면 아이는 절대 원망 안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지금은 젊으니까 둘만 있어도 충분하지, 결국엔 자식으로 연결되는 게 부부다.

네 아빠랑 내가 아무 말 없이도 통하고, 서로 측은해하며 사는 이유는 가운데 자식들이 있어서다.

별별다방으로 오세요
/일러스트=안병현

"글쎄, 난 그렇게 살고 싶지가 않다고."

딸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말투와 눈빛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 조각에 찔리듯 뭔가를 느꼈습니다.
엄마의 간섭뿐만 아니라 엄마와의 관계, 엄마의 인생 자체까지도 거부하고자 하는 딸의 낯선 모습을요.

그러나 그것도 나중에 돌이켜본 생각일 뿐 그때는 딸의 선언을 한때의 철없는 생각 정도로 웃고 넘어갔죠.
내가 가르치지 못하는 건 세월이 가르칠 거라 말하면서….

그러나 세월과 밀당하기에 저는 지나치게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더군요.
아이 없이 5년 차에 이르던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혹시 딸이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가.
아이를 낳기 싫은 게 아니라 낳을 수 없는 상황인 거 아닐까?

저는 더 두고 보지 못하고 딸에게 물었습니다.
둘 중 하나라도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냐고.
엄마한테는 사실대로 털어놔도 된다고요.

그러자 딸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더군요. 그러고는 특유의 비꼬는 소리를 하는 겁니다.

엄마 드라마 쓰는 거야? 그러면 그렇다고 하지 뭐 하러 내가 거짓말을 둘러대? 죄지은 것도 아닌데?
맘 놓고 털어놓아도 된다는 건 또 뭐야? 엄연한 사생활을.

말하는 투를 보니 내가 괜한 걱정을 한 게 맞는 모양이더군요.
안심이 되니 화가 났습니다. 너, 네 시어머니한테도 이런 식으로 비아냥거리느냐고 했죠.
그러자 딸이 하는 대답.

"어머님은 그런 거 안 물으셔."

그쯤에서 가슴이 답답해져 왔습니다.
연로한 사돈이 아무 관심이 없어 안 물으실까요?
당연히 저와 같은 생각이고 제게는 은근히 그런 뜻을 내비치기도 하셨습니다.
딸은 그런 어른들 입장을 알기나 할까요?

"너희, 맘대로 살 자유는 있지만, 시부모님께 죄송한 줄은 알아야 한다.
설령 무슨 말씀을 하셔도 죄송한 마음으로 잘 말씀 드려.
아니, 지금이라도 생각을 좀 바꿀 수는 없니. 얼마나 사랑받는 며느리가 될 텐데…."

"아, 지겨워 정말.
내가 왜 엄마를 위해 귀여운 아기까지 낳아줘야 하고, 시부모님 사랑까지 받아다 드려야 해?"

"그게 나를 위해서야?"

"말은 나를 위한다면서 엄마가 마음 편할 궁리만 하잖아. 너무 이기적이야."

"뭐? 이기적?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자. 너 이기적이라서 애 안 낳는 거잖아.
세상이 어쩌고, 의미가 어쩌고 하지? 솔직히 몸 망가지고 경력 흠집 내면서 애 낳기 싫은 거잖아.
애 키울 돈으로 해외여행도 실컷 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스타일 나게 살고 싶은 거잖아."

"맞아. 나 이기적이야.
그런데 자기 인생에 애도 하나 넣고 싶어서 무턱대고 낳는 건 이기적이지 않나?
누가 낳아 달래?"

그 순간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 이상 듣게 될 말이 두려워서요.
내 나름 최선이었건만, 딸은 제 딸로 태어나서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똑같이 키워도 아이마다 다른 부모를 갖나 봅니다.
적성에 안 맞는 전공에 힘들어하는 아들, 한때 몸이 아팠던 작은딸도 아직 하지 않는 말을 맏딸이 하네요.
누가 낳아 달래?

그날 이후 여태껏 저는 딸에게 더는 이래라저래라 간섭(?)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혼자 많은 생각을 했죠.
나는 왜 딸이 아이를 낳기를 그토록 바랐을까?
정말 그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였을까?
아마도 내가 아는 최고의 행복이 그것이라서 그랬던가 봅니다.
제가 아는 이 기쁨을 자식도 꼭 알기를 바랐던 거죠.
그래야 자식과 내가 계속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딸의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네요.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지만, 순수히 딸의 행복만 생각한 엄마도 아닙니다.
자식과 연결되어 있고 싶은 엄마였을 뿐입니다.
자식이 내가 걸어온 인생을 살아가길 바랐던 거죠.
그리고 그런 인생을 딸이 감사하고 인정해주길 바랐던 겁니다.

저는 이제 더는 딸의 인생 선택에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가끔 혼자 울컥할 때가 있네요.
딸도 자식을 키워봐야 알 기회가 있을 텐데요.
몸이 부서질 듯 힘든 순간 자식의 행복한 미래를 상상해보지 않고는 견뎌내기 힘들다는 것을.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간다면 나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며 차라리 내 어머니를 생각하겠습니다.
이 아이가 자라나서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함부로 꿈꾸지 않겠습니다.
훗날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나는 좀 더 이기적으로 살겠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사연입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3/2019050301937.html



김진권(rea****)2019.05.0411:01:14신고
ㅎㅎ 다행인 것은 무자식 주의와 신념은 우성으로는 유전이 안되므로 멸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유전시킬 자식이 없으니.. gene 으로는 유전이 안되고 돌연변이만 생기겠지만, meme 으로는 감염되고 확산되어 멸종에 이를 수도 있으려나?
자식과 부모가 때로는 기쁨이기도 하고, 의지가 되기도 하고, 희망이 되기도 하고, 의무가 되기도 하고, 연결목과 버팀목이 되기도 하고, 번뇌와 고통과 절망이 되기도 하고.. 인생이 쉽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3/20190503019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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