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영묵상일기

평화지대

colorprom 2019. 4. 22. 13:56

20190422 월


우리 농장에는 유기견 출신 개 네 마리가 있다.
저마다 상처가 있는 개다.
어린 놈도 있고 나이든 놈도 있다.
성격이라 해야 하나 성격도 다 다르다.
그러나 한결같은 것은 사람 손길을 좋아한다는 거다.
가까이서 치근대는 놈도 있고 멀리서 그리워하는 놈도 있다.


나는 개를 싫어한다.
그놈들도 내가 자기들을 싫어하는 걸 안다.
아내와 딸이 외출하고 혼자 일하다 잠시 의자에 앉아 쉬면

세 놈은 내 곁어 가까이 와서 널브러지고 한 놈은 조금 떨어져 배를 땅에 깐다.
싫어하기에는 미안한 형국이다.


삼돌아 부르면 좋다고 덤벼들 것 같아 말을 참는다.
그놈들은 그놈들대로 나는 나대로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며 쉬면서 외출한 아내와 딸을 기다린다.


쫑쫑이도 귀리도 동이도 삼돌이도 나도 과묵하게 쉬고 있다.

천지 분간 못하는 닭들만 침묵을 거부하고 있지만 여기는 평화 지대다.

아내와 딸이 돌아오나 보다.
네 놈이 농장 입구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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